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스스로에게 좋은 인생을 살았을까? 스토너처럼 문학에 들린 사건 같은 순간이 내게 있지는 않았다. 성장기를 에운 환경이 문학적이었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할머니와 지낸 어린 시절, 농경과 방언의 세계, 들과 산에서 자란 자연의 아이, 아홉 살에진학한 늦은 아이로서의 자의식, 주산부에서 문예반으로 데려간 선생님, 시골에서 소도시로 나아간 여로…………… 물론 어디까지나 책이 몇 권 쌓이고 나서 갖게 된 생각이다. 작가가 되는 조건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숨 막힌 입시 생활이야말로 나를문학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나는 숨을 쉬려고 일기장을 끼고 살았고, 자취방에서 소설을 쓰고 읽고, 비슷하게 숨 막혀 하는 친구들 몇과 동인지를 만들었다.
원서 쓸 무렵이 되어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갈 곳은거기밖에 없다는 듯이 문학의 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문학에 자연스럽게 편입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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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의 장편 『스토너』는 평생 대학 강단에섰던, 존재감 없던 한 교수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미주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스토너는 고향을떠나 농대에 진학한다. 이 젊은이는 졸업하고 나서부모 곁으로 돌아가 농부로 살아갈 인생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2학년 교양과목인 영문학 개론을 듣다가 운명이 바뀐다.
스토너는 책상을 꽉 붙들고 있던 손가락에서 힘이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손을 이리저리 돌려보며그 갈색 피부에 감탄하고, 뭉툭한 손끝에 꼭 맞게손톱을 만들어준 그 복잡한 메커니즘에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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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한테도 행운을 빌어, 동생, 나는 생각했다. 네 배가 들어오기를 바라. 돈이 생기면 갚아 그리고 전 아내, 내가 그렇게도 사랑했던 여자. 그녀는 살아 있고, 그녀는 또 건강하다 어쨌든 내가 아는 한 나는 그녀의 행복을 빌었다. 모든 것을 고려해볼 때상황은 이보다 훨씬 나빴을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지금의형편은 모두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운이 따르지 않은 것뿐이다. 상황은 곧 바뀔 수밖에 없다. 아마 가을이면 다시 좋아질 거다. 기대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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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데우고 표면의 막을 숟가락으로 걷어낸 뒤 따른다. 부억 불을 끄고 컵을 들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는다. 그곳에서는 거리 건너 불이 켜진 창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계속 안달하며 다리를 한쪽으로 꼬았다 반대편으로 꼰다. 불꽃을 튀기거나 창을 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어쩌면 가구를 다 재배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음을 지나가는 것들! 앞서 몰리를 생각할때는 잠시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참나.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대체로 끊이지 않고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했던 몰리, 유일하게남은 것은 그녀가 부엌 식탁에 앉아 어깨를 웅크리고 두 손으로얼굴을 가린 채 울던 기억뿐이다. 영원히,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풀리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말했다. 그녀와내가 여생을 함께 살건 말건 그건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게그녀의 진정한 관심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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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 말이내 입술에서 나간다. "디어." 나는 다시 그 말을 한다. 나는 어머니를 "디어"라고 부른다. "디어, 두려움을 갖지 않으려고 해보세요." 나는 말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편지를 쓰겠다고 말한다. 정말이라고. 그리고 작별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잠시 창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계속 서서 우리 동네의 불이 밝혀진 집들을 내다본다. 지켜보던 중에 차 한 대가 도로에서 빠져나와 진입로로 들어간다. 포치 불이 밝혀진다. 집 문이 열리고누가 포치로 나와 거기 서서 기다린다.
질은 카탈로그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내 넘기는 것을 멈춘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거야." 그녀가 말한다. "이게 내가 생각했던 것에 더 가까워. 이것 좀 봐, 응." 하지만 나는 보지 않는다.
커튼에는 한 푼어치도 관심이 없다. "밖에 뭐가 보이는데, 허니?" 질이 말한다. "말해줘."
말해줄 게 뭐가 있을까? 저쪽 사람들은 잠시 끌어안더니 이윽고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다. 불은 그냥 켜둔다. 그러다 기억을하고, 불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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