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나도 모르게 소리치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개의치 않고 하지를 쫓아 달려갔으나 공이 된유령 개는 도무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빨랐다. 공은 둔치를지나서 강물 위를 한달음에 가로지르더니, 건너편에 펼쳐진너른 잔디밭으로 굴러갔다. 잔디밭에 뛰어든 하지는 이리저리구르다가 공중으로 높이 솟구쳤고, 다시 쏜살같이 내려와 풀밭에 안겼다. 그 순간만큼은 탄천의 풍경이 오로지 하지만을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초여름날 오후, 하지는 강물의 윤슬보다. 자라나는 푸른 잔디보다 더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한참을풀밭에서 놀던 하지가 다시 강물 위를 굴러서 유령 개의 모습으로 내 곁에 돌아왔을 때, 나는 아낌없이 칭찬을 건넸다. 멋지다, 하지! 정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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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싱크홀은 다행히 그대로였다. 다만 못 보던 안내문 한 장이 붙어 있었는데, 싱크홀이 생겨난 원인을 조사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말은 지금까지 싱크홀이 생겨난 원인을모른다는 뜻이었다. 세상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알 수 없는일들이 일어나는구나. 안내문을 읽고 나자 싱크홀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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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했던 약속들은 전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나한테이럴 수 있어? 나나는 슬펐던 나머지 언성이 높아졌는데, 그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나의 목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남자가 점점 더 작아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처음에 나나는남자가 움츠러들었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흥분한 나머지 헛것을 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나가 남자의 약속을 나열할수록 백구십 센티미터에 가까웠던 남자는 나나와 눈높이가 똑같아지더니, 나중에는 나나보다. 나나의 28인치 리모와 캐리어보다, 급기야는 축구공보다 작아지게 되었다. 끝도 없이 작아지던 남자는 나중에 눈에 보이지도 않게 되었는데, 나나는 한참만에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서 아주 작은 도토리 한 알을 발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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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야, 네 마음은 잘 알겠고 고마운데, 나는 소미와 잘 살아보려고 이혼을 했고 물론 부족한 게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렇게 살고 있어. 오해할까 봐 걱정이 들긴 하지만, 그러니까 내 말은...... 너와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는 거야. 네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다를지도 모른다는 거, 다 같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거, 그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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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 난 믿어."
앨리가 은정의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언젠가 우리가 모두 죽는다면, 그래서 시신이 분해되어 입자가된다면, 그 입자의 형태로 지구의 산토리니 해변에서만나자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은정은 앨리의 손바닥에 뺨을 부비며 일광욕과 물장구와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긴 과일을 상상했고, 그제야 마음을 다잡을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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