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33


 

내 이름?

에드워드 컬렌

나이?

108

벨라?

나의 태양 나의 공기 나의 전부 벨라





 

 

난 이 완벽한 ‘가족’앞에 무릎을 꿇었다. 앨리스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았다. 내 머리를 쓰다듬고 내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 내 하나뿐인 동생 에드워드.. 꼭 이래야만 하겠어? 꼭 이렇게 극단적일 필요 있어?”


 

앨리스가 날 설득 시키려 했다. 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정했다. 난 손을 들어 앨리스의

팔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고개를 저었다.


 

“미안 앨리스.. 난.. 에드워드이고 싶어”

“아 내 동생.. 내 사랑하는 동생..”


 

난 에드워드이고 싶다. ‘각성’해서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 않다. 내 사랑하는 ‘가족’이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로 인해 이미 그들은 소중한 걸 잃었다. 또 다시

나 때문에 아파하는 그들을 볼 수 없었다. 미안해 앨리스... 사랑해 앨리스.. 난 앨리스를

일으켜 세웠다. 난 살짝 앨리스를 향해 웃었다. 내 웃음이 슬퍼 보였을까? 난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웃었다. 정말 아무렇지 않게 보였을까? 내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린 기분이었다. 난 ‘그것’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요 며칠간 ‘그것’의

무차별적이고, 잔인함을 보았다. 난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에드워드 컬렌’으로 기억

되고 싶었다. 인간적인 뱀파이어.. 인간이 되고 싶어 한 뱀파이어.. 인간을 사랑한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 그것이 나의 마지막 ‘소원’이었다.




 

 

-





 

 

난 유난히 멋을 냈다. 거울 앞에서 내 모습을 이리저리 비추어 보았다. 벨라에게 보일

마지막 모습. 벨라는 많이 울겠지? 벨라가 날 잡을까? 벨라가 필사적으로 날 잡는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



 

벨라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난 집 앞에 서있었다. 바닥을 발로 긁었다. 나의

‘가족’들은 나무 뒤쪽에 숨죽이고 숨어있었다. 난 하늘을 올려다봤다.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이네 굵어 졌다. 벨라의 트럭소리가 들렸다. 난 천천히 시선을 길 쪽으로 돌렸다. 벨라의

눈이 커지더니 금방이라도 눈물 흘릴 듯 한 표정으로 차를 주차 시켰다. 그리곤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한참을 자신의 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천천히 벨라의 트럭으로

다가갔고, 운전석의 문을 살며시 열었다. 벨라의 향기가 진하게 흘러 나왔다. 난 호흡을

멈췄다.


 

“Hi Bella"





 

 

 

벨라는 여전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난 가만히 벨라를 보고 있었다. 벨라가

조심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뭔가에 겁을 먹은 듯 한 표정이었다. 안아주고 싶었다.

이 작은 어깨를 감싸주고 싶었다. 키스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하지만 난

그럴 수 없다. 난 주먹을 말아 쥐었다. 참아야 했다. 난 참아내야 했다. 난 문에서 살짝

뒤로 물러났다. 벨라가 운전석에서 나오다 그만 발을 헛디뎠다. 난 잡아줄 수 없었다.

벨라는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내 반응에 벨라는 놀란 눈치였다. 난 그런 벨라를

두고 숲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벨라가 느린 걸음으로 따라왔다. 얼마나 들어 왔을까?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 덕분에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기는 차가웠다.


 

“에드워드 잘 지냈어?”


 

벨라가 뜸을 들이다 말했다. 벨라의 목소리가 떨고 있었다. 나의 벨라.. 뒤를 돌아 벨라를

바라보고 싶었다. 난 벨라를 등진 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에드워드.. 난 걱정했어.. 잠을 잘 수도 없고, 먹을 수도 없고, 수업도 집중이 안 됐어”

“그래서?”


 

벨라.. 왜 그랬어. 내 걱정 말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에드워드.. 어디 아픈 거 아니지?”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아파.. 마음이 너무 아파 벨라..미안해 벨라.. 정말 미안해..


 

“에드워드? 왜..그래?”

“별일 아니야”

“그럼 왜 그래 에드워드? 난 네가 그리웠어.”


 

나도 네가 그리웠어. 언제나 네게 달려가고 싶었어. 너의 품에 안겨서 위로 받고 싶었어.

너의 향기, 너의 손가락, 너의 입술, 너의 숨결 뭐든 게 그리웠어. 지옥에 가더라도 널

만나고 싶었어. 벨라...




 

“...네가 지겨워”


 

나에겐 너 뿐이야..벨라.. 너만 생각하면 난 꼭 인간이 된 기분이야..


 

“뭐..? 거짓말..이지?”

“아니 내가 뭐 때문에 너 따위 ‘인간’에게 거짓말을 하지?”


 

나의 벨라.. 미안해..


 

“우리 그만 만나자 벨라”


 

벨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벨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만 있다면

난 더 이상 벨라에게 상처를 주지 않아도 됐을까?


“내가.. 인간이라 싫은 거야? 내가 로잘리처럼 앨리스처럼 너처럼..아름답지 않아서 지겨운 거야?”


아니야..벨라 넌 인간이던 아니던 그 무엇이었던 가장 아름다워..


 

“그래 벨라.. 난 100년을 넘게 살았어. 너 따위 인간이 넘볼 존재가 아니라고”

“거짓말”

“사실이야 벨라”


 

나 따위 저주받은 존재가 널 가질 순 없어.


 

“내가 뱀파이어가 되고 싶다고 그래서 그래?”

“난 네가 싫어”

“이젠..안 그럴게 에드워드.. 내가 잘못했어..”


 

아니야, 벨라 네 잘못이 아니야.. 제발 벨라.. 날 미워해..


 

“에드워드.. 떠나지 마.. 널 위해 뭐든지 할게..네가 인간으로 남으라면 그렇게 할게..”


 

벨라가 눈물을 흘렸다. 당장이라도 용서를 구하고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난 너 따위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

“그럼 내 눈을 보고 말해 에드워드!”


 

벨라가 소리쳤다. 난 벨라의 목소리에 움직일 수 없었다. 난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벨라를 향해 돌아섰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눈을

떴다. 그리고 벨라의 손에서 드르륵 하는 쇳소리가 났다.


 

“네가 없는 난.. 살아갈 수 없어 에드워드”


 

벨라의 손에 날이 선 커터 칼이 들려있었다. 벨라는 양 손으로 칼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벨라 당장 내려놔”

“아니 에드워드.. 난 이미 죽었어. 네가 없는 난 죽은 목숨이야..”

“벨라! 제발!”

“차라리 내 피를 마셔. 네 손에 죽는다면 난 괜찮아..”

“안돼!”


 

벨라가 자신의 목을 커터 칼로 살짝 그었다. 칼이 지나간 자리에서 새 빨간 피가 방울방울

올라왔다. 벨라의 향기가 내 온몸을 감쌌다.







 

 

 

 

 

‘라 투아 칸탄테’






 

 

 

 

‘그것’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미 이성은 끊겼다. ‘각성’을 준비하고 있던 내 몸은 벨라의

피에 극하게 반응했고, 어느새 내 몸은 벨라를 향해 뛰어갔다. 벨라의 목엔 이미 내 이가

박혀 있었고, 목구멍으로 나를 매혹하는 그 새 빨간 것들이 흘러 들어왔다. 멈춰야해..

당장 멈춰야해.. 멈춰야해.. 멈춰야해..


 

‘큭큭큭큭’


 

‘그것’은 나를 조롱하듯 웃었다. 난 멈출 수 없었다. 칼라일이 뛰어왔다. 에밋과 앨리스도

뛰어왔다. 하지만 그들은 날 막기엔 약했다. 꿀꺽... 두근... 꿀꺽... 두근...


 

‘크하하하.. 에드워드 마셔.. 끝까지 마셔.. 큭큭..하하하’


 

‘그것’이 승리 한 듯 웃었다. 벨라의 향긋한 피가 목구멍으로 넘어 갈수록 벨라의 기억들이

내게 쏟아져 들어왔다. 5살의 벨라.. 8살의 벨라.. 10살의 벨라.. 르네와 찰리도 보였다.

제이콥의 모습도 보였고, 그리고 내 모습만 가득했다. 벨라의 기억 속엔 나로 가득 했다.


 

“으아아아!!!!!!!”


 

내가 누군지 기억을 해냈다. ‘에드워드 컬렌’ 내가..지금 뭘 한 거지? 내 품에 안겨있는

벨라가 보였다. 숨을 헐떡이며 손을 축 늘어트린 체.. 내가 무슨 짓을?


 

“벨라..?”

“에...드..”


 

 

벨라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덜덜 떨리는 벨라의 손이 내 뺨에 닿았다.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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