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1천 권의 조선 - 타인의 시선으로 기록한 조선, 그 너머의 이야기
김인숙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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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레이아, 칼렘 풀루이 이상하고 이국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부르던 16, 17세기의 문헌들부터 러시아 장교의 유럽 여행기에 이르기까지 어릴적부터 '외부인의 눈으로 본 우리'에 관한 책들에 관심을 가졌고 많이 읽었다. 때로는 유튜버들이 이러한 책들에서 자극적인 요소들과 부정적인 요소들만 모아서 유튜브로 내고 그 밑에 댓글을 보았을 때에는 지극히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실로 단장취의한 그 모습들과는 달리 서구인들의 책에서도 물론 서구 중심이라는 색안경이 있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나름 긍정적인 모습을 보기도 했으니까.

1만 1천권의 조선은 이러한 단상을 가진 여행기들을 단순히 조선 그 자체만 다룬 책 들이 아니라 그 당시 지볼트라던지 예수회 신부들이 중국과 일본에서 기록한 내용까지 실로 서구인들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해 기록한 수많은 책들로 그들이 구성한 조선이라는 나라를 다양한 프리즘으로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 안에서 단군이 단 지파의 후예라는 등 유사역사학적 주장들이 어디로부터 왔는 지도 알게 되어 새로웠다.)

터키에서 보았던 피에르 로띠나 야성의 부름의 작가 잭 런던이 이 땅을 밟았던 사실도 알게 되어 책장을 넘기면서도 신기함과 새로움을 더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일 좋은 점은 그러한 책들의 원판의 이미지들과 텍스트들을 함께 보여주면서 비록 그 책들을 펴진 않았지만 그 책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또한 판본별로 달라지는 내용에 대한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해 주면서 마치 서고 안에서 사서와 함께 한 권, 한 권 뽑으며 이 책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쉬운 점은 역시나 수많은 책들을 짧게 짧게 다루다 보니 그 책들에서 다루는 유려한 이야기들이나 이미지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어서 아쉽긴 하나 그것들은 하나하나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될 것이리라.

실로 아름다운 개론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인 김인숙과 함께 명지-LG 한국학 도서관을 한번 쓱 둘러본 느낌이었다. 저자의 잔잔하면서도 유려한 문체가 돋보였다. 조선사나 한국학에 관심있는 누구든 보았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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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러시아 - 러시아의 굴곡진 현대사와 독재자의 탄생
대릴 커닝엄 지음, 장선하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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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러시아군은 선제공격한 조지아의 전 국토를 점령했다.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합병하며 그들이 여전히 세계라는 게임에서 여전히 플레이어임을 보여주며 으스댔다.

사람들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한껏 만들어낸 이미지에 허상을 가지고 러시아라는 국가를 그 저력보다 더 강한 국가로 여기게 되었다. 비록 '방사능 홍차' '소치 올림픽'에서의 편파판정 등 다양한 독재국가의 면모를 보여주었음에도 사람들은 러시아의 정략과 그 지도자 푸틴이 서유럽으로 향하는 가스를 끊는다거나 재벌 부호인 올리가르히들을 억압한다거나 푸틴 집권 후 기본소득이 2배 늘어났다거나 하는 다양한 소식들은 푸틴이 옐친 집권기의 혼란을 잠재우고 러시아가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세계 무대에서 조용하지만 차분하게 그 국익을 키워나가는 내실 있는 강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으로 충분히 착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 초 벌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러한 모습은 러시아의 무척 유능한 홍보 담당자들이 만든 허장성세임이 드러났다. 푸틴의 야욕을 위해 수많은 징집병들이 준비도 없이 투입되어 무수히 피를 뿌렸다. 전장이 고착화되면서 그동안 강력하게 포효하던 러시아가 시베리아 호랑이가 아닌 그냥 종이호랑이였음을 여실하게 드러내었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대릴 커닝엄이 지은 푸틴의 러시아는 푸틴이라는 지도자가 어떻게 권력을 잡고 또 어떻게 정적을 제거했는지 정치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KGB요원-시청 공무원- 대통령 재산관리- FSB국장을 거쳐 총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는 푸틴이라는 인물이 소련 해체 후의 보리스 옐친 체제의 혼란 속에서 어떻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자리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볼 때는 푸틴 자체는 소련 멸망 속에서 국가재산과 권력을 빠른 정보를 가지고 독점하게 된 '올리가르히' 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이 책에서는 푸틴에게 쓴소리를 하던 이들이 어떻게 죽음을 맞는지가 나와있다. 하나하나의 암살 사건은 아주 정교한 첩보작전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우리는 이 책에서 푸틴이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의 이면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KGB요원을 선망하던 소년이 어떻게 러시아의 독재자가 되었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추악한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해냈는지를 보여준다. 푸틴의 전략은 러시아를 끊임없이 위기 속으로 몰아세우고 그 가운데서 위기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마치 북한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푸틴의 치하에서 올리가르히들은 분명 철퇴를 맞았고 푸틴은 노동법 점검 및 국민 소득 개선을 위한 민생사업도 분명 벌였기에 옐친 치하의 암담한 시기보다 러시아의 소득이 2배로 오른 민생도 어느정도 챙기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푸틴 그 자신도 국민과 어느정도는 어울리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한정된 지면 탓이었는지 지나치게 푸틴 개인의 정치적 사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단순히 정적 살해 및 국제 분쟁에 개입하는 뿐 아니라 푸틴 정권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소홀한 듯 하였다. 그것은 그동안의 이미지 및 검색을 통해 알아보고 그동안의 '조용하지만 강한 마초적 사나이'의 이미지를 이미 가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푸틴의 러시아는 그 환상을 산산히 깨부시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나 러시아나 푸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사건들의 나열이다. 이러한 지도자를 왜 러시아 국민들이 지지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좀 불친절했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책들, 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먼나라 이웃나라 러시아편, 스티븐 리 마이어스가 지은 뉴 차르 등에서 푸틴의 러시아가 다루지 않은 정보들을 찬찬히 읽어본 후에야 그 내락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푸틴을 북한의 독재자들과 비슷하게 놓았지만 푸틴은 중국의 정치위원들과 비슷한 길을 걷다가 점점 북한의 독재자들에게 가까이 갔다가 다른 책들과 이 책을 보면서 내렸던 결론이다.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다른 매체나 도서를 통해 푸틴에 대한 이미지가 어느정도 있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책이라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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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의 뿌리, 전문 학교
김자중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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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서울의대 못가면 엄마가 책임 질거야?”-강예서, 스카이캐슬 중에서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주민들은 대학병원 의사들과 판,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들이다. 그들은 그들의 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자녀들을 거의 오스만 제국의 황자들만큼 가혹하고 비인간적으로 키운다.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 그 중심에는 법대와 의대, 그것도 국립대학교인 ‘서울’이 자리잡는다.

지금은 많이 옅어졌지만 불과 스카이캐슬이 한참 방영되던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립 서울대를 중심으로 연세대 고려대 등 각종 사립대학의 순위를, 지방에서도 과학기술원과 ‘지거국’이라 불리는 거대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다시 그 밑으로 사립대학들이 자리잡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문과의 최정점은 없어지기 전의 법대, 이과의 최정점은 의대였다. 그 밑으로 학교들과 과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카스트를 방불케 했고 한때 공무원 열풍이 불었을 때도 sky출신 9급 공무원이 나오는 것이 특집기사로 실리기도 했었다.

이 책은 그러한 원인을 바로 일제의 교육제도에서 찾았다. 그 중에서도 대한민국 각 대학들의 조상이 되는 ‘전문학교’제도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새로웠다. 대한제국 멸망 후 총독부의 구마모토 서기관은 대단히 잔인하면서도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다. 바로 조선의 고등교육을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초안을 본 데라우치 총독은 ‘의학과 법학은 매우 중요하므로 보통학교 졸업자에게 맡길 수 없다’는 이유로 법학 전문학교와 의학 전문학교를 살려두고, 20년대에 각종 사립 전문학교 및 경성제국대학이 세워지기 전까지 조선의 최고학부로 기능토록 했다.

제도의 시작부터가 이미 대단히 차별성을 놓고 시작된 것이다. 일제는 조선에서 소위 ‘경박재자’ 즉 화이트칼라의 반 사회적 지식인들이 나오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에 따라 ‘관립 전문학교’에 특혜를 주고 교육의 현장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 중심인 경성 법전과 의전은 총독부 관리나 법조인, 의사 등의 화이트칼라 엘리트가 되는 데에 다른 사립 전문학교들보다 큰 특혜를 부여하면서 민족주의나 종교적 성향이 강했던 사립학교를 견제하고 체제에 순응적인 엘리트들을 키워내는 역할을 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교묘한 일제의 통치를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일본이 다른 열강보다 기술이나 기타 제도들이 뒤쳐지게 된 이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제도로 인해 기술 엘리트들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조선인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는 있지만 그로 인해 조선 내의 일본인들도 본토에 비해 낮은 교육기회를 가짐으로써 오히려 전문학교 설립이나 장학회 설립, 민립대학 요구 운동등에서 조선인들과 합작하는 일들도 책에서 소개되어있다.

이 책을 통해서 총독부의 전문학교 제도들과 학생들의 상황 등을 크게 개괄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내용을 읽어보면 민족적 문제만 없다 뿐이지 식민지 조선의 전문학교들이 가졌던 숱한 고민들(교육의 방향성, 학생 모집 및 수험제도, 취업문제, 장학금 문제 등)이 오늘날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앞으로의 대학교육을 고찰해보기 위해서도 한번쯤 읽어볼 만 하다.(요새 취업을 중요한 지표로 여기는 대학들의 모습을 보면 다시 전문학교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나의 작은 욕심이라면, 위의 사진에서 나오듯 아마노 이쿠오가 지은 제국 대학은 실로 거시적 제도로서 일본의 제국대학을 살펴본 책이고 정종현 저의 제국대학의 조센징은 제국대학의 조선인들에 대한 미시적 측면(여기서 제국대학 학생들의 생활에 대한 미시사를 볼 수 있었다.)을 보여줌으로서 그 시절 제국대학의 모습을 넓게 볼 수 있었다. 이렇듯 한국대학의 뿌리 전문학교가 전문학교의 모습에 대한 거시적 책이라면 전문학교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미시적 책도 나오면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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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 단 한 명의 백성도 굶어 죽지 않게 하라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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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작가님의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은 한자로 된 옛날 편지들을 현대인의 감성에 맞게 재구성해서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 책도 다양한 조선의 복지정책들을 그림과 도표, 때로는 현대어로 바꾼 옛 사람들의 기록물들을 통해서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해서 조선시대 복지 현장에 들어온 듯한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조선의 캐치프라이즈, 환과고독 등 사회의 제일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먼저 혜택이 가도록 하겠다.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 를 소개하며 그것을 중심으로 국가 주도로 결혼할 짝을 맺어주거나 고아를 돌보게 하는 등 다양한 조선의 복지 정책들을 소개하지만 이것은 많은 방송들로부터 봤던 내용으로 사실 그렇게 신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조선 복지의 중심이자 꽃이라 할 수 있는 환곡 제도의 명과 암, 그리고 잘 운영되던 제도가 어쩔 수 없이 변질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도표로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처음에는 복지를 위한 제도로 시작했던 환곡이 조선 후기 들어 중앙과 지방의 관청들의 재원으로 운영되면서 경영의 수익성과 건전성에 집착하게 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제도로 시작되었으나 나중에는 강제로 백성들에게 추렴하여 걷어 재원을 마련하거나, 진짜 힘든 사람들에게 오히려 환곡을 빌려줄 수 없게 되는 등 환곡 제도의 변질 과정

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교과서에서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던 환곡이라는 좋은 제도가 단순히 지방관과 향리들의 타락으로 변질되었다는 대단히 간단하면서도 전혀 고찰 없는 설명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환곡의 탄생과 몰락을 통해 우리가 지금 시행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나 다양한 복지제도들에 대해서도 반성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행정과 복지제도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봤으면 합니다.


특히 이 책은 그동안은 많은 책들에서 설명하지 않았던. 복지정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실무자들인 수령과 향리들의 고충을 보여주면서 그들이 또다른 피해자이지 않았을까? 또는 그들이 악당이 된 이유를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왕들의 교서와 지방관들의 각종 처벌 사례를 보여주면서 각종 모순되는 규정들과 격무 속에서도 나름대로의 재량을 발휘하지만 이래도 처벌 받고 저래도 처벌 받는 수령들의 모습을 지금 공무원들의 모습과 함께 보여주면서 복지 현장의 고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어전회의 장면에서 읽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옛날 사람들의 관직이 현대의 직책으로-(도승지-국왕특보, 수령- 현장 담당자 등) 바뀌면서 오히려 더 이해하거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관직과 현대의 직책을 괄호를 넣어 병기해 주셨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복지정책의 종류, 논의, 기획, 실행, 부정 사례에 이르기까지(비록 환곡 위주로 설명되기는 했지만)를 단계별로 알아보면서 조선의 복지행정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는 점에서 조선이라는 커다란 코끼리를 보게 하는 다양한 프리즘 중 하나로 저의 지평을 넓혀주었습니다.

본 서평은 부흥카페 서평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13227)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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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밀당의 요정 1~2 - 전2권
천지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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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작가님의 <밀당의 요정>은 정석적인 로맨틱 코미디 스토리 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제리안 작가가 쓴 <나도 로맨스 소설로 대박 작가가 되면 소원이 없겠네>에서 정의하는 '로맨틱 코미디는 끊임없는 결투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이 소설에서 여주 이새아와 남주 권지혁이 서로 갑과 을의 위치가 수시로 바뀌고 꽁냥꽁냥, 티격태격을 이어가면서 마치 한 편의 로맨틱코미디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전 남친의 신부 대행으로 신부대기실에서 등장하는 여주 이새아와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로안 웨딩홀의 모회사 성진건설의 상무 권지혁이 신부 대기실에서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우여곡절 끝에 사귀게 된 둘이 조금 달달해지려 할 때 청천벽력처럼 떨어진 권지혁과 배우 전세련의 정략결혼, 


게다가 신부가 웨딩플래너로 이새아를 지목하고 이새아는 얼떨결에 전 남친에 이어 현 남친의 결혼식까지 플래닝하게 되는 전무 후무한 사태.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환장하는 사건들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전개 속에서 처음에는 의기양양, 위풍당당하게 등장했던 권지혁이 연달아 벌어지는 '똥볼'로 점점 그 그 위치가 점점 내려가고

 

전남친에 이어 현남친의 웨딩플랜까지 맡으며 처음에는 '호구'로 등장했던 이새아의 위치가 높아지며 얼떨결에 권지혁의 마음을 본의아니게 들었다 놨다 하게 하며 독자들을 높아졌다 낮아졌다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의 롤러코스터로 함께 끌어들인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의 롤러코스터 속에 우리의 친절하고 착한 서브남 조예찬은 실로 이새아와 권지혁 사이에서 감정의 교통사고라 할 만한 거의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져 우리에게 측은지심과 섭남앓이를 하게 한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예찬아 왜 그러고 있니를 수백번 외치게 했다.


"이새아 씨가 상처를 받는데, 내가 어떻게 신경을 안 써요?"

                                                                      -p276-


중간 중간 나오는 조연인 다람과 유준의 로맨스도 꽤나 달달하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열심히 살아오며 쌓인 빚으로 사랑이 다가오는데도 오히려 거부하는 유준과 그를 향해 돌직구로 달려드는 다람의 로맨스는 중간중간 쉬어가는 달달함으로 메인들의 롤러코스터와 함께 달리느라 지친 마음을 달래준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한창 메인 남주와 여주로 인해 환상 속에서 떠돌던 시야를 다시 우리가 사는 현실로 잡아준다. (유준의 삶은 너무 현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다람의 노빠꾸 직진과 호탕한 성격은 그 속에서도 우리를 피식하게 만든다.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 그럼 반말하게 해 줄게."

"그런 거 싫다면서요?"

"그럼 선후배? 멘토 멘티? 동종 업계 종사자? 뭘 원하는데?"

"누나라고 불러봐요."

                                                                          -p286-


이 소설을 한마디로 느끼자면로 마치 투움바 로제 떡볶이를 먹는 느낌이었다. 소재와 주인공 이야기 전개는 로맨스의 지극한 정석이었지만 그동안은 자뭇 피상적으로 다루던 결혼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끌어와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식에서 대척점에 있는 밀당이라는 지극히 감정적 요소와 결혼이라는 지극히 관습적 요소가 합쳐져 작품 자체의 매력을 뿜뿜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가볍게 읽으면서도 슬쩍슬쩍 엿보이는 권지혁의 비혼주의, 유준의 피혼주의, 새아의 결혼주의, 예찬의 정착주의 등 사랑과 결혼관에 얽힌 인물들의 고민은 자칫 무거워보이지만서도 한편으로는 내 마음 속에 있던 결혼관을 여러 프리즘으로 보고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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