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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적긁적 ㅣ 그림책의 즐거움
서수인 지음 / 다림 / 2024년 10월
평점 :
어릴 적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안에서 맴돌 뿐 입 밖으로 내뱉기가 참 어려웠어요. 내뱉지 못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며 간지러운 느낌도 들었지요. 자신이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하고 싶은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았던 나의 지난 어린 날을 돌아보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나보았습니다.

한국그림책출판협회
2024 그림책 공모전 당선작
긁적긁적
글.그림 서수인
다림 / 2024.10.8.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아.
나도 내 마음을 시원하게
말하고 싶어.
마음이 답답하고, 속상해


나도 마음을 잘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된다.
그런데 오늘따라 머리는 왜 이렇게 간지럽지?
머리털이 더 많이 자라려나?
"긁적, 긁적, 긁적, 긁적"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는 주인공이에요. 급식 시간에 친구가 새치기를 했지만 아무 말도 못 해요. 혼자 물장난을 한 것뿐인데 날아가는 새똥을 맞은 친구가 물 튀겼다고 화를 내요. 학교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누가 내 우산을 가져가버려요. 비를 쫄딱 맞으며 집에 돌아갔는데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물건 좀 잘 챙기라고 잔소리를 해요. 그런데 아까부터 머리가 너무너무 간지러워요. 아무리 긁어도 계속 가려운 채 잠자리에 듭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이게 뭐죠? 뿌......뿔이 났어요!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못 해 너무 답답한 데 뿔까지 났어요. 간지러움은 멈출 줄 모르고 이불을 뒤집어써보았지만 뿔은 계속 자라나요. 쑤~~~욱, 쑤~~~~~욱! 지붕을 뚫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에 닿을 정도로 솟아오릅니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생겨버린 주인공! 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요?


"긁적긁적" 리듬감 있게 읽혀 재미있게 느껴졌어요. 말이 없는 아이라고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건 아니지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생각한 대로 나오지 않거나, 내 생각이 맞는지 몰라서, 말할 때 주목받는 것이 창피해서, 그럴 때마다 마음은 답답하고 자신감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고 말죠.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가려움으로 승화되어 결국 뿔이 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동안 용기 내서 시원하게 하지 못했던 말들의 크기만큼 아주 길고 높게 자라난 뿔을 보며 얼마나 답답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어요. 길고 긴 뿔에 구름은 매달리고, 새들은 둥지를 틀며 주인공을 불편하고 힘들게 해요. 이번에도 주인공은 그냥 참기만 할까요? 불편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을까요? 오늘도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고 있는 친구들에게 그림책 <긁적긁적>을 건네봅니다. 특별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