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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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는 군산 하제마을의 600년된 팽나무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마치 조선 중기부터 후기, 일제강점기를 거쳐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숱한 굴곡의 역사를 낡은 필름으로 감상하듯 그렇게 흘러간다

흰점박이가 남쪽나라에서 날아올라 러시아를 거쳐 한반도 남서쪽 포구에 이르러 산화하며 남긴 팽나무 한그루

 

개똥지바퀴의 뱃속에 팽나무 열매 몇 개가 있었다

굳은 씨앗은..스며드는 물가와 더불어 차츰 땅속으로 묻혔다.


팽나무는 짧았던 평화..그리고 이어진 온갖 시련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며 그때마다 죽음의 절벽에 선 이들을 품에 안는다.

 

팽나무의 시간은 흐르는게 아니라 쌓여가는 겹겹의 층이었다.

 

수도승 몽각의 몸을 던져 시작된 보시는 갯벌의 칠게로, 그리고 마도요로, 그리고 생합으로 이어져 마침내 하제마을 사람들의 생명줄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강한 생명력은 척화에서 이어진 천주교박해를 이겨내는 힘이 되고 동학의 불을 붙이는 기름이 된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들이니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우리 하늘님은 내안에 들어와 나와 함께 있다니 얼마나 좋으냐, 네안에도 있고 느이 엄마 속에도 있고 저 밥에도 있다면서?

 

이런 생명력은 일제를 넘어 현대사회에 까지 이르러 우리 갯벌과 생명을 지키는 힘이 된다.

황석영 선생은 서해안 간척사업을 정치인들의 탐욕과 건설업자, 언론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토목범죄라 일컬으며 그로 인해 갯벌이 죽고, 수만명의 어촌사람들이 도시 빈민으로 전락했다고한다.

 

기어이 그 갯벌을 터전으로 삼던 새들마저 터전을 잃었다고 하니 영화의 첫머리와 수미쌍관의 구조를 이루고 시련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느낌이랄까.

 

팽나무 할매의 후손들은 이제 시련과 비탄의 역사를 넘어 다시 뛴다

누구는 신부가 되어, 누구는 환경활동가가 되어..

 

그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팽나무는 조용히 우리를 부른다


너는 지금 어디있느냐...

이놈아 어디갔다 이제 오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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