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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극장 ㅣ 피카 그림책 17
아라이 료지 지음, 황진희 옮김 / FIKAJUNIOR(피카주니어) / 2024년 11월
평점 :
따뜻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이야기와 어린이의 세계를 춤추듯 자유롭게 표현해 내는 환상적인 화풍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일본 그림책의 거장, 아라이 료지의 신간 그림책 <눈 극장>을 소개할게요. <눈 극장>을 만나면 그 어느 때보다 올겨울이 기다려질 거예요. 겨울이 올 때마다 자꾸만 펼쳐 보고 싶을 환상적인 꿈의 무대 <눈 극장>, 지금부터 함께 만나봐요!

피카 그림책 17
눈 극장
아라이 료지 글.그림
황진희 옮김
피카주니어 / 2024.11.15


작은 마을에 눈이 내립니다.
나는 친구와 함께 따뜻한 방에서 책을 봅니다.
나비 도감입니다.
친구는 내게 나비 도감을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 나비 도감은 아빠가 무척이나 아끼는 책입니다.


화를 내실까……. 눈 위로 미끄러지는 소리만 들립니다.
움푹 패인 곳이 있다는 걸 깜빡하고 그만 구덩이에 빠졌습니다.
그곳에 불이 켜진 작은 극장이 있었습니다.


눈 아저씨는 나를 오늘의 무대로 초대했습니다.
소리없이 빙글빙글 춤을 추는 발레리나가 다가오더니,
내 귓가에 대고 속닥속닥 속삭입니다.
천천히 눈을 뜨자……
커다란 눈 극장이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갓 태어난 눈처럼
포슬포슬 포슬포슬 소리 없이 등장합니다.


눈이 내리는 작은 마을, 소년은 친구와 함께 놀고 있어요. 소년은 나비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아빠가 가장 아끼는 나비 도감을 보여줘요. 하지만 소년과 친구는 나비 도감을 망가뜨렸어요. 다시 이어 붙이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어요. 불안함과 미안함을 가득 안고 소년은 집 밖을 나서요. 눈 덮인 산에서 스키 타다가 그만 구덩이에 빠져요. 넘어진 소년 앞에 작은 눈사람들이 보이네요. 포슬포슬한 눈사람들의 눈 극장입니다. 소리 없이 춤을 추는 발레리나들, 투명한 얼음 공을 굴리는 배우들, 뿔 모양 모자를 쓴 연주자들…… 눈사람들은 다 같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불러요. "팽이야. 팽이야. 눈 팽이야. 크게 크게 돌아라. 눈 팽이야." 소년은 무대로 올라가고 모두 함께 노래를 불렀어요.
책을 망가뜨려 속상했던 아이의 마음은 어느새 사라지고, 소년은 다시 일어섰어요. 아빠의 소중한 책을 망가뜨려 한껏 얼어붙은 소년의 마음은 포슬포슬한 눈사람들의 화려하고 환상적인 공연을 보며 따스히 녹아내렸어요. 새하얀 눈 속에서 형형색색으로 빛나는 나비처럼 소년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겠지요. "포슬포슬" 이란 덩이진 가루 따위가 물기가 적어 엉기지 못하고 바스러지기 쉬운 모양(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이라고 해요. '보슬보슬'보다 거친 느낌을 주는 표현이라는데 사실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어요. 하지만 <눈 극장>의 그림을 보고 나서야 조금은 알 것 같았죠. 정교하진 않지만, 작고 조그마한 눈사람들의 움직임이 잘 표현되었고, 화려한 색감에 질감 있는 붓 터치가 포슬포슬 이란 표현과 잘 맞았어요.


가끔 속상한 마음이 들 때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눈 풍경을 떠올려봐요 아득한 슬픔과 무너진 마음을 위로해주는 멋진 그림책도 함께요. 새하얀 눈처럼 반짝이는 꿈을 꿀 수 있을거에요. 눈 오는 겨울을 기다리며 아이들과 함께 읽기 좋은 그림책, <눈 극장> 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