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나는 벌판에 나가 내 그림자를 펼친다. 어스름내리는 땅 위에서 팔다리와 그 그림자가 각자의 방식으로노닐고, 각도와 빛과 그 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운 좋은날이면 나와 내 그림자는 어느새 나무가, 그것도 막 새잎이움틀 것만 같은 가지를 마음껏 펼친 나무가 된다.
물론 나는 여전히 나무가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적어도나는 나무의 그림자로 다시 태어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문명사회에서 얼굴이나 목의 주름과엉덩이와 허벅지의 구김살은 지우고 싶은 부끄러운 흔적이다. 나무에 해마다 생기는 둥글고 울퉁불퉁한 나이테도 살아온 세월을 짐작하게 하지만 굴곡마다 배어드는 것은 잔잔한 위엄이다. 나무에는 생명체를 풍요롭게 가꾸는 시간의손길이 가득하다. 굴곡진 역사가 짙은 선으로 나타나든 주름이나 벗겨진 껍질과 옹이, 바래고 변한 색으로 드러나든한없이 아름답고 아름답다. 하지만 사람은 기괴한 산업화시대에 살아가기에 녹슬어 버려지고 낡아가다가 결국 망가지는 기계처럼 우리의 삶도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못쓰게된다고 믿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문명사회에서 얼굴이나 목의 주름과엉덩이와 허벅지의 구김살은 지우고 싶은 부끄러운 흔적이다. 나무에 해마다 생기는 둥글고 울퉁불퉁한 나이테도 살아온 세월을 짐작하게 하지만 굴곡마다 배어드는 것은 잔잔한 위엄이다. 나무에는 생명체를 풍요롭게 가꾸는 시간의손길이 가득하다. 굴곡진 역사가 짙은 선으로 나타나든 주름이나 벗겨진 껍질과 옹이, 바래고 변한 색으로 드러나든한없이 아름답고 아름답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둠벙은 무시로 자고 이는 마파람 결에도 물너울을 번쩍거리고, 그때마다 갈대와 함께 둠벙을 에워싸고 있던 으악새 숲은, 칼을 뽑아별빛에 휘두르며 서로 뒤엉켜 울었다. 으악새 울음이 꺼끔해지면 틈틈이 여치가 울고 곁들여 베짱이도 울었다.(39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김은 기특하기도 하고, 여치가 다 기특하게 된 것에 어이없어 민둥하기도 했다. 여치는 분명 장광 언저리에 복순이가 심은 꽈리나수수깡 울타리로 타고 올라간 으아리 덩굴 틈서리에 있는 것 같았는데, 울너머 산자락 버덩에 씨가 떨어졌기에 근근이 살아남은 놈인 듯했다. 장독소래기에 이슬이 고일 철에도 여치소리 못 들어본지가 한두 해 아니던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