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와 엘레노르,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를 수기 형식으로 엮은 뱅자맹 콩스탕의 소설. 고백체로 쓰여진 점이 매력적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솔직한 감정이 느껴졌다.엘레노르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사랑이 엘레노르에게 닿고 둘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 격정적인 둘의 사랑, 그리고 끝의 순간까지. 제목 그대로 아돌프의 사랑을 곧이 곧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인물에 대한 별다른 묘사 없이도 이런 깊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니. 아돌프가 하는 사랑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 다르더라도 그 감정에 대한 묘사만큼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닐까. “사랑은 나에게인생의 전부였지만. 당신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책을 덮으면 나오는 문장이 깊게 와닿는다.
사랑의 책 /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외 이 책에는 ‘사랑’을 주제로 한 단편들이 모여있다. 여기엔 우리가 생각하는 형태의 사랑뿐 아니라 다른 형태의 사랑들도 모여있다. 출판사의 소개글처럼 ‘사랑’은 전 인류가 어떤 식으로든 경험하는 한 편의 ‘이야기’이며 같은 이야기는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사랑이 궁금해진다. 말로 풀어내기 어려운 사랑을 주제로 삼은 17편의 글 중 가장 몰입감이 좋았던 건 단연 첫 번째 단편이었던 기 드 모파상의 ’달빛‘. 8쪽의 짧은 분량임에도 글 속의 분위기와 온도, 어스름하면서도 밝은 달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짧고 강렬한 ‘달빛’을 맨 앞에 배치하여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나갈 수 있도록 한 것도 편집자의 의도일까 생각해보았다. 앤솔러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번에 읽을 수 있다는 것.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장르의 17편의 이야기 중 좋은 이야기도 있고 기억에 남지 않는 이야기도 있지만, 언제든 꺼내봐도 좋을 것 같다. 빼곡한 하트의 향연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부터 <사랑의 책>이라는 간단명료한 제목까지,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신간이었다.
두 권 합쳐 640페이지 가량의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하루 만에 전부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는 누구든 엘리자베스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의 매력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으니까.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 시대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자신을 성폭행 하려했던 지도교수를 연필로 찔렀다는 이유로, 여자라 입 닫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이유로 박사과정이 당연하게 취소 당했다. 그리고 학교의 명예를 위해 엘리자베스가 먼저 유혹했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가운을 입고 있어도 엘리자베스를 화학자로 보지 않고 행정 직원으로 보고 연구에서 배제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단한 벽 앞에서 엘리자베스는 피하기보다 그 벽을 두드리기를 선택한다. 그의 영혼의 반려자였던 캘빈의 말처럼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않고 시스템을 뛰어 넘기를 선택한다. 900개가 넘는 단어를 인지하고 있는 아주 똑똑한 개 여섯시-삼십분,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책을 척척 읽을 줄 아는 예사롭지 않은 아이 매들린, 어느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찬 엘리자베스. 비현실적인 인물들보다 그 시대의 여성이 사회적 시스템을 뛰어 넘어 자아를 찾는 것이야말로 소설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의 저자 보니 가머스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65세에 이 책으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원고가 공개된 지 2주 만에 22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화를 위해 애플TV에서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소설같은 이 이야기는 저자가 엘리자베스처럼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재능을 잠재우지 않고, 미래를 직접 그리고,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글 속 인물을 닮은 보니 가머스처럼 우리도 이 책을 읽다보면 엘리자베스와 같은 마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엄마 아빠는 날마다 공장에 일 하러 가고 하나 있던 누나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하루 종일 춥고 텅 빈 집에 혼자 있던 베르틸에게 어느날 갑자기 엄지손가락만 한 닐스가 나타난다. 베르틸의 침대 밑 구석에 사는 닐스의 집에 들어가려면 '꼬꼬마 휘리릭'이라는 주문을 외워서 몸을 작게 만들어야 하고, 크게 만들고 싶을 때도 같은 주문을 외우면 된다. 집이라고 하기엔 벽난로만 있고 가구는 없는 텅텅 빈 닐스의 집을 베르틸이 커다란 몸을 이용해 내부를 채워주고 성냥을 가져와 집을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음식을 가져와 작아진 몸으로 함께 나눠 먹으며 교감한다. 베르틸은 자신이 가져온 음식과 가구, 장작과 같은 것으로 닐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닐스는 늘 홀로 보내던 베르틸의 외로운 시간을 채워준다. 둘은 서로의 구원인 셈이다. 📎 베르틸은 자기 윗옷 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어요. 따스한 것, 아주아주 따스한 것이었어요. "엄마, 슬퍼하지 마세요. 난 혼자 있어도 무지무지 재미있어요."이제 베르틸은 혼자 있어도 닐스가 있기에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따뜻함으로 서로를 채워주는 둘의 이야기가 내 마음도 따뜻함으로 채워주었다. 린드그렌의 이야기를 읽고 자란 어른 모두 자신을 위로해주는 각자의 닐스가 마음 깊숙한 곳에 존재하지 않을까. "내가 외롭고 슬픈 어린 아이를 하나라도 밝게 바꾸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 그나마 내 인생에서 소중한 일 하나쯤은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말을 남겼다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가 나눈 따스함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밝게 비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