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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레슨 인 케미스트리 1~2 - 전2권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두 권 합쳐 640페이지 가량의 책을 읽어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던 게 무색하게 하루 만에 전부 읽어버렸다. 이 책을 읽는 누구든 엘리자베스에게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도 그의 매력에 빠져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으니까.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책은 그 시대 여성이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자신을 성폭행 하려했던 지도교수를 연필로 찔렀다는 이유로, 여자라 입 닫고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이유로 박사과정이 당연하게 취소 당했다. 그리고 학교의 명예를 위해 엘리자베스가 먼저 유혹했다며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켜 거짓 소문을 퍼뜨렸다. 가운을 입고 있어도 엘리자베스를 화학자로 보지 않고 행정 직원으로 보고 연구에서 배제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단단한 벽 앞에서 엘리자베스는 피하기보다 그 벽을 두드리기를 선택한다. 그의 영혼의 반려자였던 캘빈의 말처럼 시스템대로 움직이지 않고 시스템을 뛰어 넘기를 선택한다.
900개가 넘는 단어를 인지하고 있는 아주 똑똑한 개 여섯시-삼십분,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책을 척척 읽을 줄 아는 예사롭지 않은 아이 매들린, 어느 누구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당찬 엘리자베스. 비현실적인 인물들보다 그 시대의 여성이 사회적 시스템을 뛰어 넘어 자아를 찾는 것이야말로 소설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글의 저자 보니 가머스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65세에 이 책으로 데뷔를 했다. 그리고 원고가 공개된 지 2주 만에 22개국에 번역 판권이 수출되었으며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고 드라마화를 위해 애플TV에서 촬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소설같은 이 이야기는 저자가 엘리자베스처럼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고, 재능을 잠재우지 않고, 미래를 직접 그리고,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자신의 글 속 인물을 닮은 보니 가머스처럼 우리도 이 책을 읽다보면 엘리자베스와 같은 마음과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