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에필로그(칼라일)




 

 

200년을 혼자 살았다. 난 가족이 필요했다. 그때 에스미를 만났다. 처음엔 죽어가는 그녀가

안쓰러워 변화를 시켰다. 하지만 점점 뱃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하는 에스미의 푸근함에

끌렸다. 에스미는 곧 에드워드를 낳았다. 에스미를 빼닮은 에드워드도 사랑스러웠다. 우린

화목한 가정이 되었고, 행복했다. 하지만 곧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로 변화를 했다. 에스미는

그런 에드워드를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에스미를 사랑했다. 에스미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에스미를 사랑한 에드워드도 사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에스미를 잃었다. 분했다.

당장이라도 늑대들에게 달려가 그들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난 에드워드를 지켜야 했다. 아니, 에드워드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종족을 지켜야했다.

에스미를 잃고 한참을 집중 할 수 없었다. 매일을 멍하니 일을 했다. 그러다 술이 생각났다.

퇴근할 때 편의점에 들려 싸구려 양주 한 병을 샀다. 집에 도착해서 잔에 얼음을 채우고

양주 한 컵을 따랐다.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눈을 감았다. 에스미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에드워드가 들어왔다. 내 앞에 한목음도 마시지 않은 양주를 보며 놀란

눈치였다. 에드워드가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미안해요 칼라일..”


 

요즘 에드워드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이었다. 난 그런 에드워드를 달래주었다. 에스미를

닮은 에드워드. 난 에스미를 사랑하는 만큼 에드워드를 사랑했다. 물론 앨리스와 에밋,

로잘리와 재스퍼 역시 사랑한다. 하지만 에스미를 닮은 에드워드에게 좀 더 애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새벽같이 출근을 했다. 요즘은 새벽같이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날 보는

간호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괜찮다는 말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에드워드에게 이상이 생겼다. 재스퍼에게 업혀 온 에드워드는 금방이라도 숨을

멎을 듯 불필요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칼..라일..내게..무슨 일..이?”


 

에드워드가 힘겹게 물었다. 난 머릿속에 드는 불길한 생각을 확인 해야만 했다. 베란다로

나가 빠르게 핸드폰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다 가기 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아로님...”

“무슨 일인가? 칼라일?”


 

난 볼투리가의 아론님께 지금 있는 상황을 천천히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성’



 

 

 

에드워드는 ‘완전체’가 아니라 했다. 에드워드의 몸에는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이제

‘각성’을 하게 되면 더 강해진 ‘완전체’가 될 것 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유혹에 약해진다는

점 이었다. 에드워드에게 말해 줘야했다. 그리고 벨라가 생각이 났다. 언젠가 에드워드가

흥분해서 에스마와 나에게 말해줬던 인간인 ‘벨라’라는 아이.. 그리고 그 인간을 사랑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이 함께 스쳐갔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에스미를 잃은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벨라랑은 잠시 멀리 해야겠다 에드워드”


 

그리고 에드워드에게 ‘각성’이란 것을 설명해 줬다. 에드워드는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다.

나 또한 괴로웠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에드워드는 잘 견뎌내고 있었다. 그날은 유난이

일이 일찍 끝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드워드 방으로 올라갔다. 에드워드는 세 번째로

손가락을 분지른 상태였다. 난 한숨을 쉬고 붕대를 들고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에드워드..아무리 금방 아문다지만 그만 했으면 좋겠구나”

“죄송해요 칼라일”


 

난 에드워드의 손가락을 붕대로 감았다. 붕대를 다 감자 에드워드는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칼라일..제가 이성을 잃으면 절 죽여주세요”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말에 난 혼란스러웠다. 두려웠고, 그리고 망설였다. 과연 에드워드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야 했다. 물론 에드워드가 ‘각성’을 한다면 위험할 것이다. 에드워드는

우리 가족 중에서 아니 현존하는 뱀파이어 중에서 가장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난 내 아들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부탁....할게요 칼라일”


 

에드워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어떻게 하면 저 약한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에스미..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


 

오랜만에 가족들과 사냥을 나왔다. 에밋과 제스퍼, 에드워드는 내기를 했다. 상품은

‘소원’이었다. 난 불길한 예감에 반대를 해야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에드워드의 밝은 모습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3마리면 충분했던 에드워드가 10마리째 사냥을 하고 있었다.

난 에드워드에게 달려갔다.


 

“에드워드..그만”


 

내 말에 에드워드는 달리던 걸 멈췄지만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아직 갈증이 줄어들지 않았어요.”


 

에드워드가 말했다. 난 그런 에드워드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냥은 끝이 났고,

에드워드의 승리였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에드워드의 ‘소원’을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내 ‘소원’은.. 벨라를 만나러 가는 거야”


 

에드워드의 소원에 에밋이 일어나 고작 그것뿐이냐며 소리 쳤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어떤 맘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죽음’을 원했다.

우리 가족 모두 말렸지만 에드워드는 고집이 쌨다.


 

-


 

벨라의 집 앞에서 에드워드는 한참을 고민했다. 초초한 에드워드의 모습에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벨라가 도착했고, 에드워드의 처음 보는 모습에 벨라는 당황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났다. 벨라가 자신의 목에 상처를 냈다. 에드워드가 달려갔다. 막기엔

이미 늦었다. 뒤늦게 에드워드에게 달려갔지만, 에드워드는 너무 쌨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정신을 차렸고 벨라는 싸늘하게 죽었다. 에드워드의 슬픈 메아리가 내 마음에 울렸다.


그리고 난 결정을 해야 했다. ‘죽음’을 원하는 에드워드.. 망설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을

죽여야 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이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이었다. 난 눈을 감았다.

에드워드는 벨라의 옆에 가만히 누워 벨라만을 바라봤다. 난 에드워드에게 달려갔다.


 

“고마워요 칼라일..그리고 모두에게 미안해요”


 

그게 에드워드의 마지막 말 이었다. 그렇게 에드워드는 죽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우린 포커스에서 알레스카로 이사를 왔다. 에밋과 로잘리

재스퍼와 앨리스는 여기서 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다. 난 여전히 작은 병원에서 의사를

하고 있다. 우린 달라진 거라곤 에스미와 에드워드가 없다는 것 뿐.. 오늘도 난 구름에

가려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들은 잘 살고 있을까? 에드워드는 벨라와 만났을까?

에스미는 잘 지낼까? 그들은 행복 할까? 난 텅 빈 가슴을 양팔로 안았다.



난 그들이 너무 보고 싶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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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34(완결)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태양 나의 공기 나의 전부 벨라



 

 

“벨라...제발 벨라..”


 

벨라의 숨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결국 난.. 벨라를 구할 수 없다. 결국 난..

벨라를 죽일 것이다. 꿈이 아닌 현실 이었다. ‘그것’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웃어 댔다.


 

“흑.. 에드...워..드.."


 

벨라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제발 벨라.. 벨라의 심장 소리가 작아지기 시작했다.


 

“벨라..미안해 벨라..”


 

난 벨라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벨라의 온기가 사라지고 점점 차가워 졌다. 벨라는

감기는 눈을 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눈동자로 나를 찾고 내 모습을 눈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벨라의 눈에선 눈물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에..드워..드..”

“그만말해 벨라.. 칼라일..칼라일..!”


 

난 칼라일을 불렀다. 시선은 벨라에게 고정된 체로 칼라일을 불렀다. 칼라일은 나에게

뛰어왔고, 벨라의 손목을 잡았다. 그리곤 입술을 깨물었다.


 

“에드워드..”


 

칼라일이 말을 잊지 못했다. 난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제발..칼라일..”

“미안하구나..에드워드..”

“아....아!!!!!!악!!!!!!!”


 

난 벨라의 품에 내 얼굴을 묻고 소리를 쳤다. 진작.. 벨라의 말을 듣고 그녀를 변화시켜

주지 못 한 걸 후회했다.


 

“사..랑해...에드...”

“나도 사랑해 벨라..미안해 벨라...”


 

벨라가 희미하게 웃었다. 벨라가 숨을 쉬기 위해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벨라는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했다. 나의 벨라.. 난 결국 벨라를 지켜내지 못했다. 결국 내 손으로 벨라를

죽이고 말았다. 나의 모든 것을 내 손으로 끝내고 말았다. 내 눈은 황금색으로 빛이 났다.

그 풀리지 않던 갈증은.. 벨라로 인해 멈췄다. 참을 수 없었던 욕구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가슴은? 마음은? 나는? 사랑하는 여인을 내 손으로 죽인 파렴치한 살인자

저주받은 뱀파이어, 용서 할 수 없는 에드워드 컬렌. 그게 지금의 나였다. 난 차갑게 식은

벨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가운 벨라의 볼에 키스를 하고, 파랗게 식어버린 벨라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벨라의 하얗게 질린 목엔 선명한 나의 이 자국이 있었다. 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벨라만 바라보고 있었다. 차라리 내가 벨라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벨라는 지금 쯤 행복 했겠지? 지금 쯤 숨을 쉬며, 학교에 가고,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함께 있었겠지? 나만 만나지 않았더라면.. 난 왜 이렇게 불행만 안고 다닐까?


 

“에드워드..”


 

앨리스가 다가왔다. 살며시 내 어깨를 감싸 안아줬다. 앨리스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처참한 결과를 나았다. 벨라를 살리기 위해 이별을 택했지만,

그건 결코 답이 아니었다. 내 선택이 어떻든 벨라와 난 서로 없으면 살지 못했다.

나의 이기적인 생각이 결국 벨라를 끝으로 몰아냈다. 난 다시 벨라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벨라.. 곧 따라갈게..”

“에드워드!”


 

내 말을 들었는지 칼라일이 소리쳤다.


 

“약속 했잖아요..칼라일.. 내 ‘소원’을 들어 줘야죠.”


 

난 벨라에게 시선을 때지 않았다.


 

“난 벨라 없인..살 수 없어요. 알잖아요. 칼라일..”


 

난 고개를 들어 칼라일을 바라봤다. 이미 결정했던 일이다. 망설일 필요 없었다. 이미

벨라는 떠났고, 나에게 ‘영혼’이란 게 존재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난 벨라를 따라 가야만 한다.

난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 아마 ‘각성’을 하게 되면 자제력 따윈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벌써 내 몸은 변하고 있었다. 벨라의 피를 마시는 순간부터 ‘그것’이 뛰쳐나오고 있었다.

몇 분 후면 늦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것’을 막고 있는 게 전부였다.


 

“칼라일.. 몇 분 후면 난 ‘각성’해요”


 

내 말에 칼라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난 삐딱하게 웃었다. 언젠간 벨라가 내게 말한 적이 있었다.


 

‘에드워드 난 네 삐딱한 웃음이 좋아..’


 

수줍게 말하던 벨라의 모습이 떠올라 나의 심장을 찔렀다.


 

“에드워드..”

“제발..제발요!!”


 

내가 소리 질렀다. 제발 칼라일.. 내 ‘소원’을 들어줘요..


 

“그걸로 되겠니? 넌 그걸로 만족해?”

“로잘리.. 미안해.. 난..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우린 널 죽일 수 없어!”


 

옆에 있던 재스퍼가 소리쳤다. 인간들이 만들어 낸 ‘전설’처럼 빛에 타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장에 말뚝을 박는 것만으로도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간단할까?

하지만 그건 ‘전설’에 불과 했다. 우린 그렇게 간단히 죽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나의 ‘가족’

에게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들어 주지 않을 것이다. 난 눈을 감았다.


 

“칼라일.. 난 ‘각성’하면 내 ‘가족’을 제일 먼저 죽일 것이에요.”


 

내 말에 칼라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어깨를 잡아주던 앨리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 그런 끔찍한 걸 시킬 샘이에요?”


 

칼라일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짐 한듯 눈을 감았다.


 

“고마워요 칼라일..그리고 모두에게 미안해요”


 

난 벨라를 살며시 눕혔다. 그 옆에 나도 따라 누었다. 벨라는 잠든 듯 편안한 표정이었다.

난 벨라의 손을 살며시 잡았다. 눈을 감을 순 없었다. 벨라의 모습을 한 시라도 놓치기

싫었다. ‘죽음’이라는 순간에도 난 벨라의 모습만을 바라보고 싶었다. 나의 벨라..






 

 

 

 

 

 

 

세 가지는 아주 확실했다.


 

첫째, 나는 뱀파이어였다.


둘째,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나의 일부는 벨라의 피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셋째, 나는 돌이킬 수 없이 무조건적으로 벨라를 사랑하고 있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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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33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태양 나의 공기 나의 전부 벨라





 

 

난 이 완벽한 ‘가족’앞에 무릎을 꿇었다. 앨리스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 내 하나뿐인 동생 에드워드.. 꼭 이래야만 하겠어? 꼭 이렇게 극단적일 필요 있어?”


 

앨리스가 날 설득 시키려 했다. 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정했다. 난 손을 들어 앨리스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고개를 저었다.


 

“미안 앨리스.. 난.. 에드워드이고 싶어”

“아 내 동생.. 내 사랑하는 동생..”


 

난 에드워드이고 싶다. ‘각성’해서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이미 그들은 소중한 걸 잃었다. 또 다시

나 때문에 아파하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미안해 앨리스... 사랑해 앨리스.. 난 앨리스를

일으켜 세웠다. 난 살짝 앨리스를 향해 웃었다. 내 웃음이 슬퍼 보였을까? 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보였을까? 내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기분이었다. 난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요 며칠간 ‘그것’의

무차별적이고, 잔인함을 보았다.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에드워드 컬렌’으로 기억

되고 싶었다. 인간적인 뱀파이어.. 인간이 되고 싶어 한 뱀파이어.. 인간을 사랑한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 그것이 나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





 

 

난 유난히 멋을 냈다.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벨라에게 보일

마지막 모습. 벨라는 많이 울겠지? 벨라가 날 잡을까? 벨라가 필사적으로 날 잡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



 

벨라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난 집 앞에 서있었다. 바닥을 발로 긁었다. 나의

‘가족’들은 나무 뒤쪽에 숨죽이고 숨어있었다. 난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이네 굵어 졌다. 벨라의 트럭소리가 들렸다. 난 천천히 시선을 길 쪽으로 돌렸다. 벨라의

눈이 커지더니 금방이라도 눈물 흘릴 듯 한 표정으로 차를 주차 시켰다. 그리곤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한참을 자신의 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천천히 벨라의 트럭으로

다가갔고, 운전석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벨라의 향기가 진하게 흘러 나왔다. 난 호흡을

멈췄다.


 

“Hi Bella"





 

 

 

벨라는 여전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가만히 벨라를 보고 있었다. 벨라가

조심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뭔가에 겁을 먹은 듯 한 표정이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이 작은 어깨를 감싸주고 싶었다. 키스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난 주먹을 말아 쥐었다. 참아야 했다. 난 참아내야 했다. 난 문에서 살짝

뒤로 물러났다. 벨라가 운전석에서 나오다 그만 발을 헛디뎠다. 난 잡아줄 수 없었다.

벨라는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내 반응에 벨라는 놀란 눈치였다. 난 그런 벨라를

두고 숲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벨라가 느린 걸음으로 따라왔다. 얼마나 들어 왔을까?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덕분에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기는 차가웠다.


 

“에드워드 잘 지냈어?”


 

벨라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벨라의 목소리가 떨고 있었다. 나의 벨라.. 뒤를 돌아 벨라를

바라보고 싶었다. 난 벨라를 등진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에드워드.. 난 걱정했어.. 잠을 잘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수업도 집중이 안 됐어”

“그래서?”


 

벨라.. 왜 그랬어. 내 걱정 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에드워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아파.. 마음이 너무 아파 벨라..미안해 벨라.. 정말 미안해..


 

“에드워드? 왜..그래?”

“별일 아니야”

“그럼 왜 그래 에드워드? 난 네가 그리웠어.”


 

나도 네가 그리웠어. 언제나 네게 달려가고 싶었어. 너의 품에 안겨서 위로 받고 싶었어.

너의 향기, 너의 손가락, 너의 입술, 너의 숨결 뭐든 게 그리웠어. 지옥에 가더라도 널

만나고 싶었어. 벨라...




 

“...네가 지겨워”


 

나에겐 너 뿐이야..벨라.. 너만 생각하면 난 꼭 인간이 된 기분이야..


 

“뭐..? 거짓말..이지?”

“아니 내가 뭐 때문에 너 따위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지?”


 

나의 벨라.. 미안해..


 

“우리 그만 만나자 벨라”


 

벨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벨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만 있다면

난 더 이상 벨라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됐을까?


“내가.. 인간이라 싫은 거야? 내가 로잘리처럼 앨리스처럼 너처럼..아름답지 않아서 지겨운 거야?”


아니야..벨라 넌 인간이던 아니던 그 무엇이었던 가장 아름다워..


 

“그래 벨라.. 난 100년을 넘게 살았어. 너 따위 인간이 넘볼 존재가 아니라고”

“거짓말”

“사실이야 벨라”


 

나 따위 저주받은 존재가 널 가질 순 없어.


 

“내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고 그래서 그래?”

“난 네가 싫어”

“이젠..안 그럴게 에드워드.. 내가 잘못했어..”


 

아니야, 벨라 네 잘못이 아니야.. 제발 벨라.. 날 미워해..


 

“에드워드.. 떠나지 마.. 널 위해 뭐든지 할게..네가 인간으로 남으라면 그렇게 할게..”


 

벨라가 눈물을 흘렸다. 당장이라도 용서를 구하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난 너 따위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

“그럼 내 눈을 보고 말해 에드워드!”


 

벨라가 소리쳤다. 난 벨라의 목소리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벨라를 향해 돌아섰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눈을

떴다. 그리고 벨라의 손에서 드르륵 하는 쇳소리가 났다.


 

“네가 없는 난.. 살아갈 수 없어 에드워드”


 

벨라의 손에 날이 선 커터 칼이 들려있었다. 벨라는 양 손으로 칼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벨라 당장 내려놔”

“아니 에드워드.. 난 이미 죽었어. 네가 없는 난 죽은 목숨이야..”

“벨라! 제발!”

“차라리 내 피를 마셔. 네 손에 죽는다면 난 괜찮아..”

“안돼!”


 

벨라가 자신의 목을 커터 칼로 살짝 그었다. 칼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 빨간 피가 방울방울

올라왔다. 벨라의 향기가 내 온몸을 감쌌다.







 

 

 

 

 

‘라 투아 칸탄테’






 

 

 

 

‘그것’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미 이성은 끊겼다. ‘각성’을 준비하고 있던 내 몸은 벨라의

피에 극하게 반응했고, 어느새 내 몸은 벨라를 향해 뛰어갔다. 벨라의 목엔 이미 내 이가

박혀 있었고, 목구멍으로 나를 매혹하는 그 새 빨간 것들이 흘러 들어왔다. 멈춰야해..

당장 멈춰야해.. 멈춰야해.. 멈춰야해..


 

‘큭큭큭큭’


 

‘그것’은 나를 조롱하듯 웃었다. 난 멈출 수 없었다. 칼라일이 뛰어왔다. 에밋과 앨리스도

뛰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날 막기엔 약했다. 꿀꺽... 두근... 꿀꺽... 두근...


 

‘크하하하.. 에드워드 마셔.. 끝까지 마셔.. 큭큭..하하하’


 

‘그것’이 승리 한 듯 웃었다. 벨라의 향긋한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 갈수록 벨라의 기억들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다. 5살의 벨라.. 8살의 벨라.. 10살의 벨라.. 르네와 찰리도 보였다.

제이콥의 모습도 보였고, 그리고 내 모습만 가득했다. 벨라의 기억 속엔 나로 가득 했다.


 

“으아아아!!!!!!!”


 

내가 누군지 기억을 해냈다. ‘에드워드 컬렌’ 내가..지금 뭘 한 거지? 내 품에 안겨있는

벨라가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손을 축 늘어트린 체.. 내가 무슨 짓을?


 

“벨라..?”

“에...드..”


 

 

벨라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덜덜 떨리는 벨라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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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32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하루하루 지날수록,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바짝바짝 마르는 듯한

그 느낌은 매우 나빴다. 난 침대에 누워 천장만을 바라봤고, 간간히 느껴지는 인간의 피

냄새가 내 속에 들어와 있는 ‘그것’을 자극했다. 난 ‘그것’을 억누르기 위해 내 손가락을

세 번째 부러트리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칼라일이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저으며 다가왔다. 내 부러진 약지손가락에 붕대를 감아 줬다.

 

“에드워드.. 아무리 금방 아문다지만 그만 했으면 좋겠구나.”

“죄송해요 칼라일”

 

난 그렇게 대답을 하고 눈을 감았다.

 

‘큭큭 에드워드 소용없어’

 

닥쳐..

 

‘벨라가 보고 싶지?’

 

....

 

‘나도 벨라가 보고 싶은 걸?’

 

닥쳐.. 너 따위가.. 감히..

 

‘큭큭.. 네가 강해졌으면 좋겠어. 에드워드’

 

...

 

‘그래야 내가 즐겁지..큭큭’

 

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먹을 말아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고, 손톱 안으로

내 차가운 피가 스며들었다. 그와 함께 역한 냄새가 내 후각을 마비 시켰다. 난 배란다

문을 열고 바람을 느껴봤다. 비가 오고 있어 바람은 무거웠지만, 내 머리를 조금이나마

맑게 해주기엔 충분히 상쾌했다. 벨라를 못 본지 어느 덧 일주일째다. 벨라에게 전화가

오지만 난 받지 않았다. 벨라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그것’이 튀어나올 것 같아 무서웠다.

 

“벨라..”

 

내가 낮게 중얼 거렸다. 칼라일은 내가 각성한다 했다. 완전체가 아닌 나는 각성을 하게

되면 우리 가족 아니, 어쩌면 현존하는 뱀파이어 중 가장 강하고 가장 욕구에 약한

뱀파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했다. 강해지는 건 좋은 일이다. 나도 원하는 일이다. 그만큼

강해지면 벨라를 지킬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만큼 욕구에 약하다는 건, 벨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벨라를 지킬 수 없다. 내가 벨라를 죽일 수 있다. 난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 대고 욕지거리를 하고 싶었지만 이번은 하늘이 문제가 아닌 나 자신의 문제였다.

 

“칼라일.. 제가 이성을 잃으면 절 죽여주세요.”

“에드워드!”

 

난 창문을 닫고 칼라일에게 몸을 돌렸다. 칼라일의 얼굴은 두려움과, 혼란, 망설임, 같은

것들이 뒤엉켜 있었다. 난 칼라일을 향해 웃어 보였다.

 

‘에드워드.. 쓸 때 없는 생각은 하지 마’

 

‘그것’이 낮게 경고했다. 난 피식 웃었다. 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넌 날 떠날 수 없지?

넌 나라고 했지? 그럼 널 없앨 수 있는 방법은 그리 어려운 게 아니지?

 

‘맞아 에드워드.. 하지만 넌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해’

 

후..과연 그럴까? 난 어느새 ‘그것’과 이야기를 했다.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한결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었다. 예전엔 ‘죽음’이란 것에 매우 불안감을 느꼈다. ‘불멸’한

뱀파이어가 ‘죽음’을 두려워하다니 아이러니한 이야기였지만, 난 ‘죽음’을 매우 두려워했고

또한 매우 원한 것 중에 하나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는 이유 따위도 없었고

재미도 없었다. 항상 지루했고, 항상 의미 없었다. 하지만 벨라를 만난 1년도 안된

이 시간이 나를 바꿔놓는 커다란 무엇이 되었다. 벨라라는 사는 이유가 생겼고, 재미도

생겼다 ‘벨라’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그 기나긴 밤은 순식간에 지나갔고, 다음 날 뜨는 해가

반갑기까지 했다. 세상에 날 내놓는 것이 당당했고 자랑스러웠다. 벨라는 나에게 사랑하는

‘여인’ 이라는 말로 부족했다. 벨라는 나의 공기이며 태양이며, 나의 모든 것 이었다.

그 모든 걸 내 손으로 깨버릴 위기에 처했다. 빌어먹을 ‘운명’ 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

벨라만 지킬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그거면 충분했다.

 

“부탁...할게요 칼라일..”

 

난 다시 한 번 칼라일에게 강조했다. 아마 칼라일은 들어주지 않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난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아니.. 얼마나 더 벨라를 사랑 할 수 있을까?

답은 하나였다. ‘난 오래 살 생각이 없다’ 그것이 내가 정한 답이었다. 웃음이 세어 나왔다.

마음이 아파왔다. 난 가슴을 양팔로 감싸 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자..그럼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난 벨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칼라일.. 사냥을 가야겠어요.. 아주 많이 사냥을 해야겠어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칼라일은 방을 나갔고, 이내 사냥을 가기위해 1층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나 혼자 가는 건 불안전했다. 언제 이성이 끊기고, 언제 각성할지 모르는 일이다.

만약 내가 혼자 있을 때, 각성하는 날이면 그 주변의 인간들은 모두 죽고 말 것이다.

그래도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한다. 내가 ‘죽음’을 맞이할 땐 내 '가족'이 함께 할 것이다.

난 외롭지 않을 것이다. 두렵지도 않을 것이다. 다만, 벨라가 걱정될 뿐이다. 칼라일이

1층에서 나를 불렀다. 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에드워드..네 뜻대로 될 수 없어’

 

난 ‘그것’의 말을 무시했다. 나는 곧 에밋의 차에 몸을 실었다. 운전하는 걸 좋아하는

나지만 지금은 위험했다. 조심해야 했다. 나에게 자극적인 건 뭐든 할 수 없었다.

운전을 하는 일도, 스피드를 즐기는 것도, 벨라를 만나는 것도 모두 나에겐 위험했다.

어서 이 위험한 일을 끝내야 했다. 난 차의 가죽 시트에 몸을 깊숙이 넣었다. 그리곤

눈을 감았다. 차에 타고 있는 에밋과 로잘리 그리고 칼라일의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불안한 그들의 마음과, 안쓰러워하는 그들의 마음, 난 고개를 흔들었다.

 

 

-

 

 

우린 어느새 ‘몬타나’에 도착했다. 역시나 차를 숨겨두고 숲을 향해 뛰었다. 난 마음 것

바람을 느끼고, 사람의 피 냄새가 섞이지 않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였다. 우린 곧 눈에 익숙한 들판에 모여 있었다. 오랜만에 난 에밋과 재스퍼와 함께

내기를 했다. 내기의 상품은 ‘소원’이었다. 지는 자가 이기는 자의 ‘소원’을 들어주는 아주

쉽지만 어려운 상품이었다. 난 이 내기에서 꼭 이길 생각이다. 그 ‘소원’이란 상품이 내게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준비~ 시작!!”

 

로잘리의 시작 소리와 함께 우리 셋은 동시에 땅을 박차고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은 비슷

했지만, 점점 속도는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난 전보다 더 가볍고 빨리진 몸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점점 강해지고 있는 내가 낯설었다. 곧 눈앞에 범이 나타났다. 난 망설임 없이 단번에

범의 목을 낚아챘고, 그대로 피를 마셨다. 범은 도망도 가지 못하고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숨이 끊어 졌다. 난 범의 마지막으로 뛰는 심장을 느끼고 다음 사냥감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저 멀리서 에밋의 소리가 들렸다.

 

“한 마리!”

 

그리고 내 눈앞에 또 다른 사냥감이 나타났다. 전 같으면 사냥감과의 스릴을 즐겼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두 마리..”

 

작게 속삭였다. 아무리 작은 소리지만 에밋과 재스퍼는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다음

사냥감을 찾아냈다. 어느 덧 내 사냥감의 수는 10마리째에 접어들었다. 갈증은 줄어들지

않았다. 에밋은 6마리 재스퍼는 8마리였다. 우린 한번 사냥을 오면, 5마리 이상 사냥하지

않는다. 3마리면 충분한 나는 어느 덧 5마리를 넘겼다. 11마리째 사냥을 위해 땅을 한번더

박찼다. 그때 칼라일이 내 앞을 막아섰다.

 

“에드워드.. 그만”

 

난 칼라일의 말에 박찼던 발을 멈췄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갈증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갈증이 줄어들지 않았어요..”

 

내 말에 칼라일은 잠시 고민을 했고, 이내 옆으로 자리를 비켜섰다.

 

“고마워요 칼라일..”

 

난 11번째 사냥감에 이빨을 꽂았다. 이미 내기의 승자는 ‘나’로 결정이 났지만 난 사냥을

끝낼 수 없었다. 그렇게 난 23번째 사냥감을 잡았다. 죽어가는 사냥감을 보면서 마음이

쓸쓸했다. 허전한 듯 공허했다.

 

‘큭큭.. 네 갈증에는 인간의 피를 마셔야 해’

 

‘그것’이 재미있다는 듯 웃어 보였다. 인간의 피..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난 ‘그것’의

소리를 무시했다. 그리고 모두가 모여 있는 들판으로 몸을 돌렸다. 곧 내 사랑하는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내 모습이 나타나자 에밋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어이! 에드워드! 네 승리야!”

 

난 에밋을 향해 뛰어갔다. 곧 그의 앞에 멈춰 섰고, 난 에밋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편안했다. 이제 곧 끝난다는 것이 편안했다. 앨리스는 재스퍼의 무릎위에

앉아 있었고, 그 옆엔 칼라일이 서있었다. 에밋은 곧 로잘리의 옆으로 가 허리에 팔을

둘렀다. 에스미가..생각났다. 난 이 흠잡을 때 없는 ‘가족’을 한참 바라 봤다. 뱀파이어란

점을 빼면 완벽했다. 화목했고,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고, 물론 돈도 많고, 머리도 좋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느 가족보다 유대감이 깊고 비밀이 없었다. 난 이 ‘가족’옆에 서서

한참을 미소 지었다.

 

“그래 에드워드! 소원이 무엇인가?”

 

에밋이 장난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난 ‘씨익’ 웃었다.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고 살짝

삐딱하게 섰다.

 

“일단 집으로 가지? 에밋 할아범?”

 

내 말에 모두 호탕하게 웃었다. 오랜만의 ‘즐거움’이었다. 우린 천천히 들판을 빠져 나왔고

모두 차에 몸을 실었다. 빠르게 운전을 했다. 라디오에선 흥겨운 ‘노래’가 흘러 나왔다.

난 그 ‘노래’를 흥얼거렸다.

 

“에드워드 오늘은 기분이 좋은가봐?”

“흠.. 그런가 봐 ‘오늘’은.”

 

‘오늘’은... ‘오늘’은 즐거웠다. 기분이 좋았고, 가벼웠다.

 

 

-

 

우린 1층 거실에 모여 있었다. 모두 내 입만을 바라 보았다. ‘소원’을 말하기 위해 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 ‘소원’은.. 벨라를 만나러 가는 거야”

“엑! 소원이 고작 그거 뿐이야?”

 

에밋이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난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곤 차가운 손가락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벨라를 만나러 갈 때.. 함께 가줬으면 해”

“함께 가달라고?”

 

로잘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난 숨을 한번 길게 내쉬었다.

 

“지금 내 상태를 모두 알고 있을 거라.. 믿어 난 곧 ‘각성’이란 걸 하게 될 거야”

 

내 말에 이 완벽한 ‘가족’은 고개를 끄덕였다. 난 눈을 감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럼 난 위험한 ‘존재’가 될 거야. 그 전에 벨라와 해어져야해”

“에드워드...”

 

내 말에 앨리스의 목소리가 떨렸다. 난 손을 들어 앨리스의 생각을 막았다.

 

“알아 앨리스.. 힘들 거야. 하지만 난 해야만 해.”

“잠깐! 에드워드 그래도 우리가 왜 가야하는 거야?”

 

로잘리가 말했다. 난 로잘리의 눈을 바라봤다.

 

“그때 ‘각성’하게 될지도 몰라. 만약 그렇게 된다면 벨라를 지켜주고, 난 죽여.....줬음 해”

“말도 안 돼!”

 

로잘리의 목소리가 분노에 찼다.

 

“네가 왜! 벨라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야 하지? 왜? 네가 왜 죽음을 생각 하는 거야?”

“내가 옆에 있으면 벨라가 죽고 말거야”

 

내 말에 로잘리는 분노를 참기 힘든 듯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제발..로잘리 부탁이야..”

 

난 이 완벽한 ‘가족’앞에 무릎을 꿇었다.

 

“제발 부탁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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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31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하아..하아..”



 

 

뱀파이어에겐 ‘호흡’이란 불필요한 것 이었다. 그들은 물속에서도 ‘호흡’이란 게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 다만, 인간들처럼 보이기 위한 그들의 ‘의.장.술’ 에 불과 했다.

하지만 난 지금 그 불필요한 ‘호흡’에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

했다. 난 목을 부여잡고, 풀밭에 주저앉아 불필요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갈증이 밀려왔다. 난 덜덜 떨리는 손을 어렵게 주머니로 가져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채 가기도 전에 앨리스가 받았다.


 

“앨...리스..하아... 도..와줘..”


 

목구멍에서 뜨거운 입김이 올라왔다. 난 어렵게 말을 이었고, 그대로 풀밭에 누웠다.

그리고 그 불필요한 ‘호흡’에만 신경을 썼다. 곧 앨리스와 재스퍼가 달려왔다. 재스퍼는

날 엎고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곧 집에 도착했고, 칼라일이 병원에서 급하게

왔는지 가운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난 재스퍼의 도움으로 소파에 몸을 뉘었다. 여전히

‘호흡’에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


 

“에드워드 지금 가장 불편한 게 뭐니?”

“호...흡....갈...증..하아..”


 

난 칼라일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칼라일에 비친 내 눈동자는 검은색 이었다. 난 칼라일의

팔을 붙잡았다.


 

“칼...라일..내게...무슨 일...이?”


 

내 질문에 칼라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잠시 내 시선을 피했다.


 

“벨라랑은 잠시 멀리 해야겠다 에드워드.”

“그...게...무...슨?”


 

벨라와 멀리 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칼라일? 내게 설명을 해봐요!


 

“에드워드. 지금은 좀 쉬는 게 너를..아니 벨라를 위해 좋을 것 같구나”


 

젠장..이게 무슨 소리야.. ‘그것’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난 여전히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칼라일의 얼굴을 보기 어려울 만큼 눈꺼풀이 무거웠다.

잠은 자지 않았다. 아니 잠을 잘 수 없는 것이 맞았다. 난 눈을 감고 여전히 ‘호흡’에만

신경을 쏟았다. 잠시라도 신경이 흐트러지면 꼭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벨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젠장..


 

 

‘큭큭..’


 

 

‘그것’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것’은 대답하지 않았다.

로잘리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로잘리의 걱정스런

얼굴이 보였다. 난 애써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걱..정..말..하아..하아..”

“에드워드 말 하지 마 힘들어 보여”


 

로잘리의 말에 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눈을 감았다. 칼라일은 배란다로 나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난 ‘호흡’에 신경 쓰느라 칼라일의 전화 내용을 읽을 수 없었다.


 

“에드워드 지금 가장 불편한 게 뭐니?”


 

어느새 칼라일이 전화를 끝내고 옆으로 다가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갈....증..”


 

내 말에 칼라일이 인상을 찡그렸다. 칼라일은 내 다리를 살짝 밀고 소파에 걸터앉았다.

정갈하게 넘어가 있던 칼라일의 머리를 스스로 엉클어 트렷다. 그리곤 숨을 길게 내쉬었다.


 

“벨라와 해어지거라 에드워드”


 

내가 몸을 벌떡 일으키자, 칼라일이 다시 내 어깨를 잡고 소파에 눕혔다. 칼라일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알 것이다. 자신의 짝과 해어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픈 일인 것을..


 

“왜...죠?..”


 

내 질문에 칼라일은 한참을 고민에 빠진 듯 눈을 감고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에 묻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칼라일이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네.. 본능이.. 깨어 날 거야..”


 

깨어난다고? 본능이?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난 그대로의 나! 에드워드 컬렌이었다. 그런 내가

무엇으로부터 깨어나는 거지? 난 생각도 모두 돌아왔고 지금까지 갈증도 잘 참아냈다.


 

“그..게...무슨?..하아..하아”

“에드워드..크음.. 넌 아직 본능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야.. 네 몸엔 희미하게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다. 넌 완전체가 아니야.. 넌 각성...할 거야. 지금보다 더욱 더 강해지고, 피의

본능에 더욱 약한.. 그런 뱀파이어로 각성하게 될 거야.”


 

각성? 칼라일?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예요? 완전체? 지금도 난 하루하루 벨라를 해치지

않기 위해 내 살을 찌르는 본능을 잘 참아내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거..짓말..하아..”


 

칼라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고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내가 어떻게 벨라를 얻었는데, 내가 어떤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각성? 말도 안 되는

소리! 완전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야! 너 나와! 당장 내 앞에 나와! 난 ‘그것’을 향해

소리쳤다.


 

‘큭큭..시끄러워! 에드워드’


 

너 뭐야! 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꺼져! 꺼져버리라고!


 

‘난 너야 에드워드. 네 곁을 떠날 수 없어’


 

하아..하아..


 

“제...길...”


 

내 ‘호흡’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칠어 졌다.


 

“에드워드! 진정해! 이걸 진정 시킬 수 있는 건 네 자신뿐이야!”


 

칼라일이 소리쳤다. 진정시키라고? 어떻게?


 

‘큭큭 에드워드 소용없어.. 무리하지 마’


 

난 눈을 감고 벨라를 생각했다. 어떻게든 ‘진정’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벨라의 목소리, 벨라의 향기, 벨라의 웃음소리, 벨라의 머릿결, 벨라의 손가락, 벨라의 눈,

벨라의 입술, 벨라에 관한 모든 것만 생각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날은 밝았다. 벨라가 날 찾고 있을 것이다. 눈을 떴을때 내가 없으면 벨라가 걱정

할 것이다. 난 소파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찾았다. 신호음이 갔고,

벨라가 받았다.


 

“에드워드! 어디 간 거야? 찾았잖아..네가 없어진 줄 알고 찾았잖아..”


 

벨라가 울먹였다.


 

“벨라 아무 일도 없어. 단지.. 당분간만..아주 당분간만 떨어져 있는 거야”

“무슨 말이야? 에드워드!!”

“걱정 마 벨라.. 난 정말 괜찮아.. 사랑해 벨라 조금만 기다려줘”

“에드워드? 난 네가 없어질까 봐 두려워”

“아니야 벨라. 내가 있을 곳은 네 곁이야. 그 어느 곳도 네가 없으면 난 있을 필요 없어.

벨라 날 믿어.. 날 믿을 수 있지? 날 믿고 조금만 기다릴 수 있지?”

“....널 믿어. 너만을 믿고, 너만을 사랑해 에드워드”


 

난 벨라의 말을 듣고, 핸드폰을 닫았다. 난 소파 앞에 있던 탁자를 내리 쳤다. 탁자는

자신의 약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부러져 버렸다. 칼라일이 내 떨리는 손을 잡았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미안함이 가득했다.


 

‘큭큭...’


 

‘그것’의 웃음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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