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31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사랑 벨라
“하아..하아..”
뱀파이어에겐 ‘호흡’이란 불필요한 것 이었다. 그들은 물속에서도 ‘호흡’이란 게 없이
이동이 가능했다. 다만, 인간들처럼 보이기 위한 그들의 ‘의.장.술’ 에 불과 했다.
하지만 난 지금 그 불필요한 ‘호흡’에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
했다. 난 목을 부여잡고, 풀밭에 주저앉아 불필요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함께
갈증이 밀려왔다. 난 덜덜 떨리는 손을 어렵게 주머니로 가져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빠르게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채 가기도 전에 앨리스가 받았다.
“앨...리스..하아... 도..와줘..”
목구멍에서 뜨거운 입김이 올라왔다. 난 어렵게 말을 이었고, 그대로 풀밭에 누웠다.
그리고 그 불필요한 ‘호흡’에만 신경을 썼다. 곧 앨리스와 재스퍼가 달려왔다. 재스퍼는
날 엎고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곧 집에 도착했고, 칼라일이 병원에서 급하게
왔는지 가운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난 재스퍼의 도움으로 소파에 몸을 뉘었다. 여전히
‘호흡’에 어려움을 격고 있었다.
“에드워드 지금 가장 불편한 게 뭐니?”
“호...흡....갈...증..하아..”
난 칼라일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칼라일에 비친 내 눈동자는 검은색 이었다. 난 칼라일의
팔을 붙잡았다.
“칼...라일..내게...무슨 일...이?”
내 질문에 칼라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잠시 내 시선을 피했다.
“벨라랑은 잠시 멀리 해야겠다 에드워드.”
“그...게...무...슨?”
벨라와 멀리 해야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칼라일? 내게 설명을 해봐요!
“에드워드. 지금은 좀 쉬는 게 너를..아니 벨라를 위해 좋을 것 같구나”
젠장..이게 무슨 소리야.. ‘그것’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난 여전히 ‘호흡’이 어려운
상태에서 눈을 감았다. 더 이상 칼라일의 얼굴을 보기 어려울 만큼 눈꺼풀이 무거웠다.
잠은 자지 않았다. 아니 잠을 잘 수 없는 것이 맞았다. 난 눈을 감고 여전히 ‘호흡’에만
신경을 쏟았다. 잠시라도 신경이 흐트러지면 꼭 숨이 멎을 것 같았다. 벨라의 얼굴이
떠올랐다. 젠장..
‘큭큭..’
‘그것’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너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그것’은 대답하지 않았다.
로잘리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난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로잘리의 걱정스런
얼굴이 보였다. 난 애써 입 꼬리를 올려 웃어 보였다.
“걱..정..말..하아..하아..”
“에드워드 말 하지 마 힘들어 보여”
로잘리의 말에 난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눈을 감았다. 칼라일은 배란다로 나가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난 ‘호흡’에 신경 쓰느라 칼라일의 전화 내용을 읽을 수 없었다.
“에드워드 지금 가장 불편한 게 뭐니?”
어느새 칼라일이 전화를 끝내고 옆으로 다가와 똑같은 질문을 했다.
“갈....증..”
내 말에 칼라일이 인상을 찡그렸다. 칼라일은 내 다리를 살짝 밀고 소파에 걸터앉았다.
정갈하게 넘어가 있던 칼라일의 머리를 스스로 엉클어 트렷다. 그리곤 숨을 길게 내쉬었다.
“벨라와 해어지거라 에드워드”
내가 몸을 벌떡 일으키자, 칼라일이 다시 내 어깨를 잡고 소파에 눕혔다. 칼라일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알 것이다. 자신의 짝과 해어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슬픈 일인 것을..
“왜...죠?..”
내 질문에 칼라일은 한참을 고민에 빠진 듯 눈을 감고 자신의 얼굴을 손바닥에 묻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칼라일이 가리고 있던 손을 내렸다.
“네.. 본능이.. 깨어 날 거야..”
깨어난다고? 본능이? 처음 듣는 소리였다. 난 그대로의 나! 에드워드 컬렌이었다. 그런 내가
무엇으로부터 깨어나는 거지? 난 생각도 모두 돌아왔고 지금까지 갈증도 잘 참아냈다.
“그..게...무슨?..하아..하아”
“에드워드..크음.. 넌 아직 본능이 깨어나지 않은 상태야.. 네 몸엔 희미하게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다. 넌 완전체가 아니야.. 넌 각성...할 거야. 지금보다 더욱 더 강해지고, 피의
본능에 더욱 약한.. 그런 뱀파이어로 각성하게 될 거야.”
각성? 칼라일? 지금 나랑 장난치자는 거예요? 완전체? 지금도 난 하루하루 벨라를 해치지
않기 위해 내 살을 찌르는 본능을 잘 참아내고 있는데.. 지금보다 더?
“거..짓말..하아..”
칼라일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고개를 돌리고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웃음이 났다.
내가 어떻게 벨라를 얻었는데, 내가 어떤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각성? 말도 안 되는
소리! 완전체?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 야! 너 나와! 당장 내 앞에 나와! 난 ‘그것’을 향해
소리쳤다.
‘큭큭..시끄러워! 에드워드’
너 뭐야! 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꺼져! 꺼져버리라고!
‘난 너야 에드워드. 네 곁을 떠날 수 없어’
하아..하아..
“제...길...”
내 ‘호흡’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칠어 졌다.
“에드워드! 진정해! 이걸 진정 시킬 수 있는 건 네 자신뿐이야!”
칼라일이 소리쳤다. 진정시키라고? 어떻게?
‘큭큭 에드워드 소용없어.. 무리하지 마’
난 눈을 감고 벨라를 생각했다. 어떻게든 ‘진정’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벨라의 목소리, 벨라의 향기, 벨라의 웃음소리, 벨라의 머릿결, 벨라의 손가락, 벨라의 눈,
벨라의 입술, 벨라에 관한 모든 것만 생각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호흡’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날은 밝았다. 벨라가 날 찾고 있을 것이다. 눈을 떴을때 내가 없으면 벨라가 걱정
할 것이다. 난 소파에서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찾았다. 신호음이 갔고,
벨라가 받았다.
“에드워드! 어디 간 거야? 찾았잖아..네가 없어진 줄 알고 찾았잖아..”
벨라가 울먹였다.
“벨라 아무 일도 없어. 단지.. 당분간만..아주 당분간만 떨어져 있는 거야”
“무슨 말이야? 에드워드!!”
“걱정 마 벨라.. 난 정말 괜찮아.. 사랑해 벨라 조금만 기다려줘”
“에드워드? 난 네가 없어질까 봐 두려워”
“아니야 벨라. 내가 있을 곳은 네 곁이야. 그 어느 곳도 네가 없으면 난 있을 필요 없어.
벨라 날 믿어.. 날 믿을 수 있지? 날 믿고 조금만 기다릴 수 있지?”
“....널 믿어. 너만을 믿고, 너만을 사랑해 에드워드”
난 벨라의 말을 듣고, 핸드폰을 닫았다. 난 소파 앞에 있던 탁자를 내리 쳤다. 탁자는
자신의 약함을 증명이라도 하듯, 부러져 버렸다. 칼라일이 내 떨리는 손을 잡았다. 그의
표정은 한없이 미안함이 가득했다.
‘큭큭...’
‘그것’의 웃음소리가 내 머릿속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