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에필로그(칼라일)




 

 

200년을 혼자 살았다. 난 가족이 필요했다. 그때 에스미를 만났다. 처음엔 죽어가는 그녀가

안쓰러워 변화를 시켰다. 하지만 점점 뱃속에 있는 아기를 생각하는 에스미의 푸근함에

끌렸다. 에스미는 곧 에드워드를 낳았다. 에스미를 빼닮은 에드워드도 사랑스러웠다. 우린

화목한 가정이 되었고, 행복했다. 하지만 곧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로 변화를 했다. 에스미는

그런 에드워드를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에스미를 사랑했다. 에스미의 모든 것을

사랑했다. 에스미를 사랑한 에드워드도 사랑했다. 그리고 얼마 전 에스미를 잃었다. 분했다.

당장이라도 늑대들에게 달려가 그들의 배를 가르고 심장을 찢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난 에드워드를 지켜야 했다. 아니, 에드워드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과 종족을 지켜야했다.

에스미를 잃고 한참을 집중 할 수 없었다. 매일을 멍하니 일을 했다. 그러다 술이 생각났다.

퇴근할 때 편의점에 들려 싸구려 양주 한 병을 샀다. 집에 도착해서 잔에 얼음을 채우고

양주 한 컵을 따랐다. 소파에 깊숙이 기대어 앉아 눈을 감았다. 에스미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에드워드가 들어왔다. 내 앞에 한목음도 마시지 않은 양주를 보며 놀란

눈치였다. 에드워드가 조심스럽게 옆에 앉았다.


 

“미안해요 칼라일..”


 

요즘 에드워드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 이었다. 난 그런 에드워드를 달래주었다. 에스미를

닮은 에드워드. 난 에스미를 사랑하는 만큼 에드워드를 사랑했다. 물론 앨리스와 에밋,

로잘리와 재스퍼 역시 사랑한다. 하지만 에스미를 닮은 에드워드에게 좀 더 애정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은 새벽같이 출근을 했다. 요즘은 새벽같이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날 보는

간호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난 괜찮다는 말만 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에드워드에게 이상이 생겼다. 재스퍼에게 업혀 온 에드워드는 금방이라도 숨을

멎을 듯 불필요한 ‘호흡’을 하고 있었다.


 

“칼..라일..내게..무슨 일..이?”


 

에드워드가 힘겹게 물었다. 난 머릿속에 드는 불길한 생각을 확인 해야만 했다. 베란다로

나가 빠르게 핸드폰의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다 가기 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아로님...”

“무슨 일인가? 칼라일?”


 

난 볼투리가의 아론님께 지금 있는 상황을 천천히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각성’



 

 

 

에드워드는 ‘완전체’가 아니라 했다. 에드워드의 몸에는 인간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이제

‘각성’을 하게 되면 더 강해진 ‘완전체’가 될 것 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유혹에 약해진다는

점 이었다. 에드워드에게 말해 줘야했다. 그리고 벨라가 생각이 났다. 언젠가 에드워드가

흥분해서 에스마와 나에게 말해줬던 인간인 ‘벨라’라는 아이.. 그리고 그 인간을 사랑하는

에드워드의 모습이 함께 스쳐갔다. 난 입술을 깨물었다. 에스미를 잃은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벨라랑은 잠시 멀리 해야겠다 에드워드”


 

그리고 에드워드에게 ‘각성’이란 것을 설명해 줬다. 에드워드는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다.

나 또한 괴로웠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에드워드는 잘 견뎌내고 있었다. 그날은 유난이

일이 일찍 끝났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에드워드 방으로 올라갔다. 에드워드는 세 번째로

손가락을 분지른 상태였다. 난 한숨을 쉬고 붕대를 들고 에드워드에게 다가갔다.


 

“에드워드..아무리 금방 아문다지만 그만 했으면 좋겠구나”

“죄송해요 칼라일”


 

난 에드워드의 손가락을 붕대로 감았다. 붕대를 다 감자 에드워드는 창문을 향해 걸어갔다.


 

“칼라일..제가 이성을 잃으면 절 죽여주세요”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말에 난 혼란스러웠다. 두려웠고, 그리고 망설였다. 과연 에드워드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야 했다. 물론 에드워드가 ‘각성’을 한다면 위험할 것이다. 에드워드는

우리 가족 중에서 아니 현존하는 뱀파이어 중에서 가장 강해질 것이다. 하지만 난 내 아들

에드워드를 사랑한다.


 

“부탁....할게요 칼라일”


 

에드워드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어떻게 하면 저 약한 아이를

지켜줄 수 있을까? 에스미..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어?


 

-


 

오랜만에 가족들과 사냥을 나왔다. 에밋과 제스퍼, 에드워드는 내기를 했다. 상품은

‘소원’이었다. 난 불길한 예감에 반대를 해야 했지만, 오랜만에 보는 에드워드의 밝은 모습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3마리면 충분했던 에드워드가 10마리째 사냥을 하고 있었다.

난 에드워드에게 달려갔다.


 

“에드워드..그만”


 

내 말에 에드워드는 달리던 걸 멈췄지만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아직 갈증이 줄어들지 않았어요.”


 

에드워드가 말했다. 난 그런 에드워드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사냥은 끝이 났고,

에드워드의 승리였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는 에드워드의 ‘소원’을 듣기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내 ‘소원’은.. 벨라를 만나러 가는 거야”


 

에드워드의 소원에 에밋이 일어나 고작 그것뿐이냐며 소리 쳤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어떤 맘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리고 에드워드는 자신의 ‘죽음’을 원했다.

우리 가족 모두 말렸지만 에드워드는 고집이 쌨다.


 

-


 

벨라의 집 앞에서 에드워드는 한참을 고민했다. 초초한 에드워드의 모습에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벨라가 도착했고, 에드워드의 처음 보는 모습에 벨라는 당황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났다. 벨라가 자신의 목에 상처를 냈다. 에드워드가 달려갔다. 막기엔

이미 늦었다. 뒤늦게 에드워드에게 달려갔지만, 에드워드는 너무 쌨다. 그리고 에드워드가

정신을 차렸고 벨라는 싸늘하게 죽었다. 에드워드의 슬픈 메아리가 내 마음에 울렸다.


그리고 난 결정을 해야 했다. ‘죽음’을 원하는 에드워드.. 망설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을

죽여야 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 이었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이었다. 난 눈을 감았다.

에드워드는 벨라의 옆에 가만히 누워 벨라만을 바라봤다. 난 에드워드에게 달려갔다.


 

“고마워요 칼라일..그리고 모두에게 미안해요”


 

그게 에드워드의 마지막 말 이었다. 그렇게 에드워드는 죽었다. 내 사랑하는 아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렇게 10년이 지났다. 우린 포커스에서 알레스카로 이사를 왔다. 에밋과 로잘리

재스퍼와 앨리스는 여기서 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다. 난 여전히 작은 병원에서 의사를

하고 있다. 우린 달라진 거라곤 에스미와 에드워드가 없다는 것 뿐.. 오늘도 난 구름에

가려진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들은 잘 살고 있을까? 에드워드는 벨라와 만났을까?

에스미는 잘 지낼까? 그들은 행복 할까? 난 텅 빈 가슴을 양팔로 안았다.



난 그들이 너무 보고 싶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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