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로 만나는 법 이야기 - 정의롭고 행복한 진짜 결말을 찾아서 초등 인문학 동화 7
신주영 지음, 김옥재 그림 / 꿈초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래동화의 사건을 법과 접목시키 재해석한 흥미로운 책을 소개합니다.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법을 옛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같이 들을 수 있어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어요.

총8편의 옛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는 법이야기가 들어있어요. 한 번 만나러 가볼까요?

선녀와 나무꾼

우리가 무척 많이 읽고 들어서 알고 있는 전래동화죠. 이야기는 몇 가지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 결혼한 나무꾼, 이 결혼은 유효할까?

●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 사슴의 경고나 선녀의 당부가 법이 될 수 없는 이유

● 나무꾼의 비극적인 결말을 바꿀 수는 없을까?

옛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마음씨 착한 나무꾼. 숲에서 나무를 하고 있는데 사슴 한마리가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살려달라고 부탁해요. 나무꾼은 사슴을 숨겨주었죠. 목숨을 구한 사슴은 나무꾼에게 산꼭대기 연못으로 가보라고 알려줘요.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는 동안 날개 옷 한벌을 잘 숨겨놓아 색시로 삼으라고 해요. 선녀가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날개옷을 보여주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나무꾼의 행위는 명백히 범죄입니다. 형법상 약취유인죄는 중대범죄에요. 형법 제 288조는 추행, 간음, 결혼 또는 영리의 목적으로 사람을 약취 또는 유인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해놓았어요. 나무꾼의 행동이 이렇듯 범죄라고 하니 아이와 저는 놀랐답니다.

나무꾼과 아이 둘을 낳고 살던 선녀. 남몰래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곤 하던 선녀가 가엾던 나무꾼은 꼭꼭 숨겨둔 날개옷을 꺼내보여줘요. 눈물을 흘리며 날개옷을 입어 보고 싶어하는 선녀. 선녀는 날개옷을 입더니 양쪽 팔에 아이를 하나씩 안고 하늘로 훨훨 날아 올라가 버립니다.



선녀와 나무꾼의 결혼은 처음부터 하자가 있는 결혼입니다. 이 경우는 무효이거나 취소할 수 있답니다. 민법 제816조는 혼인 취소의 사유로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하여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때는 법원에 혼인 무효 또는 취소의 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빠 엄마처럼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라고 알고 있던 아이는 사기나 협박으로 강제로 결혼할 수도 있다는 내용에 조금 혼란스럽고 어려워 하네요.

선녀는 자기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있어요.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자유는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와 제10조 행복을 추구할 권리에 명시되어 있죠. 자신과 관련된 결정을 스스로 하는 것, 행동의 자유는 행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래요.


선녀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나무꾼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나무꾼은 다시 사슴을 만나 도움을 청했어요. 사슴은 하늘에서 두레박이 내려오는 시간을 가르쳐 주었고, 나무꾼은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선녀와 아이들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지요. 나무꾼은 홀로 남겨진 어머니가 마음에 걸려 선녀가 내준 천마를 타고 집으로 날아갔어요. 말에서 내리면 안된다는 선녀의 말을 지키려 자고 가라는 어머니의 부탁도 만류한 채 말 위에서 팥죽을 받아먹는 나무꾼. 그만 천마 등에 뜨거운 팥죽이 쏟아져 나무꾼을 땅바닥에 내동댕이 친 채 하늘로 날아가버렸지요.



여기서 지켜야 할 것을 어기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기는 때와 원치 않아 어기게 되는 때에 대해서 알아보아요. 하지 말라는 것을 알면서 어기는 경우를 '고의'라고 하고, 실수로 어기게 되는 것을 '과실'이라고 한답니다. 이건 법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이에요. 법 중에서도 금지 규범이라고 하는 것인데 형법이 대표적인 금지 규범이에요. 하지만 선녀의 당부는 법이나 규범은 아니지요. 선녀의 당부를 어긴 대가는 선녀와 헤어지게 되는 것일 뿐이니까요. 그 결과는 나무꾼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고, 나무꾼 자신이 감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에요.

그냥 쉽사리 읽어 내려가는 전래동화, 옛이야기에 이런 심오한 법적 지식을 담아내니 대단한 것 같아요. 우리에게 익숙한 옛이야기들에 이렇게 법을 위반하고 처벌 받을 수도 있는 행위가 많이 들어있다니... 아이와 읽으며 많이 놀라웠답니다. 하지만 법적용어 등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어서 초등 고학년 친구들에게 권장하고 싶은 수준이네요. 두고두고 참고가 될 좋은 책을 만났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