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굼벵이 주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김해생 옮김 / 샘터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지은이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어린이 책 작가로 알고 있었다.
SF, 미스터리 <깡통소년>과 <뚱뚱해도 넌 내 친구야>등.....
아이들의 책을 고르면서 알게된 작가 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읽게된 <굼벵이 주부>는 색다를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면서
읽게 되었다. 작가의 사진을 보니 아줌마라기 보단 할머니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듯 싶다. 그는 193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고 1970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1백여 권의 그림책, 어린이 책, 청소년 책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읽은 책은 고작 위에 말한 두권의 책 밖에 없다. ㅠㅠ
작고 아담한 크기의, 두께도 두껍지 않아 술술 읽어가기에 무리가 없었다.
이 책을 읽을 수록 작가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아줌마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너무도 나와 비슷한 모습과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일상과 흡사해서 공감이 가고
중간중간 "나도 그러는데", "나도 그랬는데 "하며 읽어 내려 갔다.
지구를 반바퀴 돌아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아줌마의 모습이 왜 이리도
가깝게 느껴 지는지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우리 꼴이 이게 뭐람!, '성숙한 여인'의 몇분, 할머니와 세탁기, 즐거운 취미 생활?,
나쁜 친구, 과자와 나누는 대화, 되돌아 본 크리스마스 선물 이렇게 7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평범한 일상속에서 있을 만한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짧게 짧게 이어진다. 모두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들이라고 한다.
작가는 신문에 글 쓰는 일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이유가 재미 있다.
신문은 수명이 짧으니까.... 오늘 글을 쓰면 내일 인쇄되고 모레는 채소 장수
아주머니가 그 기사가 난 신문으로 배추를 싸기 때문에 오래지나도
자신의 글이 감동적이고 멋진 기사라는 믿음을 유지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책을 읽다 보면 참 재미 있고 기발하고 유쾌한 아줌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죄의식을 느끼고 아들 대신 딸을 낳아도 죄의식을
느낀다. 아이들을 두고 직장에 나가도 죄의식을 느끼고 일을 하지 않고 남편에게만
돈벌이를 시켜도 죄의식을 느낀다. 아이들 학교 성적이 떨어져도 죄의식을 느끼고,
고기를 15퍼센트 싸게 살 수 있는 할인점이 멀다고 가까운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도 죄의식을 느낀다............집안일을 하며 한 15분 게으름을 피웠다는 이유로
죄의식을 느끼는 여자들은 수도 없이 많다.
-본문중-
나도 첫딸을 낳았을때 죄의식을 느꼈다. 남들처럼 맞벌이도 못하고 전업주부로 사는것에
죄의식도 느꼈다.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거나 나쁜 버릇이 생기면 괜히 내가 잘못
가르쳐서 그런것 같은 죄의식을 느끼곤 했었다. 이렇게 크리스티네 니스틀링거 아줌마의
수다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알수 없는 지역이름과 이름모를 음식들이
나올땐 잘 이해가 되진 않았지만 걱정마시라....
자상하게도 아랫부분에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오스트리아에 대해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맑은 날이 별로 없고 습도가 높아 거의 모든 빨래를 다려야 한단다.
수건, 행주, 양말까지....^^
그중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든 것이 남자 와이셔츠 다리는 일이란다.
나도 그렇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와이셔츠 다리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리고 '고양이 아줌마'편에서 또 깨닫는다.
고양이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고양이가 귀찮게 굴어도
붙잡아 바닥에 내려놓는 수고를 하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지만, 똑같은 상황에
있을 때 사람에게는 고양이를 다룰때 처럼 부드럽고 너그럽게 넘어 가지 못한다는 것을.......
문제는 고양이한테 바라는 것 이상을 사람에게 바라기 때문이라는 깨달음.
오늘도 나는 누구누구의 아내요, 엄마요,딸이요, 주부로써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며 가족을 위해 사랑의 희생을 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그것을 알아 달라거나 보상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가끔 깜빡깜빡 할때가 있어서 건망증에다 초기 치매증상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고
한심하고 무식한 아줌마요 구질구질한 아줌마의 모습으로 살아 가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도 이런 모습으로 살아 가고 있는 또다른 아줌마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살아가리라. 유쾌한 책 읽기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