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바늘 매일과 영원 4
소유정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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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을 내뱉곤 한다.

주말은 어디 갔지? 그런 마음이 일게 하는 업무에 치이는 바쁜 나날.


요즘 날씨도 그와 조금 닮은 면이 있다.

반팔을 입고 다녔는데 한순간 살갗에 닿는 바람이 매섭게 느껴진다.

봄, 여~~~름, ㄱ, 겨~~~울.

가을은 어디에......?


가을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새도 없이 겨울이 덜컥 와버린 느낌.

왜인지 모르지만 마음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나날이다.

벌써 내 머리는 동면상태에 들어간 곰이 되어버린 걸까?

세상에는 별이 참 많다. 매달, 매 계절, 한 해에만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쏟아진다. 내가 하는 일은 별을 뱉어 내는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뱉어 낸 별들을 잘 보는 일. 그것들을 조심스레 주워 들고 얼마나 반짝이는지를 살피는 일, 어느 한 부분의 빛이 희미하다면 왜 그런지를 들여다보는 일, 우리가 지나온 시간에 따라서 혹은 비슷한 색에 따라서 별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그것이 내가 하고 있는 문학비평이다. (p.26)


문학비평가의 에세이를 만났다. 그동안 책을 읽고 나서 책 뒤편에 실린 작품 해설은 크게 관심을 기울여보지 못한 나였는데, 여느 에세이보다도 조금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쪼개고 분해하는 비평가, 문학 뒤편에 감춰진 이를 알아가는 과정에 함께 있기 때문일까?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꿈을 가진 저자는 별을 토해내는 일이 아닌 별들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비평의 길을 택했다. 매 순간 타인의 글을 풀어썼던 그녀가, 센터가 아닌 어쩌면 후방으로 미뤄졌던 그녀가 오롯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에세이집이다. 그리고 또 그녀의 모습이 나와는 다른 듯 참 닮아서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나 또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국문학이라고는 하나 내 전공은 문학의 안에서 펼쳐보지는 못했다. 교직을 이수하고 교육대학원까지 들어갔던 나에게 국문학은 뭔가를 쓰는 것이 아닌 가르치는 일에 가까웠다. 그랬기에 쓰고 뱉어내는 행위 자체가 전무했던 시절, 그 시절이 한없이 아까워 가던 걸음을 멈춰 서고 돌아보게 된다. 누구나 과거는 그리워하고 후회하기 마련이라지만 열정의 불씨조차 꽃피우지 못한 나의 나약함에 자조적이 되고마는 기분이랄까. 끝내 나는 발 들여놓은 곳에서도 완주하지 못했다.


하나의 선만으로는 수를 완성할 수 없듯 문학 역시 그러하다. 쓰는 이의 존재만으로 작품은 끝나지 않는다. 읽는 이가 있어야 한다. 완성된 작품만으로도 그것은 끝나지 않는다. 작품 이후에 돌아오는 응답이 있어야 한다. 교차하는 선의 가장 마지막 꼭짓점에 비평이 있다고 믿는다. (p. 108)


비평가답게 책에는 그녀가 비평을 했던 작품들이 간간이 실려있다. 저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허기진 마음에 식욕을 돋우게 만들었던 문학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제하고서는 비평가로서의 그녀 또한 없으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비평을 제하고선 논하기 어려울 만큼 비평이란 영역은 그녀를 지칭해 주는 그 무언가가 어느새 되어있는 듯하다. 내 마음에 때때로 여유가 찾아오거든 그녀가 언급했던 문학작품을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제목이 '세 개의 바늘'이라니, 무슨 의미를 품고 있을까? 책 표지 속 바늘, 코바늘, 연필 세 개가 하나의 실로 연결되어 있다. 저자를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에 바로 이 세 개의 바늘이 있다. 그녀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바늘을 이용해 뭔가를 창조해 내는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니.


오늘도 그녀의 손은 연필을 쥐고 때때로 바늘을 만졌으려나.

나는 일면식도 없는 그녀의 모습을 감히 예측해 본다.

그 안에서 자유로워질 그녀가.




※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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