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소선과 글자선도 마찬가지다. 취소선과 글자선의 교차가보여주는 것은 상상력이 천상과 지구를 돌아다니며 야외 세계의 흙,
바람, 새소리와 어우러지는 동안 몸은 서재라는 실내 세계에 갇혀있는 작가의 상태다. 그 손은 지면에 바짝 매여 있다. 취소선에서 이 두세계는 불현듯 충돌하고, 충돌은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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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은 순수한 형태로 정제하고 이성의 범주에따라 정리한 박물관의 전시품처럼 조용해졌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로서식지, 생물종, 심지어 빙하까지 사라질까 봐 걱정한다. 그러나 이러한것들이 아직 세계에서 사라지지는 않았더라도 자연을 사실로, 앎을해석으로 바꾸며 삶에서의 대화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이미 우리를떠나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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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자유로워지려면, 삶을 구속하고자유를 법과 이성의 규율에 복종시키는 물리적·사회적·제도적 구조의덫을 피하려면 어마어마한 의지가 필요하다. 작업을 수행하는 동안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고된 일이었다던 시에의 말이 바로 그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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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은 끊임없는 흐름 속에 있다. 예술가 파울 클레에게드로잉 작업이 ‘선을 데리고 나간 산책‘의 산물이었듯 거주자의 길은다른 목적이 없는 산책 그 자체로 만들어진다. 종이에 자유롭게 선을그려보라. 연필을 쥔 손은 연필심이 종이에 닿기 전부터 이미 움직이기시작해서 연필심이 떨어진 후에도 계속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될것이다. 종이에 남는 것은 그 움직임의 흔적이다. 흔적은 연필심이종이에 닿아 있는 동안만 이어지지만, 움직임 자체에는 시작도 끝도없다. 거주자의 자취는 이런 식으로 새겨진다. 삶과 시간이 그러하듯자취는 계속되는 와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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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꿈속에서처럼날아다니는 상태를 느낄 수는 없는지 궁금하다. 때때로 강한 바람속을 걸을 때, 특히 고지대에서 우리는 마치 날고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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