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바늘 매일과 영원 4
소유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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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주말은 어디 갔지? 그런 마음이 일게 하는 업무에 치이는 바쁜 나날.


요즘 날씨도 그와 조금 닮은 면이 있다.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한순간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매섭게 느껴진다.

봄, 여~~~름, ㄱ, 겨~~~울.

가을은 어디에......?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새도 없이 겨울이 덜컥 와버린 느낌.

왜인지 모르지만 마음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나날이다.

벌써 내 머리는 동면상태에 들어간 곰이 되어버린 걸까?

세상에는 별이 참 많다. 매달, 매 계절, 한 해에만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쏟아진다. 내가 하는 일은 별을 뱉어 내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뱉어 낸 별들을 잘 보는 일. 그것들을 조심스레 주워 들고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살피는 일, 어느 한 부분의 빛이 희미하다면 왜 그런지를 들여다보는 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 따라서 혹은 비슷한 색에 따라서 별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문학비평이다. (p.26)


문학비평가의 에세이를 만났다. 그동안 책을 읽고 나서 책 뒤편에 실린 작품 해설은 크게 관심을 기울여보지 못한 나였는데, 여느 에세이보다도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쪼개고 분해하는 비평가, 문학 뒤편에 감춰진 이를 알아가는 과정에 함께 있기 때문일까?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저자는 별을 토해내는 일이 아닌 별들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비평의 길을 택했다. 매 순간 타인의 글을 풀어썼던 그녀가, 센터가 아닌 어쩌면 후방으로 미뤄졌던 그녀가 오롯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또 그녀의 모습이 나와는 다른 듯 참 닮아서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나 또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국문학이라고는 하나 내 전공은 문학의 안에서 펼쳐보지는 못했다. 교직을 이수하고 교육대학원까지 들어갔던 나에게 국문학은 뭔가를 쓰는 것이 아닌 가르치는 일에 가까웠다. 그랬기에 쓰고 뱉어내는 행위 자체가 전무했던 시절, 그 시절이 한없이 아까워 가던 걸음을 멈춰 서고 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과거는 그리워하고 후회하기 마련이라지만 열정의 불씨조차 꽃피우지 못한 나의 나약함에 자조적이 되고마는 기분이랄까. 끝내 나는 발 들여놓은 곳에서도 완주하지 못했다.


하나의 선만으로는 수를 완성할 수 없듯 문학 역시 그러하다. 쓰는 이의 존재만으로 작품은 끝나지 않는다. 읽는 이가 있어야 한다. 완성된 작품만으로도 그것은 끝나지 않는다. 작품 이후에 돌아오는 응답이 있어야 한다. 교차하는 선의 가장 마지막 꼭짓점에 비평이 있다고 믿는다. (p. 108)


비평가답게 책에는 그녀가 비평을 했던 작품들이 간간이 실려있다.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허기진 마음에 식욕을 돋우게 만들었던 문학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제하고서는 비평가로서의 그녀 또한 없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비평을 제하고선 논하기 어려울 만큼 비평이란 영역은 그녀를 지칭해 주는 그 무언가가 어느새 되어있는 듯하다. 내 마음에 때때로 여유가 찾아오거든 그녀가 언급했던 문학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제목이 '세 개의 바늘'이라니, 무슨 의미를 품고 있을까? 책 표지 속 바늘, 코바늘, 연필 세 개가 하나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 저자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에 바로 이 세 개의 바늘이 있다. 그녀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바늘을 이용해 뭔가를 창조해 내는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니.


오늘도 그녀의 손은 연필을 쥐고 때때로 바늘을 만졌으려나.

나는 일면식도 없는 그녀의 모습을 감히 예측해 본다.

그 안에서 자유로워질 그녀가.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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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 형과 오로라 - 제10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이병승 지음, 조태겸 그림 / 샘터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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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을 지은 작가로 친숙한 정채봉 아동문학가.

샘터에 연재되었던 '생각하는 동화'시리즈로 유년 시절의 나에겐 더욱더 친근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때는 괜스레 그가 전하는 따스한 메시지들이 좋아서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2001년 타계한 후에도 지지 않고 가슴에 남아있는 아동문학가 '정채봉' 작가. 그만큼 내가 애정 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침체되었던 아동문학을 부흥시키는데 이바지했다고 평가를 듣는 그를 기리기 위해 해마다 '정채봉 문학상'의 수상작을 가린다. 올해 열 번째 수상작에 빛나는 '고릴라 형과 오로라'를 살펴보도록 하자.




요즘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직업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높다고 한다. '고릴라 형과 오로라' 속 이야기에서도 인기 유튜버를 꿈꾸는 아이가 나온다. '나'는 조회수가 올라감에 따라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솔깃한 것에 매력을 느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좋은 소재를 찾고 있다. 그러한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벨라 미용실의 사장인 고릴라 형이다. 고릴라 형은 솜씨 좋은 가위질 장인으로 이전에 연예인의 머리까지 손질했다가 일에 치이는 삶이 싫어 작은 동네에 가게를 차렸다 한다.


목적이 있으면 바삐 움직여야 하는 법. '나'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거나 무데뽀 정신으로 밀고 가지 않는다. 미용실이 바쁠 때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기를 한 달째! 드디어 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아내고 말았다. 유튜브 영상 소재로도 나쁘지 않다. 요즘은 어린아이들도, 또 남학생들도 멋부리는데 관심이 많으니. 이름하여 '남자 초등학생 머리 손질법', '드라이부터 왁스, 스프레이 사용법까지."


이 솔깃한 썸네일에 혹하는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읽는 나는 꽤 아이디어가 좋구나 싶었지만 결과는 대실패. 조회수가 17이었던 것이 77로 올라가나 싶었지만 자라나는 새싹을 밟아버리는 악플이라니. 나뿐만이 아니라 고릴라 형도 악플에서 비켜가지 못한다. 솜씨를 저격하는 것도 문제지만 외모 비평까지 더해지니 기운이 쫙 빠지는 것이다.


오로라라는 이상향을 꿈꾸는 고릴라 형은 실은 솜씨 좋은 미용사는 아니었다. 실로 강남 미용실에서 일하긴 했으나 구박데기에 불과했던 것. 뒷동산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동영상으로 오로라를 바라보는 둘의 모습에 애정 어린 시선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짠한 마음이 동시에 밀려왔다.




여기서 포기할 '나'가 아니었던가. '나'는 기운을 잃은 고릴라 형을 북돋워 주며 말한다. 조그마하다고 생각까지 작지 않다.


"잘린 머리카락은 아프지 않아요. 그러니까 마음도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잘려도 안 아픈 걸로 쳐요. 그리고 잘린 머리카락은 또 자라잖아요. 마음도 그러면 돼요."



'나'가 들려준 이 말이 상처 입고 아픈 나의 마음을, 그리고 이 동화를 읽은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나 덧나지 말라고 메디폼을 붙여주는 것만 같다.



'나쁜 기억 삽니다'라는 제목의 동화에서는 미술시간에 만든 귀 조형물을 벽에 붙이자 발생하는 특이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친구에게 괴롭힘당하고 창피한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나쁜 기억을 삽니다'라고 말하는 귀에 터놓고 이야기하다 보면 고민이 말끔하게 해결되는 내용이다.


사실 어른인 나도 행했던 행동에 후회를 하고, 이러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소망을 품는다. '나'라는 아이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귀에 대고 나쁜 기억을 털어놓고 나쁜 기억을 말끔히 지워냈다. 그러면 더 이상 아프지도 슬프지도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니까.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그 기억으로 성장해나가는 힘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때때로 나쁜 기억은 나쁜 기억으로만 멈추지 않으니.



마지막으로 '이상한 친구'라는 제목의 동화에서는 말 그대로 이상한 친구가 나온다. 어딘가 남들과는 다른 박학다식한 면모를 보이는가 하면 자신이 좀비라는 둥 엉뚱한 소리를 해대는 친구 '운서'. 운서의 짝꿍인 '나'는 처음엔 재미있는 이 친구가 어느 순간 멀어지고 싶은 친구가 됨을 느낀다. 자신의 돈을 일절 쓰지 않고 얻어먹기만 하는 녀석이, 건물주라는 등 허황한 거짓말만 늘어놓는 녀석이 말이다. 그래서 '영원한 친구'가 되자는 운서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둘 사이는 멀어져 갔다. 그렇지만 마지막에는 운서의 아픈 가정사를 다 알게 되고 보듬어가는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그린 동화이다.



이병승 작가가 지은 이 동화책엔 주인공의 이름이 없다. 그 이유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 작품의 주인공 모두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들, 곧 나와 너, 우리라는 느낌으로 읽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의 뜻은 정확하게 정통했다. 이야기를 읽으면 나는 아이들 속에 살아있는 또 다른 동화 속 아이가 되었으니. 따스하고 동화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고릴라 형과 오로라'가 나에게 깊이 다가온 순간이다.


동화적 상상력이 가득한 이 동화를 통해 어른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찾는 순간이, 커가는 아이들에게는 지켜나가고 아껴야 할 감춰둔 동심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그늘마다 선선함이 가득한 가을날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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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마타, 이탈리아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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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라는 동화로 나에게는 친숙한 이금이 작가님의 에세이집이 나왔다.

고교 단짝 친구와 함께 떠난 이탈리아 여행기.

예순이 되기 전에 떠났던, 지금 같은 시국에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을 이탈리아 한 달 살기.

그녀에게 혜안이 있었던 것일까.

그때의 그녀에게 얼른 떠나라 종용했던 건 그녀의 의지도 있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먹구름(코로나)을 보았던 게 아닐까?



'페르마타'는 '정류장', '잠시 멈춤'이란 뜻이기도 하지만 악보의 늘임표를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음표나 쉼표에 늘임표 기호가 있으면 본래 박자보다 두세 배 길게 늘여 연주해야 한다. 페르마타라는 단어에 여행의 본질이 담겨있는 것 같다. 잠시 멈추어 평소엔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것들을 여유 있게 생각하는 것. 실은 평소 일상에서 누리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 (p. 143)



페르마타. 잠시 멈춤

요즘은 반강제적으로 일상의 멈춰졌다. 그 시간으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가 가진 것들 중에서 좋은 점을 억지스레 고르자면 이것이 아닐까. 여유로운 시간 안에서 오롯이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페르마타, 이탈리아'는 40년 지기 단짝 친구와 한 달여간 이탈리아 여행길에 오른 작가 이금이의 여행 에세이집이다.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나는 작가와 함께 이탈리아 곳곳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었다. 밀라노, 피렌체, 나폴리 등 누구나 아는 명소뿐만이 아니라 포지타니, 카타니아 등 잘 알지 못하는 이탈리아의 어느 지역은, 각각 나름의 생명력을 품은 채 나에게 다가왔다.


여행 중에서 우리는 뭔가를 얻어 가려는 마음이 있다. 별것 아닌 것에도 뭔가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픈 그런 마음. 이 책 역시 작가의 그런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비록 실망스러운 결과를 가져오는 것일지라도 그랬기에 더 좋았다고 의미를 부여해 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친구와 좋을 거라 기대하고 떠난 여행지에서의 새롭게 드러나는 서로에 대한 실망스러운 모습. 그것은 서로의 마음 안에 골이 만들었다. 각자의 가족보다 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의 오랜 친구 사이, 내가 감히 40년간의 세월의 정을 가늠할 수나 있을까 싶지만 더 잘 안다고 믿어왔기에 더한 실망감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이해가 되었다.


당신은 여행지에서 이름난 명소 곳곳을 둘러보는 타입인가?

아니면 여유롭게 그들 안에 스며들기를 원하는 타입인가?


작가는 전자를 택했고, 친구는 후자를 택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그것으로 인해 마찰을 빚어졌다. 여행 취향이 다른 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아무리 함께한 시간이 길더라도 각자의 생활방식의 차이는 존재하는 법이니. 그랬기에 여행에서 서로 보지 못했던 모습이 드러나 곤혹스러웠던 점에 수긍이 되었다. 말을 하면 감정의 골이 깊어지지 않았을 텐데 성향상 그게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나중에 터진 대화의 물꼬는 더욱더 두 사람을 가까운 존재로 만들어주었다. 이 또한 여행의 또 다른 묘미일지도_



이탈리아 여행지에서 작가는 현재에 감사함을 느끼고 과거를 그리워했다. 책을 읽고 더없이 좋았던 점은 작가의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연극에 꿈을 갖고 있었다는 점은 색다르게 다가왔다. 학창 시절 연극에 품었던 호기심을 주부 연극반에 들어가 풀었다는 점 또한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동양인인 내가 서양에 가면 모든 것이 다 새롭듯이.


한 번도 내세워본 적은 없지만 '배우'의 꿈은 작가의 삶이라는 마라톤에 기꺼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지금껏 함께 달려주었다. 우리는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 않는 길'을 품은 채 살아간다.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p. 132)



요즘 나는 멈춰버린 나의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놓고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공상하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이따금씩 나의 이야기를 써서 컴퓨터 안에 간직했다. 누구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그 글들은 일기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그 글들은 성인이라는 나이를 넘어서부터는 묻혔다.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내 뇌는 더 이상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지 못했다. 그런데 멈춰버린 나의 이야기들이 가만히 나에게 속삭여왔다. 어서 그 글을 끝을 맺어보라고.


시작은 있고 끝은 엉성했던 나의 글이 언젠가 빛을 볼 수 있을까. '기억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 길은 실패한 길이 아니다'라는 이금이 작가의 말에 다시금 전의를 붙태워봐야겠다.(이러다 사그라들지도 모르지만)


방구석 여행지를 꿈꾸는 당신에게 이금이 작가의 여행 에세이 '페르마타, 이탈리아'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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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와 괴물의 복수 베서니와 괴물 2
잭 메기트-필립스 지음, 이사벨 폴라트 그림, 김선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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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어릴 적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요즘.

마법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다워 눈부신 동화 속 세상도 좋지만,

실제는 볼 수 없는 제3의 존재가 등장해 들려주는 섬뜩하면서도 전혀 아름답지만은 이야기 또한 좋다.

 

'베서니'라는 이야기 속 여자아이 이름이 '배선희'처럼 들릴 만큼 나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건 흡사 외국 배우를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는 형태와 닮았구나.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뜻할 테니.

 

만나길 오조오억번 기다렸던 '베서니와 괴물의 복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500년간 괴물에게 충실한 하인 노릇을 한 에벤에셀.

살아있는 날 것을 먹는 것으로 자신의 힘을 키워온 괴물을 위해 그는 물심양면으로 괴물이 먹고자 원하는 것을 갖다 바쳤다. 그중에는 에벤에셀이 사랑해마지않던 고양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를 넘어서 이제는 여자아이를 먹고 싶단다?!!!

 

베서니와 괴물의 묘약이라는 제목을 단 1권에 이어 2권이 나왔다. 출간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던 작품이라 더욱더 반가워서 후다닥 읽어내려갔다. 다시금 보게 된 에벤에셀과 베서니가 그렇게 또 반가웠다. 300페이지가 좀 넘는 분량인데도 열 살 딸 역시 재미있게 이야기의 맛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누가 먼저 읽을 거냐를 두고 옥신각신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에벤에셀은 괴물에게 먹는 것을 갖다 바침으로써 죽지 않고 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묘약을 받을 수 있었다. 무려 500년간 걸쳐 이뤄진 이 거래는 베서니라는 깡마르고 당찬 여자아이로 인해 균열이 보였다.

 

2권이 더 특별한 이유는 에벤에셀과 괴물의 과거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502살인 에벤에셀의 열한 살 적이야기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둘의 만남이 궁금했는데 역시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파악하고 있었군.

 

에벤에셀에겐 괴물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정답게 '요구'를 청해준 친구라 볼 수 있다. 자신과 어울려주지 않는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벽과 대화를해서 대화 스킬을 키우던 에벤에셀. 그런 그의 마음을 친구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다. 놀리기 일쑤일 뿐. 그런데 괴물은 여느 아이들관 달랐다. 뭐 우선 생김새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사람이 힘겨울 때 그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으면 홀까닥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에벤에셀처럼? 왜인지 나는 에벤에셀이 괴물의 덩치를 키우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느 정돈 이해가 되었다.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젊음의 묘약까지 떨쳐버리기엔 괴물의 제안은 매력적일 터이다. 그래도 괴물은 너무나 잔혹하다. 세 개의 까만 혀로 에벤에셀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까지 모조리 꿀꺽할 공산이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 더 에벤에셀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친구 베서니, 그리고 앵무새 클로뎃까지 있으니 비록 80년간 젊음을 유지할 묘약뿐이 남지 않았어도 에벤에셀은 '괴물 흔적 없애기' 프로젝트에 열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15층 저택은 누가 보아도 탐낼만한 것들이 가득 차있었다. 다 괴물이 토해낸 것. 괴물에게 취약점인 트럼펫을 던짐으로써 괴물을 없앴지만 언제고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다. 베서니의 뜻에 따라 에벤에셀은 눈물을 머금고 프리마켓을 열었다.

 

경제관념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들이 책정한 값은 마을 사람들의 흥미를 돋워 금세 동이 나고 만다. 그런데 왜인 걸 물건을 구매해 간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터트리며 다시 갖다 주기 시작한다. 에벤에셀과 있을 때는 정상 작동을 했던 것이고 아름다웠던 것들인데 주인이 바뀌니 형편없는 물건으로 전락. 이건 마치 괴물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형색이다.

 

 

그리고 더욱더 이상한 것은 바로 앵무새 클로뎃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는 재주가 있는 상냥하고 친절한 클로뎃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파란 눈에 언뜻언뜻 서리는 검은색 눈동자라니, 너 설마?!!!

 

실은 지렁이처럼 작아진 괴물을 가둬놓을 새장을 찾으러 새 가게를 찾은 에벤에셀과 베서니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클로뎃을 만났었다. 그때 지렁이 모양새를 하고 있는 괴물이 먹이인 줄 알고 클로뎃이 먹어버렸던 게 화근이 된 셈이랄까. 이를 어쩌나? 지금 클로뎃의 몸속에는, 괴물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해리포터 제작사의 영화화가 예정된 '베서니 시리즈'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앞으로 나올 세 번째 이야기 또한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Comming s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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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무얼 할까? 비룡소의 그림동화 296
티나 오지에비츠 지음, 알렉산드라 자욘츠 그림, 이지원 옮김 / 비룡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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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감정과 관련한 그림책을 읽으니 조성모의 '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벌써 20년이 다 된 노래라니, 세월의 무상함 또한 든다.

나는 도대체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렸는지···

나이를 먹으니 감정이 무뎌짐을 느낀다.

될 때로 되라는 포기를 배운 건지, 시간이 다 해결해 준다는 인내심을 배운 건지.

그림책 '감정은 무얼 할까?'라는 우리 속에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자유 시간엔 뭘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따스하고 예쁜 그림동화책이다. 어디 한번 우리들의 마음속 감정 친구들을 만나러 떠나보자.

 

'감정은 무얼 할까?의 책 분위기는 친근하고 따스한 느낌이 가득이다.

내 안에 돌보지 못하고 방치해둔 감정이라는 이름의 친구들이 '나 여기 있었어'라고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랄까?

서른 가지의 감정에 맞춰 의인화된 감정 친구들의 모습이 귀엽고 또 사랑스럽다.

글만으로는 부족한 감정의 깊이를 그림이 증폭제의 역할을 해서 다가온다.

 

감사는 주위를 따뜻하게 해.

                            

뜨개질하는 손길마다 꽃내음이 나는 듯하다.

 

미움은 예쁜 것이라면 모두 짓밟아.

쉴 시간도 없어. 밟아 버려야 할 예쁜 것들이 너무 많거든!

처리해야 할 일이 많기에 손발의 개수가 많다.

비웃음 또한 미움이란 친구에게 너무나 잘 어울리는구나.

 

단순한 그림책이 깊은 울림이 되어 나의 마음에 안착한 느낌이 든다.

우리 안에 있는 여러 감정들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기분이다.

 

그림책을 읽고 나서 아이에게 간단한 질문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본다.

'지금 너의 감정은 어떤 모습과 닮았어?'

요즘 들어 친구와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재미를 느낀 아이는 즐거움을 꼽는다.

'그렇다면 지금 너에게 필요한 감정은 뭐야?'

요즘 밤에 잘 때 무서운 생각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아이는 용기를 꼽는다.

'이 감정만은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어라고 할 수 있는 감정은 뭘까?'

머뭇거리는 아이에게 엄마인 나는 상상력이 그려진 그림을 펼쳐 보여준다.

'엄마는 상상력이 풍부한 어른으로 너희들이 자라길 바라.'

그림책을 읽고 엄마의 감정, 또 아이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우리 마음 안에서 사는 여러 감정들아, 나는 너희들이 참 좋아.

언제든지 나타나서 나에게 알은체 해주길 바랄게.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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