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관장이 말하는 이건희 컬렉션 - 어느 수집가의 찬란한 결실
이종선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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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건희가 어떻게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컬렉션을 완성해갔는지 그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미술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그의 수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작품에 관한 설명을 읽다보면 호안 미로의 작품 앞에서, 이중섭의 작품 앞에서 압도되었던 순간이 떠오르며 작품 앞으로 나를 데려간다. 수집품 한 점이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의 손을 거쳐 이건희의 손에 들어갔는지,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역사를 지녔으며 수집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화가 있었는지까지 알 수 있다. 미술을 사랑하고, 삼성가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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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산만한 사람들을 위한 집중력 연습 - 실리콘밸리 최고 ADHD 임상 전문가의 산만함을 극복하고 잠재력을 끌어내는 방법
필 부아시에르 지음, 안진이 옮김 / 부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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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라는 병명이 대중화되면서 너도나도 ADHD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나 자신이 ADHD가 아닐까 의심한 적이 여러 번 있다. 이 책은 ADHD에 대한 오해를 풀어줌과 동시에 현실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특히 점수를 매겨 인지 유형을 진단하거나 작업기억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 자각 테스트 등 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또 집중력을 되찾기 위한 연습과 팁, 그리고 요약을 통해 일상 속에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알려준다. 심리 테스트를 하는 것처럼 체크하며 읽는 것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기도 했다. 집중력에 대한 글은 백 번 보아도 새롭게 느껴진다. 나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1장의 제목처럼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파악하고 나의 산만함을 해치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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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제곱이 되었다 시네마틱 노블 2
전혜진 외 지음 / 허블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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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속도로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지 모를 까마득한 먼 미래에도 지금과 같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마음은 종을 초월하고 심지어 생물과 무생물마저 초월한다. 이 책에서 여섯 작가는 저마다의 상상력으로 미래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SF소설에 기대하는 바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적당히 복잡하고 짜임새있는 세계관, 그리고 인간성을 기대한다. 세계관을 빌려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길 기대하는데 이 소설집은 누구나 술술 읽을 만큼만의 어려움을 지녔고, ‘사랑’을 주제로 엮은만큼 감정적인 부분까지 충족한다. 마음을 따뜻하게 채우고 싶은 연말에 꼭 어울리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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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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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게만 느껴지는 화성 이주에 관한 고민과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다. 화성 이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만큼 배명훈 작가의 글은 비현실을 현실로 느끼게 만들만큼 섬세하다. 그리고 날카롭다. 그러면서도 살짝씩 달콤함도 챙기고. 과학, 정치, 철학, 문학 그 어느 것 하나 빼먹지 않고 짧다면 짧은 글 속에 담아내는 작가 특유의 매력이 역시나 이번 소설집에서도 드러났다.

작가의 말에서 “이 시대 SF 작가에게 자주 요구되는 자질은, ‘지금 이 순간’과 ‘미래의 어느 날’을 한꺼번에 담아낼 수 있는 큼직한 시간 개념을 고안해내는 재주”라는 문장이 등장했다. 책이 이야기하는 소재에 대해, 표현하는 주제에 대해 분명히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줌에 있어서 배명훈 작가는 이상적인 SF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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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은 어디에나 트리플 20
임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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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작가의 글은 이 책을 통해 두 번째로 접한다.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를 읽고 일상적인 것들에서 생소한 것을 발견하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소설도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내 곁에 있을 법한 사람, 오늘도 느꼈던 것 같은 감정. 그걸 한번 비틀어 임선우만의 색깔로 내비춘다. 나는 아마 익숙함을 비틀어 볼 줄 아는 사람을 필연적으로 좋아하게 되나보다.

죽고 싶어질 때마다 낙타로 변하는 사람, 장국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홍콩야자를 키우는, 슬픔을 느낄 때마다 푸른 돌을 토하는 사람, 오십만 원을 벌기 위해 오사카로 금괴를 배달하러 가는 두 사람. 세 이야기 속에는 저마다의 슬픔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으면 각자의 슬픔 틈을 유영하고 싶어진다.

임선우 작가는 ‘초록은 어디에나’라는 제목을 오래전 겨울밤 산택을 하다 우연히 떠올렸다고 한다. 이 책 속엔 그가 느끼는 따뜻한 슬픔의 색, 초록이 가득하다.

📎 그러고 보니 참 이상하네요. 유미 씨의 글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읽고 나면 무언가 전달 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유미 씨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구체적으로 쓰고 싶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무언가 전달되었다니 대항이네요.

📎 그러면 내가 지금 느끼는 슬픔은 내 것이 아닌가? 네가 슬퍼지는 순간부터는 네 슬픔이지.

📎 언니는 늘 그렇듯 아 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점은 내가 영하 언니를 좋아하는 이유이자 영하 언니를 미워하는 이유였다. 어느 순간 지하철 안으로는 초저녁 햇빛이 쏟아졌다. 고개를 들자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유리창이 금빛으로 물든 다정한 건물들. 이상하지, 이럴 때면 도시는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농담 같았다.

📎 ‘초록은 어디에나’는 오래전 겨울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떠올린 문구이다. 어두운 외투를 걸치고 거리를 걷다 보니 문득 초록이 보고 싶었다. 환한 초록, 자라나는 초록, 우글거리는 초록, 초록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나에게 초록은 따뜻한 슬픔의 색. 차고 단단한 파랑의 슬픔에 노란빛이 한 줄기 섞인 푸르름. 그러나 나는 질문하는 동시에 답을 알고 있다. 초록은 어디로 가는 법이 없다. 초록은 어디에나 있다.

📎 나름의 사전적 의미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방식 또는 그 자체. 비올라의 미래를 응원하기 위해 지은 이름인데, 책 상에 올려놓고 나름이라고 적힌 팻말을 바라보면서 힘을 얻는 것은 오히려 내 쪽이다. 나름이라는 단어는 되뇔수록 어쩐지 용기가 생긴다. 나는 나름대로 살 것이고 나름대로 쓸 것이다. 나름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작은 긍지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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