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위의 개척자, 황금 천막의 제국 - 세계를 뒤흔든 호르드의 역사
마리 파브로 지음, 김석환 옮김 / 까치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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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무르의 연대기에서 분명 존재하고 강력하지만 그 정체를 알 수는 없는, 마치 코즈믹 호러를 방불케 하는 주치의 제국은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의 봉신이 되는 후예들을 남긴 채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원형조차 알지 못한 채 그저 흔적들을 통해 짐작되는 바만 남아있다. 그렇기에 분명 인식은 하고 있지만 알 수 없었던 주치의 제국의 본모습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역사를 연구하거나 취미를 가진 이들의 지평을 더욱 넓힐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너무나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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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동남아 - 30개의 주제로 읽는 동남아시아의 역사, 문화, 정치
강희정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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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에 대해 각 국의 역사를 아는 것이 그 기둥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그 기둥 위를 크게 제국주의의 유산, 다양한 문화, 현대정치라는 큰 타이틀이 지붕처럼 그 위를 덮어주어 각 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이해한 동남아의 지식을 묶어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최근에 읽었던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 동조자를 읽고 지금은 사라진 남베트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였다.

이 책의 베트남 커피와 콩 카페, 찐꽁썬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마치 르포의 저자와 베트남의 거리를 함께 걸으며 즐기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하였다. 이 책의 장점은 이러한 현장감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아까 말했듯 지식의 기둥들을 아우르는 이른바 지붕이다. 각국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해주지 않기에 이 책들은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다양한 책(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라도)을 먼저 읽고 오는 것이 이 책의 설명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각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아주 개략적인 설명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현대정치에서는 무려 3파트를 태국 정치에 할애한다. 흔히 태국 왕실에 대해 언론이나 매체에서 말하듯 엄청난 절대군주로 믿고 있었지만 그것이 그의 어머니 상완이 소외계층에 대해 봉사하는 이미지로 이뤄낸 하나의 신화이고 그것은 또 시립톤 공주를 통해서 계승된다는 점에서 타이 왕실의 권위는 보이는 것과 달리 대단히 위태롭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와 그에 연계한 태국의 민주화 시위가 세 손가락을 높이며 국왕 폐지까지 언급한다는 점까지 이 책은 대단히 넓으면서도 피상적이지 않았다. 말 그래도 동남아시아 총론을 한번 읽어보고 읽으면 동남아시아에 대한 개황 뿐 아니라 현재까지 알 수 있는 대단히 좋은 각론서였다.

그동안은 나시고랭이 태국음식이라 여기고 있었던 것처럼 대단히 흐릿하고 각각의 특징적 이미지로만 알고 있던 동남아시아에 대한 나의 지식이 좀더 명료하게 만들어주었던 책이었다. 동남아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좋겠다.

본 서평은 부흥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16831)에 응모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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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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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서평은 역개루 카페와 믹스커피 출판사 간의 서평 이벤트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범죄들은 실로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범죄자들을 보여준다.

김형민 작가의 문체는 평이하면서도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기묘한 맛이 있었다.(하지만 글 속에서 너무나 많이 들어간 가치판단들이 오히려 글 자체의 가치를 해치는 듯 하지만 이는 이 글이 칼럼을 재구성한 것이니 그냥 끄덕이고 넘어간다.)

모든 사건들은 딱 네 페이지 안에서 처음엔 배경이 나오고 범죄자들의 범행과 동기가 2페이지 정도, 그들의 말로와 작가의 덧붙이는 말까지 실로 깔끔한 구성 속에서 범죄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였다가 명멸해간다,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쓰여 있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부분은 2부 한국사를 뒤흔든 범죄의 재구성이었다. 이 책의 모든 사건들은 다 흥미로웠지만 세계의 범죄들과 한국의 범죄들을 차라리 따로따로 두 권으로 출판했으면 오히려 더 깔끔하고 통일성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범죄는 일상인들과는 다른 어느 괴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몸에 병이 들듯이 그 사회의 불합리나 모순들이 약한 부분에서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2부, 한국사 속의 범죄들이 더 눈길이 갔다.

주 배경이 되는 60, 70,80년대는 영화나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는 다른, 부산에서 수리남이나 나르코스를 방불케 하는 마약왕들이 오히려 유지로 행세하고 수많은 식모들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살아가는. 마치 요즈음 남미의 모습들이 불과 몇십년 전까지의 우리나라의 모습이었다는 것이 실로 놀라웠다.

하지만 내가 느낄 수 있는 이 놀라움이 우리 사회가 반대로 끊임없이 자정하고 또 자정해 온 결과라는 점에서 다행함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도 범죄는 계속 생성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이듯, 단순히 그 범죄 뿐 아니라 그 범죄 뒤의 이면들을 보는 눈을 다시한번 깨달았다는 점에서 김형민 작가님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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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1천 권의 조선 -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김인숙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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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이아, 칼렘 풀루이 이상하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부르던 16, 17세기의 문헌들부터 러시아 장교의 유럽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어릴적부터 '외부인의 눈으로 본 우리'에 관한 책들에 관심을 가졌고 많이 읽었다. 때로는 유튜버들이 이러한 책들에서 자극적인 요소들과 부정적인 요소들만 모아서 유튜브로 내고 그 밑에 댓글을 보았을 때에는 지극히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실로 단장취의한 그 모습들과는 달리 서구인들의 책에서도 물론 서구 중심이라는 색안경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긍정적인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까.

1만 1천권의 조선은 이러한 단상을 가진 여행기들을 단순히 조선 그 자체만 다룬 책 들이 아니라 그 당시 지볼트라던지 예수회 신부들이 중국과 일본에서 기록한 내용까지 실로 서구인들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기록한 수많은 책들로 그들이 구성한 조선이라는 나라를 다양한 프리즘으로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안에서 단군이 단 지파의 후예라는 등 유사역사학적 주장들이 어디로부터 왔는 지도 알게 되어 새로웠다.)

터키에서 보았던 피에르 로띠나 야성의 부름의 작가 잭 런던이 이 땅을 밟았던 사실도 알게 되어 책장을 넘기면서도 신기함과 새로움을 더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일 좋은 점은 그러한 책들의 원판의 이미지들과 텍스트들을 함께 보여주면서 비록 그 책들을 펴진 않았지만 그 책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판본별로 달라지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해 주면서 마치 서고 안에서 사서와 함께 한 권, 한 권 뽑으며 이 책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수많은 책들을 짧게 짧게 다루다 보니 그 책들에서 다루는 유려한 이야기들이나 이미지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어서 아쉽긴 하나 그것들은 하나하나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될 것이리라.

실로 아름다운 개론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김인숙과 함께 명지-LG 한국학 도서관을 한번 쓱 둘러본 느낌이었다. 저자의 잔잔하면서도 유려한 문체가 돋보였다. 조선사나 한국학에 관심있는 누구든 보았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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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러시아 - 러시아의 굴곡진 현대사와 독재자의 탄생
대릴 커닝엄 지음, 장선하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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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러시아군은 선제공격한 조지아의 전 국토를 점령했다.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그들이 여전히 세계라는 게임에서 여전히 플레이어임을 보여주며 으스댔다.

사람들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한껏 만들어낸 이미지에 허상을 가지고 러시아라는 국가를 그 저력보다 더 강한 국가로 여기게 되었다. 비록 '방사능 홍차' '소치 올림픽'에서의 편파판정 등 다양한 독재국가의 면모를 보여주었음에도 사람들은 러시아의 정략과 그 지도자 푸틴이 서유럽으로 향하는 가스를 끊는다거나 재벌 부호인 올리가르히들을 억압한다거나 푸틴 집권 후 기본소득이 2배 늘어났다거나 하는 다양한 소식들은 푸틴이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잠재우고 러시아가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조용하지만 차분하게 그 국익을 키워나가는 내실 있는 강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충분히 착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초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러한 모습은 러시아의 무척 유능한 홍보 담당자들이 만든 허장성세임이 드러났다. 푸틴의 야욕을 위해 수많은 징집병들이 준비도 없이 투입되어 무수히 피를 뿌렸다. 전장이 고착화되면서 그동안 강력하게 포효하던 러시아가 시베리아 호랑이가 아닌 그냥 종이호랑이였음을 여실하게 드러내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대릴 커닝엄이 지은 푸틴의 러시아는 푸틴이라는 지도자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또 어떻게 정적을 제거했는지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KGB요원-시청 공무원- 대통령 재산관리- FSB국장을 거쳐 총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는 푸틴이라는 인물이 소련 해체 후의 보리스 옐친 체제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볼 때는 푸틴 자체는 소련 멸망 속에서 국가재산과 권력을 빠른 정보를 가지고 독점하게 된 '올리가르히' 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책에서는 푸틴에게 쓴소리를 하던 이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는지가 나와있다. 하나하나의 암살 사건은 아주 정교한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우리는 이 책에서 푸틴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의 이면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KGB요원을 선망하던 소년이 어떻게 러시아의 독재자가 되었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악한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해냈는지를 보여준다. 푸틴의 전략은 러시아를 끊임없이 위기 속으로 몰아세우고 그 가운데서 위기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마치 북한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푸틴의 치하에서 올리가르히들은 분명 철퇴를 맞았고 푸틴은 노동법 점검 및 국민 소득 개선을 위한 민생사업도 분명 벌였기에 옐친 치하의 암담한 시기보다 러시아의 소득이 2배로 오른 민생도 어느정도 챙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푸틴 그 자신도 국민과 어느정도는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한정된 지면 탓이었는지 지나치게 푸틴 개인의 정치적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단순히 정적 살해 및 국제 분쟁에 개입하는 뿐 아니라 푸틴 정권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한 듯 하였다. 그것은 그동안의 이미지 및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그동안의 '조용하지만 강한 마초적 사나이'의 이미지를 이미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푸틴의 러시아는 그 환상을 산산히 깨부시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나 러시아나 푸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사건들의 나열이다. 이러한 지도자를 왜 러시아 국민들이 지지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좀 불친절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책들,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먼나라 이웃나라 러시아편, 스티븐 리 마이어스가 지은 뉴 차르 등에서 푸틴의 러시아가 다루지 않은 정보들을 찬찬히 읽어본 후에야 그 내락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푸틴을 북한의 독재자들과 비슷하게 놓았지만 푸틴은 중국의 정치위원들과 비슷한 길을 걷다가 점점 북한의 독재자들에게 가까이 갔다가 다른 책들과 이 책을 보면서 내렸던 결론이다.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다른 매체나 도서를 통해 푸틴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정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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