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든 엄마에게서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말장난 혹은 기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주 심리상담소에 아이를 데리고 가면서 점점 더 그 말에 의지하게 되었다. 아이의 함구중은 좀처럼 차도를 보이지않았다. 집에서만큼은 못 말리는 수다쟁이였기 때문에남편은 끝내 진실을 알지 못했다. 대신 아이의 테스트점수는 매달 놀랍게 향상되었다. 나는 여자들의 새로운관심 대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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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잠시의 방심으로 아이를 영영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죄책감이 그 뒤로도 오랫동안 어머니를 괴롭혔다. 그는 물을 뚝뚝 흘리면서 어머니에게 다가갔고 어머니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눈가가 뜨거워졌지만 그는 울지 않기 위해 입을 꾹다물었다. 어른 같은 아이는 울지 않으므로 울 수 없었다. 그래도 애는 애라고 울어도 된다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그는 끝내 울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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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글이 되지 못한 글, 말로 다 할 수 없는 말, 기억으로 남지 못하는 기억이 얼마나 많은가. 그 잔해들을 끌어모아, 이야기로 ‘지어‘, ‘기억‘하는 일, 그러니까
‘소설, 한국을 말하다‘에 선뜻 동참해준 작가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 또한, 이 기획은 문화일보 문화부의 선후배가 다 함께 만들었다. 첫 삽을 함께 뜬 최현미선배(전 문화부장)와 시리즈가 이어지게끔 지원한 김인구 선배(현 문화부장), 그리고 주제와 작가 선정에 누구보다 열정적이었던 장상민·신재우 기자가 있었기에가능했다. 나중에 합류한 인지현 기자도 큰 힘이 됐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시간과 마음이, 이제 또 다른 시간과 마음에 가닿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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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살아 있는 감옥에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모든 짜증과 증오와 혐오를 마스크 아래 가려버리면 되니 참으로 편리한 건지도 몰랐다. 도덕과 비도덕, 논리와 비논리, 상식과 비상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모호했다. 불평하는 대신 그 점을 이용하는 자들이 언제나처럼승자가 될 것이었다. 이왕이면 그쪽에 속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모순으로 가득 찬 이 시대가 그렇게 빨리 막을 내리지 않아도 좋은 게 아닐까.
선미는 등을 곧게 펴고 어깨에 힘을 했다. 그러곤 키보드 위로 다시 삶과 죽음을 향한 바쁜 손놀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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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가기 전수하는 다시 한번 아래에 펼쳐진세상을 바라봤다. 물 아래 잠든 도시가 점차 빛을 잃고 있었다. 마지막 빛이 꺼지는 순간 수하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자신을 짓누르던 모든 것이 전부 같은 높이로 눕는광경을 이렇게도 조용히 내려다볼 수 있다는 건 참 재미있었다. 비는 계속 내렸고, 물은 평평했다. 그 위에서만,
다시 무엇인가를 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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