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 뭐가 있는지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러다나중에 히메나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일어나 다가가서 가방을 열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나도 스스로를찌할 수가 없었다.
#49안에는 온갖 종류의 사진과 엽서가 들어 있었는데 찢어졌거나 오래되어 누렇게 바랜 것들이 많았다. 스페인어로 쓰인편지도 여러 장 있었고, 그중 어떤 것들은 너무 여러 번 접었다 폈다 한 흔적이 있어서 잘못 만지면 바스러져버릴까봐 염려가 되었다. 가방 밑바닥에는 검은 머리 가닥이 든 펜던트를담아 밀봉한 지퍼백, 묵주, 아마도 히메나인 듯한 아이가 어딘지 알 수 없는 지역의 황량한 메사"에 서서 자기 발을 내려다보고 있는 흑백사진이 있었다. 사진 뒷면에 글이나 설명이전혀 없어서 어디에서 찍은 사진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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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자." 내가 말하자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우리는 어둠 속에서 차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아마도 우리가 여기에 오는 일은, 이 놀라운 풍경을 보는일은 앞으로 몇 번 없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고-그때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알았다. 정말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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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는 스튜디오로 조금 더 가까이, 하지만 내털리는나를 볼 수 없을 만큼만 가까이 다가갔다. 맨발 아래 시원한땅이, 등에는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졌다. 마당에 짙은 어둠이 깔려 강렬하게 빛나는 스튜디오의 조명 외에는 온통 캄캄했다. 나는 더 다가갔다. 내털리가 머리를 앞으로 기울이며어깨를 늘어뜨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내가 손을 흔들거나이름을 부르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내털리가 나를 볼지,
이번 한 번만이라도 문으로 다가와 나를 안으로 들여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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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게서는 무엇을 원했을까? 라이어널에게서 원했던 것과 같은 것일까? 마야와 나는 우리 인생의 두 해에 가까운 나날을 밤마다 나란히 누워 함께 잤는데 지금도 나는 내가 마야를 진정으로 알았는지 궁금하다. 혹은 마야가 나를진정으로 알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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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화기를 열었으나 문자는 읽지 않았다. 다시을, 내 가족이 바로 전까지 서 있던 창문을 주시했다. 이제창문 속의 얼굴들은 사라지고 없어서 혹시 내가 좀전의 광경을 상상한 것인지, 꿈을 꾼 건 아닌지 잠시 의아해졌다. 최근에는 이런 일이 의례처럼 되어버렸다. 밤중에 자다가 깨어뒷마당을, 세탁실을, 차고를 확인하는 일, 이상한 소음의 정체를 알아보는 일, 창문을 단속하고 잠금장치를 더 단단히채우는 이런 일. 이것이 우리가 들어온 새로운 세상, 우리가꾸기 시작한 새로운 꿈의 일부가 되었다. 그런데도 가끔은그 꿈에 균열이 생기는 때가 있었다.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있었다. 내 휴대전화에서 여전히 희미하게 빛나는 미치의 문자처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친구? 연한 파란색 문자 칸에그렇게 쓰여 있었다. 너 어디로 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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