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왕일민.유현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계 최대.최고의 고원인 티베트에서도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서장.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맥과 빙하로 이루어진 고원의 남쪽,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 그런 서장을 산골에 붙박여 살아온 99세의 어머니를

손수 만드신 자전거 수레에 모시고 74세 아들이 떠나는 긴여행이 펼져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에 먼저 가슴에 찡한 감동을 받는다.

'소풍을 끝내는 날엔 참 행복하게 살았다며 어머니께서 웃었으면 하는 것이,

이 늙은 아들의 소원이고 또한 제 인생의 마지막 바램이니 이 아들이 자전거수레를

힘껏 끌고 가겠습니다. 두루두루, 세상 풍경을 구경하십시오.' 

 

때때로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어머니는 항상 긍정적이었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겨운 일이라 해도 감사함으로 끌어안는 슬기와 지혜를 지닌

분이시다. "쉬엄쉬엄 가자, 세상에 바쁠 것 없는데." 어머니는 늘 그랬다.

동생이 살고있는 하얼빈에 도착했다. 만류하는 동생에게 형보다 나은 아우가

없다는 농담을 건네고 다시 길을 떠난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게된 고향인 심양에 도착하지만 그곳에선 

 어머니의 슬픈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다 변했어도 자연은 안 변하지. 산도 그대로, 들판도 그대로 ,세월 따라

수없이 피고 진 꽃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기쁘게 말하는 어머니 .상처를 꽃으로

피워내는 어머니의 그 마음을 아는 아들은 눈물을 흘린다.

 

마음의 고향 공주령에선 백세가 다 되어 다시 찾아온 어머니를  봉황이 찾아든 것처럼

매우 성스러운 일이라며 어머니의 방문을 큰 경사로 여기며 이보다 더 큰 복은

없다는 말을 한다. 공주령 사람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수레를 끌고가는데...

어머니는 당신이 쉬고 싶기보다 아들이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이 보이면

넌지시 쉬어 가자고 말씀하시고  아들은  어머니가 피로를 느끼지는 않을까

늘 안색을 살폈다. 속옷에 오줌을 싸놓고 안 쌋다고 하시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투정을 부릴때마다 웃음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고 늘 따뜻한

음식을 해드리며 여행은 계속된다.

 

세상사람들이 그들을 알아보고 텔레비젼 뉴스에 내보내고 그들은 세상의 화젯거리가 된다.

달라진 세상이 정상적인 나를 자꾸만 다른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만 같다. 내 행동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특별한 일인가? 기분이 그다지 좋진 않지만 어머니가 기뻐하니 나도 기쁘다고

말하는 아들의 그 효심에 나는 할말을 잃었다.

달에서 보이는 유일한 인공구조물인 만리장성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다큐멘터리제작 제의를 받고

자전거 수레에 '석양호'라는 이름으 붙여준다.

 

석양호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아봤고 어머니의 백 세 생신을 맞이해서 만찬에도 초대받고

자전거수레에 동력 장치를 달아주겠다는 사람도 만났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더욱 신나게

자전거 폐달을 밟는다.하지만 점점 말 수가 없어 지고 자는 시간이 늘어만 가는 어머니. 조금씩

기력이 쇠잔해져가는 어머니를 보고 다시 탑하로 돌아가기로 결심을 한다.

그렇게 그들의 여행은 청도에서 끝을 맺고 백한 살의 어머니와 이른여섯 살의 아들이 함께한

이 년 반 동안의 긴 동행을 마치고 시골 탑하로 돌아오지만 어머니가 세상르 떠나실 날이

가깝다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아들은 동생이 있는 하얼빈 병원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너와 세상구경 하는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세상구경 참 좋았다."

유골을 서장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어머니는 아주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으셨다.

영원히 혼자가 된 것 처럼 음식을 거부하고 날마다 술에 의지해 살던 아들에게

어느날 꿈속에 나타나신 어머니 "어서 먹지 않고 뭐해? 더 먹어!"

그 이후로 끼니를 다 챙겨먹었고 술은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 없는 두번째 여행이

시작된다. 어느날 산길에 쓰러지게 된 아들 .더이상 수레로 가기엔 무리라는 말을 받아들여

수레자동차  '특별만차 석양호'가 탄생하고 그것을 타고 서장에 도착한다.

 

어머니의 유해를 뿌렸지만 쉽게 어머니를 떠나 보낼수 가 없었다.

공황장애를 앓게 되고 어머니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 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사람들

때문에 마음에서 정리될 틈이 없는 가운데 만리라는 수양딸을 얻고 세상에 혼자라는 느낌은

온데간데 없었다. "내가 죽거든 나를 서장에 뿌려다오. 어머니께 보내다오."로  이책은

끝을 맺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를 보았다.

이시대의 마지막 효자 이야기라 해도 조금도 빠질 것이 없는 너무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읽게 되서 감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