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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서니와 괴물의 복수 ㅣ 베서니와 괴물 2
잭 메기트-필립스 지음, 이사벨 폴라트 그림, 김선희 옮김 / 다산어린이 / 2021년 9월
평점 :
판타지 소설을 어릴 적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요즘.마법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다워 눈부신 동화 속 세상도 좋지만,
실제는 볼 수 없는 제3의 존재가 등장해 들려주는 섬뜩하면서도 전혀 아름답지만은 이야기 또한 좋다.
'베서니'라는 이야기 속 여자아이 이름이 '배선희'처럼 들릴 만큼 나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온다.
이건 흡사 외국 배우를 한국식으로 바꿔 부르는 형태와 닮았구나.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뜻할 테니.
만나길 오조오억번 기다렸던 '베서니와 괴물의 복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500년간 괴물에게 충실한 하인 노릇을 한 에벤에셀.살아있는 날 것을 먹는 것으로 자신의 힘을 키워온 괴물을 위해 그는 물심양면으로 괴물이 먹고자 원하는 것을 갖다 바쳤다. 그중에는 에벤에셀이 사랑해마지않던 고양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정도를 넘어서 이제는 여자아이를 먹고 싶단다?!!!
베서니와 괴물의 묘약이라는 제목을 단 1권에 이어 2권이 나왔다. 출간 소식이 들리기를 기다렸던 작품이라 더욱더 반가워서 후다닥 읽어내려갔다. 다시금 보게 된 에벤에셀과 베서니가 그렇게 또 반가웠다. 300페이지가 좀 넘는 분량인데도 열 살 딸 역시 재미있게 이야기의 맛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누가 먼저 읽을 거냐를 두고 옥신각신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에벤에셀은 괴물에게 먹는 것을 갖다 바침으로써 죽지 않고 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묘약을 받을 수 있었다. 무려 500년간 걸쳐 이뤄진 이 거래는 베서니라는 깡마르고 당찬 여자아이로 인해 균열이 보였다.
2권이 더 특별한 이유는 에벤에셀과 괴물의 과거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502살인 에벤에셀의 열한 살 적이야기라고 말한다면 얼마나 오래전 일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둘의 만남이 궁금했는데 역시 작가는 독자의 마음을 파악하고 있었군.
에벤에셀에겐 괴물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정답게 '요구'를 청해준 친구라 볼 수 있다. 자신과 어울려주지 않는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벽과 대화를해서 대화 스킬을 키우던 에벤에셀. 그런 그의 마음을 친구 누구도 알아주지 못했다. 놀리기 일쑤일 뿐. 그런데 괴물은 여느 아이들관 달랐다. 뭐 우선 생김새부터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
사람이 힘겨울 때 그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있으면 홀까닥 넘어가게 되지 않을까? 에벤에셀처럼? 왜인지 나는 에벤에셀이 괴물의 덩치를 키우게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어느 정돈 이해가 되었다.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젊음의 묘약까지 떨쳐버리기엔 괴물의 제안은 매력적일 터이다. 그래도 괴물은 너무나 잔혹하다. 세 개의 까만 혀로 에벤에셀이 소중히 여기는 것들까지 모조리 꿀꺽할 공산이다.
이제는 그 누구보다 더 에벤에셀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친구 베서니, 그리고 앵무새 클로뎃까지 있으니 비록 80년간 젊음을 유지할 묘약뿐이 남지 않았어도 에벤에셀은 '괴물 흔적 없애기' 프로젝트에 열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15층 저택은 누가 보아도 탐낼만한 것들이 가득 차있었다. 다 괴물이 토해낸 것. 괴물에게 취약점인 트럼펫을 던짐으로써 괴물을 없앴지만 언제고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다. 베서니의 뜻에 따라 에벤에셀은 눈물을 머금고 프리마켓을 열었다.
경제관념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들이 책정한 값은 마을 사람들의 흥미를 돋워 금세 동이 나고 만다. 그런데 왜인 걸 물건을 구매해 간 사람들이 불평불만을 터트리며 다시 갖다 주기 시작한다. 에벤에셀과 있을 때는 정상 작동을 했던 것이고 아름다웠던 것들인데 주인이 바뀌니 형편없는 물건으로 전락. 이건 마치 괴물이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형색이다.
그리고 더욱더 이상한 것은 바로 앵무새 클로뎃이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는 재주가 있는 상냥하고 친절한 클로뎃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파란 눈에 언뜻언뜻 서리는 검은색 눈동자라니, 너 설마?!!!
실은 지렁이처럼 작아진 괴물을 가둬놓을 새장을 찾으러 새 가게를 찾은 에벤에셀과 베서니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클로뎃을 만났었다. 그때 지렁이 모양새를 하고 있는 괴물이 먹이인 줄 알고 클로뎃이 먹어버렸던 게 화근이 된 셈이랄까. 이를 어쩌나? 지금 클로뎃의 몸속에는, 괴물이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중인 것이다.
해리포터 제작사의 영화화가 예정된 '베서니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