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연필깎이 한림아동문학선
박그루 지음, 모예진 그림 / 한림출판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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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헷, 비밀 상자. 잘 있었어?'

상자 속에는 비닐도 뜯지 않은 머플러, 손때 묻은 흰 봉투, 사진, 천에 싸인 작은 상자, 오래된 만년필 같은 여러 물건이 들어 있어요. 주이는 사진을 집어 들었어요. 주이가 사진 속 아이에게 가만히 말했어요.

"너한테 편지 쓰고 있다? 어떻게 보낼지는 생각 중이야. 다 쓰면 아빠한테 전해 달라고 말해 보려고."



주이는 사진 속 아이에게 정성껏 편지를 씁니다.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모르는, 만난 적도 없는 아이지만 친구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상자 속에서 발견한 초록 공룡 연필깎이를 부모님 몰래 꺼내보았어요. 사진 속 아이가 이 연필깎이의 주인일까요? 주이는 사진 속 아이가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며칠 후, 주이는 학교에 공룡 연필깎이를 가져갔다가 그만 잃어버렸어요. 잃어버린 연필깎이는 주이의 것도 아니였고 상자 속에서 주이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것이라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어요. 부모님께 솔직히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얼마 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아빠와 그런 아빠를 냉랭하게 대하는 엄마를 보며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갔어요.




답답한 마음을 안고 하교하던 주이는 우연히 골목에서 한 아이를 만났어요. 소중한 것을 찾고 있다는 아이의 이름은 유아. 주이는 자신처럼 잃어버린 것을 찾고 있는 유아에게 친근감을 느꼈어요. 유아는 주이의 말을 잘 들어주었고, 주이는 유아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으며 둘은 그렇게 특별한 사이가 되었어요.

한편, 주이의 마음은 많은 것들이 뒤섞여 불편했어요. 연필깎이는 사라지고, 아빠의 통화 내용은 이상하기만 했어요. 커피숍에서 어떤 사람을 만나 비밀 상자를 전달하고 있던 부모님 모습도 낯설게 느껴졌지요. 이 모든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주이는 사라진 연필깎이를 찾고,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요? 아빠의 새로운 일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책을 읽기 전에는 그저 비밀스러운 친구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사라진 연필깎이에 무슨 사연이 있겠거니 하고요. 막상 책을 읽고 나니 많은 생각이 오고 갔습니다. 밝고 재미있는 어린이 동화는 아니지만 가족간의 사랑, 아이의 성장, 삶과 죽음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초등 3~4학년부터 추천한다고 되어있지만 어쩌면 그 이상 고학년 쯤 되어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이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연필깎이를 찾으려다 아빠가 하는 새로운 일에 대해 궁금해졌어요. 집안 분위기를 안좋게 하고, 이유를 모른채 아빠와 거리감이 느껴지니 아빠가 수상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웠어요. 하지만 이런 불편한 마음을 친구와 이야기하며 조금 더 성장해 가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일이 생길 때,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행복한 그림을 그려 봐.

그럼 신기하게 정말 그렇게 된다?"

아빠의 새로운 직업은 세상을 외롭게 떠나는 분들이 살던 곳을 정리하는 일었어요. 삶을 떠난 사람들의 남아 있는 물건을 정리하며 생을 잘 매듭지어 주는 '유품 정리사'. 이 작품을 읽으며 아직까지 생소한 이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나의 가족이 이런 일을 한다면 어떨까? 응원하고 지지하며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하고요.

아빠의 일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엄마도 외할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달라집니다. 죽음은 멀리 있고 불편한 줄만 알았는데, 이 모든 게 삶의 연속이었다고 말해요. 그리고 아빠가 고된 일을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되려 고맙고 의미있는 일이라며 고마워해요. 주이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진심을 다하는 아빠의 모습에 대단함을 느꼈어요. 아빠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었어요.

예상과는 다르게 살짝 무게감 있는 소재를 다루는 이야기였지만 그만큼 더 깊이 있는 작품이여서 좋았어요. 따뜻함과 뭉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 박그루 작가님께 감사드려요. 우리 친구들! 부모님과 함께 읽어보길 추천해요.



사라진 연필깎이

글. 박그루

그림. 모예진

한림출판사 / 2024.04.25.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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