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렸다. 가볍고, 맑고, 단호하게. 병옥은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의 시선은 벽걸이 텔레비전에서미묘하게 벗어나 그 옆에 걸린 시계를 향하고 있었다. 밥시간•은 귀신같이 아시네, 병옥은 생각했다. 그새 창밖으로 어스름이 깔려오고 있었다. 뒷마당은 현관 쪽 정원과 달리 시멘트로덮여 풀 한 포기 보이지 않았다. 한구석에 빨간 지붕의 개집이보였다. 말뚝에 줄이 묶여 있었지만 집안으로 들어가 있어 무엇이 묶여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혀를 길게 빼물고 있는 개일 수도, 어쩌면 개처럼 엎드린 사람일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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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완전히 그친 새벽 공기는 고요하고 단단해서 누군가재채기라도 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져내릴 것 같았다.
"다음주에도, 여기서 모이죠."
다희씨가 말하지 않았어도, 우리가 다시 여기로 오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나도 언니에게 하고 싶은 말이있었다. 우리. 다.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고, 그냥, 그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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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신의 자신만만한 덕목들은 어디에 있는가? 앞에서 말한 바로 그 니체는 무거움의 정신의 치명적인 적으로 그덕목들을 열거했다. 그가 볼 때, 그것은 성격의 힘, 취향, 이세계, 고전적 행복, 확고한 자긍, 현인의 냉정한 검박(朴)이다. 이런 덕목들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며, 각자는자신에게 적합한 덕목을 선택할 수 있다. 눈앞에 벌어진 내기판의 중차대함을 생각할 때, 우리는 어쨌든 성격의 힘을 잊으면 안 된다. 이는 선거 운동의 연단에서 미간을 찡그리거나 협박을 섞어 가며 보여 주는 그런 성격의 힘이 아니라 흰빛과 수액의 미덕에 의하여 모든 바닷바람에 저항하는 성격의 힘을두고 하는 말이다. 이 세계의 겨울 속에서 열매를 준비하는것은 다름 아닌 그 힘인 것이다.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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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막이란 하늘만이 내려다보고 있는, 영혼 없는 곳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그때 오랑은 그의 예언자들을 기다린다. 도시의 머리 위와 그 주위에서 아프리카의 사나운 자연은과연 그 뜨거운 마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 덧씌위 놓은 어색한 장식을 깨뜨려 버리고, 집과 집 사이와 모든지붕들 위에서 사나운 비명을 내지른다. 산타크루스 산허리로난 길들 중 하나를 골라 걸어 올라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랑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색색의 입방체들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벌써 고원을 에워싼 들쭉날쭉한 절벽들이 뻘건 짐승들처럼 바다에 몸을 박고 웅크린다. 또좀 더 올라가면 해와 바람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바위투성이풍경의 곳곳에 제멋대로 흩뿌려져 있는 무질서한 도시를 뒤덮고 환기시키고 뒤섞는다. 여기서 서로 대립하는 것은 인간의 기막힌 무질서와 언제나 한결같은 바다의 영구불변함이다.
그것만으로도 압도하는 생명의 냄새가 산허리로 난 길 쪽으로 밀고 올라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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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하늘에2로 끌져내그들과될 것도정오가 조금 못 되어 우리는 폐허를 지나 항만가의 조그만카페로 돌아오곤 했다. 심벌즈처럼 두드리는 햇빛과 온갖 색깔들로 머릿속이 요란스레 울릴 때 그늘이 짙게 깔린 홀과 커다란 한 잔의 얼음같이 찬 초록빛 박하 냉차의 환영이란 얼마나 신선한 영접인가! 밖에는 바다, 그리고 불타는 듯 뜨거운먼지 덮인 길. 테이블 앞에 앉아서 나는 깜박거리는 속눈썹사이로 뜨겁게 백열하는 하늘의 갖가지 색깔로 아롱거리는빛들을 붙잡아 보려 애쓴다. 얼굴은 땀에 젖었어도 얇은 천의옷을 입고 있어서 몸은 서늘한 우리는 이 세계와 결혼하는 어느 하루의 나른한 행복을 한껏 펼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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