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진주

진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진주는 책 제목 그대로 한 가정에서 발견한 진주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말하고 있다.

배경은 멕시코의 어느 작은 마을이다.

주인공 키노의 집은 소위 말해 가난한 집이였고 그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종종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가난하지만 가족들끼리 화목한 분위기의 이 가정에서 어느 날 아들 코요티토가 독성이 있는 전갈에 물리게 된다.

부모들은 의사를 찾아갔지만 가난하다는 명목하에 무시하며 다시 돌려보내고 키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돈을 벌기 위해 바다로 진주를 찾으러 떠난다.

키노의 마음이 간절해서였을까 엄청 크고 이쁜 진주를 발견하게 되고 마을에까지 키노가 발견한 진주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가족들은 그 진주로 인해 희망찬 미래 계획을 세우지만 동시에 마을 사람들과 예전에 치료를 거부했던 의사는 그 진주를 탐내고 빼앗을 계획을 세우는 등 사람들의 2가지 반대적인 면모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의사가 갑자기 치료를 해주겠다고 하거나, 사람들이 진주를 사겠다고 하거나, 중개인들이 담합을 하여 진주를 탐내는 등 아름다운 진주를 향한 사람들의 탐욕은 점점 심해져 갔으며 그에 따라 키노의 신경 또한 점점 민감해져갔다.

심지어 진주를 탐내는 한 사람이 밤에 키노의 집에 쳐들어와 진주를 가져가려 하자 키노는 그를 살해하는 지경까지 오게 된다.

키노와 아내는 더 이상의 위협에 못 이겨 마을을 떠나려 하고 더더욱 큰 비극이 따라오게 되며 소설은 전개되어진다.

해당 작품은 물질주의인 인간의 본성과 그에 따른 비극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진주는 키노의 가정을 가난의 구렁텅이에서 구원해 줄 희망의 상징이였지만 주위 마을 사람들의 탐욕, 폭행과 살인, 아들에게 오는 불행들을 통해 점점 진주는 불행의 의미로 변모하게 된다.

진주를 발견했을 때 당장 돈이 될 수 있다는 마음에 좋아하는 키노와 다르게 아내인 후아나는 그 진주가 불러올 후폭풍이 걱정되어 진주를 버리려고 했던 장면 또한 극렬히 대비되는 인간의 욕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여서 꽤나 흥미로웠다.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유함의 정도에 따라 나타나는 사람들의 태도와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다루는 등 두껍지 않은 책에서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서평]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메이드 인 라이브러리
케이시 지음 / 클레이하우스 / 2024년 12월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대체적으로 도서관과 서점에는 책이 많고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서점에 가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다듬곤 한다.

여기서의 서점도 얼추 비슷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의 삶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어릴 때부터 도박에 중독되어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빠부터 시작해서 그로 인해 엄마는 집을 나갔고 주인공인 나는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살아야 했기에 편의점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 살아가고 있었다.

야간 근무였기에 손님들이 많이 없어 간간이 책을 읽기도 했는데 어느 날 한 사람이 책을 주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아울러, 엄마를 찾고 싶었던 주인공은 여러 단서들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돌아가신 아빠의 차 내비게이션에 마지막 목적지를 수상하게 여긴 주인공은 그곳으로 가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책의 메인이 되는 '더 라이브러리'이다.

그곳은 따뜻한 배경에 책이 엄청 많았고 둘러보는 찰나 서점 주인이 다가와 주인공에게 이곳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냐며 제안을 한다.

알고 보니 편의점에서 근무를 할 때 책을 주었던 사람이 이 서점 주인이었고 주인공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 서점에서 근무하게 된다.

서점에는 손님은 존중받아야 한다, 책을 마음껏 읽게 하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든 환영한다 등 일반 서점들과 비교했을 때 잘 보지 못한 다양한 규칙들이 있었고 다양한 손님들이 오기도 한다.

손님들은 모두 따뜻했고 다정했다.

과거에 상처를 받았고 무기력했던 주인공이 서점의 기운과 손님들의 태도에 의해 점차 성장하고 마음을 치유하며 소설은 전개된다.

주인공에게 '더 라이브러리'는 심적으로 지친 주인공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고 지치게 되는 날이 오는데 이때 이 서점처럼 자신만의 안식처에서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누구나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책에 대한 애정과 주변 인물들의 분위기, 성장과 힐링 등 여러 가지가 믹스되어 있지만 조화롭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잘 읽을 수 있던 거 같다.

[서평]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북유럽 소설, 특히 스웨덴 소설은 요나손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작가가 출간한 유명 작품들을 조금 읽어봤고 본인의 취향과 꽤나 잘 맞았었는데 좋은 기회로 다른 작가의 책을 읽을 기회가 와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책 표지에 나와있는 남성이 주인공이다.

80대의 주인공 '보'는 아내를 떠나보낸 뒤 최근 들어 평소에 자주 하던 일들도 힘들어하고 기진맥진하는 등 본인이 느끼기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서서히 깨닫고 있다.

그에게는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요양보호사가 있는데 요양보호사와 대화를 할 때 잠깐이나마 활력을 찾지만 이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곤 한다.

그의 반려견 '식스텐'이 그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재미있게 해줄 뿐이다.

박진감 넘치거나 긴장감이 고조되는 내용은 없다.

보의 일상적인 내용, 그가 겪고 있고 도움을 받고 있는 현대 사회의 도움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대기 형식(일기장 형식)으로 잘 작성이 되어있다.

거동이 불편하고 남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으로서 아들(이하 한스라고 한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 뿐만 아니라 사이 또한 영 좋지 않다.

보는 남은 기간 동안 한스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스는 처음에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아들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아빠를 보며 한스는 마음의 문을 열게 되고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한다.

사람이 늙어가고 죽는 과정은 예외 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철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것은 마찬가지로 그동안의 서식지에서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해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지 형식으로 전개되는 보의 이야기와 그의 곁에서 돌봐주는 요양보호사들, 아들의 이야기를 잘 들을 수 있었고 인생을 살면서 어떤 것을 기억해야 하고 어떤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

[서평] 새벽의 틈새

새벽의 틈새
마치다 소노코 지음, 이은혜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장례라는 다소 특이한 소재로 이야기가 시작되어 그와 관련된, 혹은 그에 파생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주인공은 '마나'는 여성 장례지도사로 '게시미안'이라는 가족 장례 전문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이야 고정관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장례업체들도 많이 생겨나면서 남자는 이런 일을 해야 해, 여자는 이런 일을 하면 안돼라는 편견들이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책 속의 시대에서는 아직인 거 같다.

주위의 시선들, 마나의 남자친구, 부모님들은 여자가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지는 것을 다소 꺼려 했으며 그만두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하는 등 마나의 고민은 점점 심해진다.

그러던 중 예전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인 나츠메가 죽고 유언장에 본인이 장례를 맡아 진행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보고 생각을 정하게 된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 거 같다.

장례식을 준비하고 진행을 하면서 게미미안을 이용하는 고객분들과 자주 만나고 도움을 받으며 예전의 상처들을 치유하고 '내가 진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에게 어울리는 것은 무엇인가 등 나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하고 점점 성장해나간다.

장례식장은 슬픔과 이별 등 안 좋은 의미로 대부분 여기지만 소설에서는 단순한 작별의 의미를 넘어서 주인공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 삶과 죽음의 경계로 해석이 된다.

새벽의 틈새는 밤에서 아침이 시작되기 전 짧은 시간을 의미한다.

소설에 비추어보면 죽고 나서 새 삶이 시작되기 전 고요한 시간을 빗대어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너무 쳐지지 않고 작가의 의도와 책의 내용들이 잘 전달되는 소설이다.

[서평]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거나 자가용으로 편하고 빠르게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때로는 버스나 기차의 창가 자리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가는 것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부분 중 하나이다.

기차를 타게 되면 같이 가는 일행이 있지 않는 이상 대부분 옆자리에 모르는 사람이 앉게 되는데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본의 아니게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소설속 주인공인 창화와 미정도 천천히 목적지를 향해가는 무궁화호에서 만나 인연이 생겨 여러 경험들을 하게 된다.

창화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번지르르한 겉모습과는 달리 회사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퇴사를 하게 되었고 미정또한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으로 인해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삼량진으로 내려가게 되는 길이였고, 둘은 우연히 같은 기차를 타게 된다.

둘은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고 헤어지지만 창화는 미정을 보고 싶어 하며 아무 준비도 없이 매일같이 삼랑진에 가게 되며 소설은 전개해 나간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펼쳐지는 장소들과 거기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들 또한 소설 속 매력 중 하나이다.

어릴적 고향과 닮은 장소들, 역 주변의 허름한 찻집, 민박집, 사진관들은 이들의 소소한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들로 작용한다.

현대인들은 항상 바쁘게 살고 있다.

미래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며, 때로는 정확한 목적지도 없이 그냥 옆 사람이 뛰니까 같이 휩쓸려 뛰기도 한다.

수많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런 것이라 생각이 되고 창화와 미정이도 아마 이렇게 바쁘게 살다가 지쳐 조금이라도 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처럼 느껴진다.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치료해 주며 주인공들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까지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다.

기차나 버스를 타면 항상 나오는 멘트가 있다.

이번 정류장은 **입니다.

이 책의 제목도 마찬가지로 삼랑진역이라는 목적지를 안내하고 있다.

단순히 물리적인 목적지를 표현한 것이 아니라 소설 속 주인공들이 살아가면서 꼭 한번은 거쳐야 할 중요한 역이 바로 삼랑진역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