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누구나 공개적으로 빠르게 시인이 되고 쉽게 목표를 이룰 기회가 많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시를 실을 수 있는잡지가 도처에 널려 있고, 시창작 교실도 문자 그대로 수백 곳은 된다. 시에 대해 말하고 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도 전에 없이 넘쳐난다.
이런 것들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로는기억에 남을 시를 쓰는, 그 상상도 못 할 만큼 어려운 진짜 목표를 이루는 길에 겨우 발을 들여놓는 정도의 도움밖에 얻을수 없다. 그 일은 느리게, 그리고 고독 속에서 이루어지며, 체로 물을 옮기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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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접시를 끝까지 긁어먹은 다음 내 자동차로 함께 갔다. 오늘 할 말은 더 이상 없었다. 우리의 우정은 숲에서 맺어졌다. 우리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서로를 안았고, 오랫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다음 주에 별장에 다시 옵니다. 오면 연락드리지요." 내가말했다.
"꼭 그렇게 해줘요." 그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천천히 운전해 집으로 향했다.
카를의 밭을 지나갈 때, 바람이 앞이 아니라 뒤에서 불어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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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뒤에 눈을 뜬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채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휴대폰 시계가 7시 54분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배터리가 얼마 없었다. 이렇게 오래 잔 것은 몇 주 만이었다. 나는 옆으로 돌아누워 다리를 구부리고, 머리를 받치듯이 한 손을 그 아래에 넣었다. 연한 아침 안개가 공기뿐 아니라 내 영혼도 덮고 있었다. 뭐가 꿈이고 뭐가 현실인지 잠깐 생각하게 만드는 초현실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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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이 무거워지려는 분위기를 깼다. "그런 질문은 꽤 깊은생각에 잠기게 해요. 그렇죠? 아네테와의 대화는 결국 인생에서 실제로 뭔가를 바꾸는 계기가 됐어요. 시간이 좀 걸리기는했어요. 사실 당연하죠. 그런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보시다시피 나는 바로 다음 진출로에서 방향을 틀어 직장에 사표를 내고 농업을 공부한 다음 언제였던가이 농장을 찾아냈어요. 아침에 양치질할 때마다 보면서 용기를 북돋울 수 있도록 아네테가 나를 위해 보르헤스의 문장을써서 욕실에 거울 대신 걸어 줬죠." 그가 다시 독특한 웃음을터뜨렸다. 처음 그를 보자마자 내가 좋아하게 되었던 웃음이었다. 요란하게 천둥 치는 듯한 그 웃음소리는 완벽하게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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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사람들은 규가 커피를 쏟으면 지경을 보고, 지경이화분에 걸려 넘어지면 규를 본다. 지경이 과음하면 규를 보고,
규가 하품하면 지경을 본다. 그 조용한 관음의 공기 속에서 규와 지경은 서로 뺨을 갈기면서도 끝까지 가는 사이 나쁜 부부처럼 산다. 둘은 최후의 멤버가 될 것이다. 아, 신나!
어느 날, 규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 말한다. 지경이 흘끗본다. 지경의 표정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사람들의 눈이 돌아간다. 저마다 망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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