붉은 엄마
김지연 지음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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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언제나 다정히

찰랑찰랑하다.

넘치면 집착이 되고

부족하면 방임이 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엄마는 찰랑찰랑 곱고 예쁘다.

내가 이렇게 오래 다정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붉은 엄마> 작가 노트 중에서


이 글귀를 읽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날까. 20여 년 전에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늘 일정한 거리가 있었다. 손에 닿을 듯한 가까움도 아닌 그렇다고 까치발을 들고 손을 뻗어야 하는 거리도 아니다. 그냥 적당한 거리. 한 번도 꿈에 나타나지 않는 우리 엄마. 어쩌면 돌아가신 후에도 엄마와 나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

<붉은 엄마>라는 제목의 표지는 강렬하지만 동시에 따듯하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하다. 붉은색 머리를 한 엄마 얼굴은 살짝 미소를 짓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늘 엄마와의 거리를 고민했던 나에겐 콕 집어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가득했다.




붉은 엄마

김지연 그림책

북멘토(그리고 다시, 봄)

2025.3.25.




드디어 도착했어요.

이번 휴가를 보낼 아늑하고 조용한 바닷가예요.

나는 돌봐야 할 것이 많아요.

엄마니까요.




으라차차! 파라솔도 세우고,

아이들 돌아오면 앉을 뽀송한 수건도 깔고,

아이들 간식도 시원하게 준비됐고,

그동안 읽고 싶던 내 책도 챙겼고,

아, 음악을 안 챙겼네.

아이고, 허리야. 등이야.

아이고고고. 일단 좀 눕자.



좋다! 좋아! 너무 좋아!!

너무 뜨거워.

바다가 다 말라 버릴지도 몰라.

내가 금이 가 깨져 버릴지도 몰라.

그늘이 필요해.

어둠이 아닌

나만의 그늘.



모처럼 바다로 휴가를 떠난 엄마. 아이들을 챙기면서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어 너무 신이 난 엄마였다. 하지만 현실은 엄마를 그냥 두지 않는다. 대단한 것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잠시 파라솔 그늘에서 달콤한 휴식을 원했을 뿐인데. 엄마는 점점 붉게 타오르다 바짝 말라 깨지기 일보 직전이다. 과연 이 엄마 괜찮을까? 붉은 기운이 엄마를 단숨에 삼켜버릴 것처럼 감싸는 바로 그때 엄마의 머리 위로 드리운 멋진 그늘! 붉게 물들어 지친 엄마를 다시 사랑 가득한 <붉은 엄마>로 바꾼 멋진 그늘은 어디서 생겨났을까?

김지연 작가님의 <붉은 엄마>는 빨강, 파랑, 검정의 삼색의 모나미펜으로 그려졌다. 오직 3가지 색상으로 표현되었는데도 엄청나게 풍부한 색감과 질감이 느껴진다. 엄마의 심신을 달래줄 파란 바다와 파도, 파란 그늘, 삼색의 파라솔, 엄마를 바짝 태워버릴 듯한 빨간 구름, 귀여운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삼색의 어우러짐을 마음껏 느낄 수 있다.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지만 동시에 가장 어렵고 힘든 느낌이다. 적어도 나의 엄마가 그랬고, 엄마가 된 지금 내가 그렇다. 엄마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키우며 순간순간 지쳐간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의 더 큰 사랑과 행복으로 다시 힘을 내는 것이 엄마라는 존재이다. 엄마는 고맙고 위대하다. 아이들은 더 고맙고 더 위대하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가 된 지금, <붉은 엄마>를 만나 엄마의 감정을 알게 된다. 늘 엄마와 거리감이 있었던 나지만 옆에 계셔서 이 그림책을 함께 보았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맙고 위대한 나의 엄마가 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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