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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어떤 애
전은지 지음, 박현주 그림 / 팜파스 / 2022년 7월
평점 :
표지를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뒤를 돌아보는 한 아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투명합니다.
저 아이가 성도, 이름도,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르는
없어졌던 우리 반 어떤 애 일까요?

우리 반 어떤 애
글. 전은지
그림. 박현주
팜파스 / 2022.7.15.
<우리 반 어떤 애> 차례
우리 반 어떤 애
어떤 애가 없어졌다
어떤 애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반 민진이가 사라졌다
나는 김민진을 모른다
에필로그-우리 반 어떤 애 김민진

차례를 쭉 읽어보니
대충의 이야기가 짐작이 됩니다.
우리 반 어떤 애가 없어졌고,
그 아이가 죽었을지도 모르는 상황.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아이의 이름은 김민진.

이야기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반의 어떤 아이가
무단결석을 하면서 시작됩니다.
"아무도 그 애가 없어졌다는 걸 몰랐다.
......
우리가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정확히 표현하면 없어진 그 어떤 애는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라고 하면 최소한
이름이나 생김새는 알고 있어야 한다."
<우리 반 어떤 애> 본문 8-9쪽
다른 반 아이들은 우리 반 교실로 몰려와
어떻게 같은 반 친구가 없어졌는데
모를 수 있느냐며 비난 했어요.
나를 포함한 우리 반 친구들은 억울했죠.
특별히 그 아이를 괴롭힌 것도 아니었거든요.
우리 반 어떤 애가 결석한 날에
하필 담임 선생님은 갑작스러운 위경련으로
자리를 비우셨어요.
또, 어떤 애의 자리는
창가 옆 맨 뒷자리였고,
책상에 책과 공책 몇 권이 놓여 있어서
자리가 비어 있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학교의 연락을 받고
그제서야 아이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
어떤 애의 가족에게 비난이 쏟아졌어요.
"어떻게 가족이 모를 수 있을까?" 라구요.
담임 선생님은 도서관 연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어떤 애를 불렀고,
어떤 애는 민진이라는 아이였어요.
민진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에
당황한 담임 선생님.
서랍 속 잡지, 일기장, 독서 기록장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던
교감 선생님과 학년주임 선생님.
반 친구가 결석을 했고,
선생님들은 심각한 얼굴로
분주하게 왔다갔다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했지만
솔직히 궁금해 죽을 지경은 아니였어요.
나는 민진이라는 애를 잘 모르기 때문이죠.
도무지 아는 게 없기 때문에
크게 관심을 갖지도,
선생님 말씀을 귀담아 듣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4교시 수업 중
교무실에 심부름을 갔다가 돌아온
반장 성철이는 결석한 민진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아이들은 동요하며 불안한 눈빛을
주고 받게 되죠.
그 누구도 민진이를 따돌린 적은 없지만,
민진이와 말을 섞거나 친하게 지내지도
않았기 때문이에요.

'남의 일'이 느닷없이 '나의 일'이 된 건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른 순간부터였어요.
나는 잘못이 없는데,
민진이 괴롭히지도, 따돌리지도 않았는데
선생님은 왜 나를 부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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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는,
존재 자체에 관심을 가진 친구 하나 없는
마치 보이지 않는 유령과 같은 존재였던
우리 반 어떤 애.
어떤 애의 결석으로 인해
그 아이의 사정을 알게 되고,
그 아이가 남긴 흔적을 통해
이제껏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됩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여느 추리소설 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끼며 읽었어요.
이야기 속 나, 아영이는
'나와 전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그 어떤 애가
사실은 '나와 상관이 있었다'라고
알게 되는 순간에
긴장감은 최고조였어요.
읽는 내내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가 없기도 했어요.
무관심과 소외가 아무렇지 않게 자리한
교실 속 풍경 때문이었지요.
나아가 이런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잘 지내는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떻게 같은 반 친구의 이름도 모르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수 있을까?
친하지 않아도 나와 같은 공간을 쓰는데 말이야.
요즘 아이들은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는 걸까?
관심도 없고, 친하지도 않으니
당연히 모르는게 맞는 걸까?
만약 반 친구 중 단 한 명이라도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더라면
'어떤 애'가 아닌 '김민진'으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잠시 머리가 아팠어요.
"누군가의 존재나 관계에
그럴싸한 이유가 없으면
그냥 무관심해도 괜찮은 걸까?"
<우리반 어떤 애> 작가의 말 중에서
더 이상 아무 일 없이
그날 수업이 다 끝나고
아영이는 방과 후 교실에 가요.
다른 반 친구는
우리 반 어떤 애에 대해 물었고
반나절 사이에 알게 된 것은
생각보다 많았어요.
그날 오전만 해도
그 아이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고,
그래서 그 아이가 가출을 하든, 자살을 하든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 그 애는 친한 친구가 아니지만,
더 이상은 우리 반 어떤 애가 아닌
김민진이에요.
반나절 사이에 일어난 소동으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생겨난 아영이.
어쩌면 이러한 관심을 시작으로
민진이와 친구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우리 반 어떤 애'에서
'김민진'으로 인식되는 그 날부터
'우리 반 특별한 애'가 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을 존재하게도,
존재하지 않게도 만드는
'관심'의 힘은 정말 놀랍습니다.
우리는 모두 '관심을 갖는 사람'인 동시에
'관심을 받은 사람'이며,
그래서 우리 모두는 주위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남의 관심을 받기도 해야한다는
작가의 말이 오랫동안
머리 속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