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책 -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카피책 시리즈
정철 지음, 손영삼 이미지 / 허밍버드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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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나 마케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철이라는 이름은 당연히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을 가끔 읽곤 했는데 광고에 관한 책이 아닌 카피만을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이라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워낙에 유명한 카피라이터인 만큼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읽히는 책이었다. 저자가 신경썼던 것처럼 정치 관련 카피가 많아 조금 불편하긴 했으나 선거 카피를 스킵한다고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블로깅을 하거나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카피 첫걸음' 같은 교본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도 일을 하다 보면 글을 써야할 일이 많은데, 여러 업무를 하다 보니 글을 쓰는 일을 미루거나 생략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꼭 필요하지만 지루하고 촌스럽게 쓰느니 안 쓰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했던 부분들을 응용하여 구체적으로 쓰되 간결하게 간추리고, 지울 수 있는 부분은 지워가며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잘 읽히게, 지루하지 않게 더하고 빼고 나누며 써간다면 그간 고민했던 것보다는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글도 다른 창작처럼 꼭 필요한 건 연습과 숙련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체력이 필요한 것처럼 글을 쓰는 체력도 필요한 것이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쓰고 고쳐나가는 연습을 한다면 글쓰기의 즐거움에 다시 빠지는 시기가 올 거라고 기대한다. 



*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라

편안해서는 눈을 끌 수 없습니다. 어딘가 불편해야 합니다. 불편해야 눈이 모입니다.  


평생 만날 일 없을 것 같은 단어를 핀셋으로 쏙쏙 뽑아 붙이십시오. 로미오에게는 성춘향을, 줄리엣에게는 이몽룡을 조합하십시오. 글의 힘, 카피의 힘은 낯선 조합에서 나옵니다. 익숙함과 편안함을 파괴하는 데서 나옵니다.  





*  잘게 썰어라 

쓰는 사람이 쓰기 쉽게, 아닙니다. 읽는 사람이 읽기 쉽게. 맞습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글에 집중이 되지 않는 건 문장이 너무 길기 때문입니다.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중문, 복문 막 섞여 있기 때문입니다. 읽는 사람 신경 쓰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그을 써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독자에 대한 서비스 정신이 실종되면 이런 글이 생산되고 유통됩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피하려면 글을 잘게 썰어야 합니다. 연필 대신 부엌칼 들고 김밥 썰듯, 깍두기 썰듯 글을 썰어야 합니다. 짧은 문장이 툭툭 이어질 때 독자는 그 글을 읽는 데 부담을 갖지 ㅇ낳습니다. 부담이 없으니 쉽게 경쾌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  마주 앉아라

그림 속에 내가 놓여 있다는 생각으로 카피를 써야 합니다. 카피는 카피라이터 한 사람과 소비자 한 사람의 대화입니다. 웅변이 아니라 대화입니다. 주장이 아니라 설득입니다. 





*  손이 아니라 눈으로 쓸 것

카피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입니다. 영어로 말하면 make가 아니라 search입니다.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늘 쓰는 말, 우리 곁에 늘 놓인 말 중에서 지금 내가 표현하려는 것에 딱 맞는 말을 찾는 것입니다. 여기저기 두리번두리번 살피다 '이거다!'하는 것을 발견하면 그것을 그대로 들고 와 종이 위에 내려놓는 것입니다. 이게 카피입니다. 손이 아니라 눈으로 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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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 살림지식총서 369
박영은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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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이나 문학 등에 대한 말들은 독서가들이나 북클럽에서 자주 접해왔으나, 러시아 문학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옅은 지식만 가지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풍파가 많았던 삶과, 그 삶을 녹인 많은 작품들에 관한 이야기를 친절하기 풀어낸다. 유명한 러시아 문학의 대문호이자 죄와 벌 등 유명한 문학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도스토예프스키의 가족애와 로맨스가 담긴 인간적인 면모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종교적이고 중독적인 모습 등을 드라마처럼 이야기해주며, 그런 삶 속에 포함된 지나치게 잦은 지옥 같은 풍파들을 마치 영화를 보듯 그려내고 있어 영상을 보듯 흥미진진하게 읽어갈 수 있었다. 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삶에 비극이 찾아올 때마다 함께 미간에 힘이들어갔기 때문에 보는 내내 미간에 주름을 펼 시간은 거의 없었다. 





 결국 체포된 도스토예프스키는 최종 판결이 나기까지 8개월 동안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요새 감방에 구금되어 있었다. 토굴 감옥의 암흑에 파묻혀 지내야 했던 끔찍한 시간에 많은 구금자들이 자살을 시도하거나 미쳐 나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시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한층 더 강인함을 얻었다. 1849년 판결을 기다리며 감옥에서 쓴 메모는 그의 정신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인간 내부에는 인내와 생명의 거대한 저수지가 있다. 사실 그것이 이토록 크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난 이제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낙담한다는 것은 죄악이다. 나는 상황이 더 나빠질 거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난 지금 내 안에 고갈되지 않는 생명력이 비축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p. 22 

 


하지만 그 순간 그가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런 생각이었답니다. "만일 내가 죽지 않는다면 어떨까, 만일 생명을 되찾게 된다면 어떨까, 그것은 얼마나 무한한 것이 될까, 그리고 그 무한한 시간이 완전히 내 것이 된다면, 그렇게 되다면 나는 1분의 1초를 100년으로 연장시켜 어느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1분의 1초를 정확하게 계산해서 한 순간도 헛되어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는 겁니다. 


p. 27

 



저자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삶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도스토예프스키의 힘을 '강력한 낙관주의'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나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 심경이 '낙관주의'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적인 성향의 사람들,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심적으로 다치고 아플 수록 작업력이 오르는 그런 현상에 가깝지 않을까. 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 자신의 창작을 위해 일부러 이별을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스스로 고립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글에서 느낀 정신력은 최악의 상황에서 발휘된 작가적 관찰력으로 일상 생활에서보다 더 많은 소재와 캐릭터들을 얻을 수 있기에 자기도 모르게 생성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가족애와 작가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지만 과소비와 허세가 심한 사람이었고, 오랜 시간 빚에 시달렸으며, 도박에 빠져 없는 돈 까지 날리길 반복했다. 하루만에 돈을 다 날리고 아내에게 뻔한 변명이 담긴 편지를 보내고, 용서해 달라고 비열한 놈이라고 나무라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면서도 도박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돈을 잃으면 엉뚱한 구실로 아내의 발밑에 쓰러져 대성 통곡을 하고, 조금이라도 따면 온 세상을 차지한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고 한다. 도박 밑천을 구하는 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집을 거덜내야만 성이 차고 아내가 싫은 소리를 하면 자살하겠다고 위협하며 아내의 옷가지들 까지 전당포에 맡기며 도박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 찌질한 모습을 본 젊은 아내는 이상하게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현실적으로 인지하고 바꾸려 하지 않고 '돈을 잃었다'는 팩트보다 남편이 돈을 잃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며 그 아픔을 공감하고 슬퍼했다. 아내가 남긴 회고록에 도스토예프스키를 성인 같은 존재로 묘사했다는 부분에서 객관성을 잃었다는 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보다 더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부부 중 어느 하나도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어두운 면을 여과없이 보여주지만,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도스토예프스키를 "그는 도박을 위한 도박을 사랑했고, 그것의 저열함과 공포, 달콤한 고통을 사랑했다. 그의 본성은 항상 극단적인 감각들, 운명과의 한판 승부, 파멸의 전조 등을 필요로 했는지 모른다."로 표현하며 마치 그의 도박중독이 작가적 경험을 위한 것인 듯 이야기했으나, 시작은 그럴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중독된 이상 그건 과대포장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결과적으로 행운처럼 나타난 아내 '안나'로 인해 비극이 줄을 지었던 젊은 생애를 지나 밝은 노년으로 생을 마무리한다. 아버지와 형, 딸과 아들을 먼저 보내고, 사형집행을 경험하고, 간질에 시달렸으며, 도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으나 그 모든 어둠 들이 스스로가 가진 필력에 힘입어 문학적 작품으로 재탄생하여 한 시대의 획을 긋고 60세에 생을 마감했다. 늘 돈에 시달리고 심적 고통에 시달렸으나 그의 장례식에는 그에게 사랑을 표하려는 5만여 명의 대군중이 운집했다고 한다. 그의 고통과 절박함이 만들어낸 예술과, 그 작품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수많은 작가들과 독자들. 이 책으로 인해 그의 어두운 삶과 도박중독, 생각 없는 과소비 등을 알았기에 그의 삶이 존경스럽진 않지만 힘든 삶과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작품에 그대로 투영해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는 정말 대단하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작가로 살아왔다고 표현하기보다 작가로 태어났다고 표현하는 게 훨씬 잘 어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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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메이커 - 세상을 전복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변화의 창조자들
이나리 지음 / 와이즈베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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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취업이 힘들거나, 힘들게 들어간 직정에서 버티기 힘든 사람들은 다들 한 번쯤 창업을 생각할 것이다. 선택지가 없어서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이디어가 넘쳐서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누구든 시작함에 있어 당찬 포부를 가지고 시작하게 되지만 상상보다 더 힘든 현실에 매번 넘어지는 고배를 마셔야 하는 것 또한 창업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다소 어려운 분위기의 말로 시작하지만 크고 작은 어떠한 창업자라도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 준비 없이 시작한 나도 이 책으로 잊어버렸던 자극을 다시 얻은 것 같다.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사회를 위한 정말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일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독점해 이윤을 만드는 방법이기도 하다. 최고의 프로젝트는 다들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간과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덤벼볼 만한 무제는 아무도 해결해보려고 하지조차 않은 문제일 때가 많다."


"퍼스트 무버보다 라스트 무버가 돼라!" 

"특정 시장에서 마지막으로 훌륭한 발전을 이뤄냄으로써 몇 년, 심지어 몇십 년간 독점 이유을 누리는 것."

"틈새시장부터 장악한 뒤 차차 규모를 확장해 야심차고 장기적인 비전을 향해 나아가라."


그가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팀'이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이며, 무언가를 시작할 때 결정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는 것이다.  

- 페이팔. 피터 틸



 시장을 늘 관찰하고 새로운 시장을 찾아 독점하는 것, 끈기있게 밀고 나가는 것, 작지만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 성공한 창업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늘 비슷하다. 아주 기본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조건들. 중요한 건 늘 기억하는 것이다. 그들처럼 어떤 명확한 틀이 생기는 위치에 오를 때까지 늘 배우는 시장경제와 사람을 배우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드롭박스 창업자 드루 휴스턴도 MIT 졸업식 축사에서 피터 틸과 비슷한 말을 했다. 

"첫째, 테니스 공을 쫓아 목줄이 끊어지도록 달려가는 강아지처럼 꿈에 집중하라."

"둘째, 완벽한 삶이 아닌 재미있는 삶을 만들어라"

"셋째, 1분만 생각해 보라. 당신이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는 5명은 누구인가?"

휴스턴은 재능 또는 노력만큼이나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냐가 중요하며, 그것이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 곁에 있지는 않더라도 꿈꾸며 닮고 싶은 사람 또한 '당신의 인맥'이라고 강조했다.  -p.167



 저자가 강조한 것은 세 번째 대목이었다. 인맥.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학창시절부터 각종 모임과 동아리, 동호회, SNS, 인턴, 학원, 어학연수 등 갖은 경로로 인맥을 열심히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는 그런 인맥관리에는 너무 재능이 없어 이 책에서 인맥, 사람에 관한 부분이 나올 때마다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구절처럼 곁에 있지 않더라도 늘 닮고 싶은 롤모델을 찾고, 쫓으며 노력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한 발전도 인맥으로 인한 것이라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인물은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온라인쇼핑몰의 대부분의 기능은 아마존닷컴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그는 평판관리와 고객 수 늘리기에 강박적으로 매달렸고, 악착같이 돈을 아꼈다. 낡은 문짝으로 만든 책상을 부서질 때까지 쓰고 사무실 공간이 부족하면 주차장에서 일을 할 정도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대 경쟁자보다 9배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10퍼센트만 더 잘하면 된다."


그리고 졸업앨범 사진 옆에는 이런 인용구가 적혀있다고 한다.


"우주는 우리에게 '노'라고 말한다. 우리는 온몸으로 저항하며 '예스'라고 외친다!" 



 준비 없이 시작한 일에 무게감을 느끼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이 책은 2016년에도 힘을 잃지 않고 노력하고 도전하게 해줄 원동력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더 마음에 든 점은 관심있었던 이케아 창업자나, 샤오미, 아마존, 이베이, 알리바바 등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참고문헌이 잘 정리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창업을 생각하거나, 이미 시작했으나 밤마다 답답하고 고민이 많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내어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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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 - 나이들수록 아름다운 프랑스 여자들의 비밀
미레유 길리아노 지음, 박미경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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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늙는다'는 건 어떤 걸까. 언젠가부터 잘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적인 모습만이 아닌 내면적으로도 당당하게. 늙으면서 외로움을 많이 타거나 오히려 아이가 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모든 부분에서 괴롭지 않고 자립적인 노년을 맞이할 수 있었으면 하고 막연한 꿈을 꾸게 되었다. 프랑스란 곳은 나에겐 꽤나 생소한 곳이라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고 이국적인 프랑스 어느 동네의 화려하지 않지만 멋스럽게 나이든 중년의 여자를 상상하며 읽기 시작했다. 아마 누구나 잡지나 티비에서 본 적이 있는 그런 분위기일 것이다.



 에세이류의 책일 것이라 생각한 이 책은 사실 실용서에 가까운 것 같다. 저자가 알려주고 싶은 프랑스 여자의 모든 생활방식이 다 나열되어 있다. 마음가짐, 패션, 운동, 요리, 피부관리 등 챕터별로 나눠져있어 학습하는 느낌이 강한 책이었다. 


 한국에도 치열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여자들이 많다. 아마 이 책에서 말하는 프랑스 여자와 한국의 그런 여자들과의 차이는 성형의 유무에서 많이 갈리지 않나 생각한다. 저자는 아시아 사람들이 성형을 많이하고, 미국도 보톡스를 맞는 사람들이 많지만 프랑스의 여자들은 성형이나 보톡스를 맞는 사람들은 현저히 적다고 말한다. 주름을 펴고 어딘가를 인위적으로 고치는 것보다 기본적인 피부관리나 식이요법, 운동에 더 집중하여 건강과 자기관리를 하고 내면적인 당당함으로 나이가 들수록 성숙미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자외선차단제나 아르간오일 등 우리나라 여자들도 신경을 많이 쓰는 스킨케어법부터 헤어관리나 프랑스 여자들의 힐링푸드 레시피 등 참고할 수 있는 자료들이 상세히 나와있어 필요할 때 꺼내어 두고두고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실 패션에 관해서는 조금 어려웠다. 첫인상에 있어 헤어와 신발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기억에 남았으나, 명품이나 브랜드 등을 중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난해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이가 들어 좋은 옷 좋은 신발을 신고 멋있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나이가 들수록 브랜드보다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 원하는 대로 입고, 장식하며 자신을 연출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여자들은 바게트를 살 때도 단장을 하고 나가고, 40대가 넘어 자신을 놔버린 듯 살이 찌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여성성을 포기한 것처럼 살아가는 것을 비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외면과 내면을 다 챙길 수 없는 상황의 여성들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여자들은 외면에 신경쓰거나 힘을 쏟지 않더라도 내면만은 아름답고 건강하게 지켰으면 한다는 거다. 



 책에서 나온 프랑스여자들의 수많은 젊음의 비결들을 생각하니 역시 중년 이후의 우아함이나 젊음은 꾸준한 자기관리에서만 나오는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꾸준함, 부지런함이다. 부지런하게 운동하고, 피부를 관리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며, 좋은 생각을 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취미를 즐기고, 일을 하며, 많이 웃는 것. 아주 기본적인 것처럼 쉽게 들리지만 사실 가장 힘든 것들. 이런 것들이 충분히 삶에 투여되어야만 끝까지 젊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늘 자신감과 동심을 잃지 않는 것. 아주 많은 실용적인 팁이 들어있는 책이었지만 나는 가장 중요한 '부지런함만이 젊은 노년을 만든다'라는 핵심만 오래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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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사랑
쯔유싱쩌우 지음, 이선영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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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생각보다 파격적인 장면으로 처음을 시작한다. 짝사랑으로 자살을 시도한 여동생. 연인과의 이별도, 짝사랑한 사람에게 당한 거절 때문도 아닌 상대는 전혀 모르는 일방적이고 광적인 짝사랑. 그 짝사랑의 상대는 마치 유명 연예인 같은 모두가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환상속의 왕자님인 재벌가의 아들. 시작은 파격적이었으니 재벌가 상속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이라는 한국에서는 다소 흔한 스토리로 이어질 것 같아서 초반엔 김이 살짝 샜었다. 자살시도를 한 동생을 돌보려 그 상속자를 여러 번 만나다 결국 인연의 끊이 엉뚱하게 이어져버린 언니와 재벌남. 바람난 남편 때문에 이혼한 언니인 여주인공과 재벌가에서 생존을 위해 일에만 빠져 살고 있는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한 재벌남. 그 여주인공 곁에 그림자처럼 늘 붙어 웃음을 주는 한 남자. 되돌아오고 싶어하는 전 남편. 그리고 광적인 짝사랑이 사그라드는 듯이 보였으나 속으로 점점 더 깊게 끓고 있었던 여동생. 이 모든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엉켜있는 스토리들은 한국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로맨스와 막장스토리의 총집합인 것처럼 보여졌다. 이게 뭐야! 막장이네! 싶지만 계속 눈이 가는 이야기. 그런 중독적인 끌림 때문에 한 번에 제법 두꺼운 책을 쉽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중국소설이지만 한국드라마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한국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구나."라거나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내가 초반에 "너무 한국 드라마 같잖아."라고 혼잣말을 한 것을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

 이 책이 진부한 한국드라마와 다른 점이라면 여자 주인공이 제법 독립적이라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독립적이고 강하고 자존심 센 여자주인공을 보여주다가도 결국 가난한 현실에 무너지거나 약한 모습을 보여줘서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자주인공의 직업인 변호사를 이용해 재벌가처럼 부자는 아니지만 능력있고 유능한 모습을 한껏 보여준다. 내면적으로 강한 여자인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았다. 단지 자신을 조금 내려놓고 상대에게 기댈 수 있는 마음적인 여유가 적어 보였다. 그건 전 남편과의 이혼절차를 밟을 때도 드러난다. 절대 남편 앞에서는 울지 않았던 그녀는 이혼절차가 끝난 후 혼자 탄 비행기에서 장작 두 시간을 목놓아 울었다. 아무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성격. 누군가 놀리거나 짓밟으려 하면 더 강해지는 성격. 언제나 혼자 해결하고 혼자 일어서려고 하는 어쩌면 습관적인 그런 모습에서 내 모습이 생각나 그녀가 측은해지기도 했다. 


그,

 이 책을 읽으면서 시크릿이나 내 이름은 김삼순 등 많은 한국 드라마가 생각났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남자의 성격에서 500일의 썸머의 수동적인 남자 주인공이 떠올랐다. 완벽한 것 같지만 무엇 하나 잃고 싶지도 않고 겁도 많은 이 재벌가 남자는 내 눈에는 그저 어린아이 같아 보일 뿐이었다. 그녀에게 흔들려 찔러보긴 했지만 결국 둘이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도 용기를 낸 그녀 때문이었고, 그녀가 그를 향하면서 위험한 외줄타기를 하는 동안 그는 가진 것을 꼭 붙든 채 방관했다. 가끔 어줍잖은 질투만 했을 뿐. 오른손에 쥔 재벌가상속자 자리도, 왼손에 진 홍콩 상속녀와의 결혼도 놓지 못하고 꼭 붙잡고는 그게 마치 당연한 것인냥 기다려달라는 뻔한 말로 그녀만 희생시켰다. 그게 진심이라 해도 정혼자와 연인에게 큰 상처를 주는 것이고, 거짓이라해도 같은 것인데 마치 숙제가 많은 어린아이가 이것만 다 하고 가지고 놀아야지 하고 아무도 못 가지고 놀게 숨겨둔 장난감인 것처럼 그녀를 대했다. 그 사이에서 정혼자는 모든 걸 다 가진 자의 여유로 지켜보고 있었겠지. 나는 이 못난 재벌가 남자주인공의 찌질함이 너무 싫었다. 욕심을 버리지도 못하고 마음을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울고만 있는 꼬맹이 같은 남자. 그 스트레스를 자해로 푸는 것까지 아주 찌질함의 끝을 보여주는 듯했다. 돈이 환경은 만들겠지만 돈이 사람을 만들지는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사람,

 어느 드라마처럼 이 여주인공도 만인의 사랑을 받는 여자다. 독립적이고 능력있고 까칠한 매력까지 있어 이 책에서 누구 하나 그녀를 싫어하지 못한다. 상속녀와의 혼사를 망칠까 우려하는 재벌가 회장 빼고는. 그녀는 일에서 늘 칭찬을 듣고 능력을 인정받는 유망한 변호사이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런 그녀도 어쩔 수 없는 흔한 여자였다는 것에서 조금 힘이 빠졌다. 그게 현실이고 사실적인 것이지만 책 속에서만은 조금 더 멋있는 여자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녀의 곁에서 늘 있는 듯 없는 듯 맴돌며 도음을 주고 웃음을 주는 동료와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어하는 바람났던 전남편, 친구가 된 재벌남의 수행비서까지 너무도 드라마틱하게 그녀의 주위에는 그녀를 아끼고 도와주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물론 지나치게 독립적인 그녀는 속으로만 앓기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했지만. 진정한 사랑이었든 아니든 그 돈 많은 찌질이가 인생에서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충분히 멋있고 행복하게 살 거라 나는 생각했다. 




비극, 새로운 시작 

 엔딩의 비극은 예상과 닮았고,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처음과 끝이 묘하게 이어져 중간의 모든 이야기들이 그저 판타지동화의 한 장면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다. 드라마와 달리 둘은 각자의 현실을 살게 된다. 미련은 그저 미련으로 남긴 채. 둘 중 누가 더 행복할까 생각해보면 더 비극적인 현실을 맞이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주인공이 더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녀는 그래도 마음이 가는 대로 표현하며 살 수 있는 사람이니까. 


 책을 다 읽고 중국에서 영화화된 작품의 예고편을 찾아보았다. 송승헌과 유역비가 연인이 되게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예고편에서의 여자는 내가 책 속에서 본 여자와 많이 달랐다. 아직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아마 아주 드라마티하고 애절한 러브스토리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예상된다. 마음을 다할 줄 모르는 남자, 돈만 쓸 줄 아는 남자와 마음을 담아둘 줄 아는 여자, 자존심 강하고 독립적이지만 딱 그정도의 스스로에 대한 용기만 가진 여자. 둘 다 사랑에 있어선 한 걸음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겁쟁이고 현실에 맞춰사는 사람들이라 현실적이라고 말하긴 힘든 재벌가 러브스토리이지만 뻔한 한국드라마들 보다는 재법 현실성을 많이 부여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가끔 격하게 표현된 사랑장면이 오글거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잘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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