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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8월
평점 :
여름이 남기고간 빈 택배상자만 가득한데
가을은 오늘 아침에도 소식이 없다
...
한 아이가 있었다.
유아기적 관계유형에 머문 채
아내의 칭찬에 집착하며 어머니 품속을 아직도 헤매는 아이
또한
그 아이가 사랑이라 불러온 것들은
얼마나 가학적이고, 또한 피학적이었는지..
아내는 가끔
나를 세상의 수렁(?)에서 건졌다고 말한다
프롬에 따르면 “그녀는 나의 생명을 구조한 자”가 되는 것일뿐
그 관계는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덜컥 공포심이 든다
어떻게 하면 “성숙한 사랑”을 할수 있을까
프롬은
홀로서는 능력에 대해 말한다
자립할수 없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닌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훈련으로 키울수 있다고 한다
중용에서
군자는 혼자 있을 때 더욱 삼가라 하였다는데 (君子必愼基獨也)
실상 홀로 온갖 상념을 비우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정신을 집중하는 훈련이
어디 쉽겠느냐 마는..
생각해보면,
많은 현대인들이
홀로있음에 심히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
해서 그 불안을 파고드는 상업적 전략이 먹힌다
저 신비한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무작위적 콘텐츠들의 홍수가 그렇다
한편
프롬의 시절엔 유튜브도 숓폼도 없었을텐데
역시 시대를 앞서간 지혜가 놀랍고 중용의 덕까지 논하는 대목에서 더욱 감탄하게 된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속에
내가 있었다
거기에는 나의 부끄러운 자화상과
오래전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까지 있었다
사랑하였으나,
그들 역시 아직 미성숙했던 그때였으니
지금와서 원망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점심을 먹으러 나오니
이슬비에 젖은
송장(送狀)이 하나 와있다
곧 가을이 도착한다는..
.................
가을에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네
마음의 빈자리를 사랑으로 채우고 싶네
나 슬픔에 젖을지라도
사랑의 눈빛만으로
기쁨이 되는
깊은 가을 같은 사랑을 나누고 싶네
<윤준경, 가을같은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