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를 데우고 표면의 막을 숟가락으로 걷어낸 뒤 따른다. 부억 불을 끄고 컵을 들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앉는다. 그곳에서는 거리 건너 불이 켜진 창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계속 안달하며 다리를 한쪽으로 꼬았다 반대편으로 꼰다. 불꽃을 튀기거나 창을 깰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어쩌면 가구를 다 재배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마음을 지나가는 것들! 앞서 몰리를 생각할때는 잠시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참나.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대체로 끊이지 않고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나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고 했던 몰리, 유일하게남은 것은 그녀가 부엌 식탁에 앉아 어깨를 웅크리고 두 손으로얼굴을 가린 채 울던 기억뿐이다. 영원히,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일이 그렇게 풀리지는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말했다. 그녀와내가 여생을 함께 살건 말건 그건 그녀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게그녀의 진정한 관심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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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에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기도 전에 그 말이내 입술에서 나간다. "디어." 나는 다시 그 말을 한다. 나는 어머니를 "디어"라고 부른다. "디어, 두려움을 갖지 않으려고 해보세요." 나는 말한다. 나는 어머니에게 사랑한다고, 편지를 쓰겠다고 말한다. 정말이라고. 그리고 작별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잠시 창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계속 서서 우리 동네의 불이 밝혀진 집들을 내다본다. 지켜보던 중에 차 한 대가 도로에서 빠져나와 진입로로 들어간다. 포치 불이 밝혀진다. 집 문이 열리고누가 포치로 나와 거기 서서 기다린다.
질은 카탈로그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내 넘기는 것을 멈춘다.
"이게 우리가 원하는 거야." 그녀가 말한다. "이게 내가 생각했던 것에 더 가까워. 이것 좀 봐, 응." 하지만 나는 보지 않는다.
커튼에는 한 푼어치도 관심이 없다. "밖에 뭐가 보이는데, 허니?" 질이 말한다. "말해줘."
말해줄 게 뭐가 있을까? 저쪽 사람들은 잠시 끌어안더니 이윽고 함께 집안으로 들어간다. 불은 그냥 켜둔다. 그러다 기억을하고, 불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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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가자. 이케부쿠로에서 밥 먹고 들어가자. 이제그만하자. 그냥 우리 집에서 살아, 내가 벌잖아. 아니면변호사 상담을 받아 보자. 어쩌면 내 호적에 양자로 들일 수 있을지도 몰라. 그게 가능하다면 내 호적에 넣어줄게. 특별할 것 없는 호적이지만 네가 그렇게 원하면넣어 줄게. 돈이 들면 내가 벌어서 대 줄게. 이제 쉬는 날마다 집을 찾아 헤매는 건 그만두자. 내가 꺼낸 이야기긴 하지만, 찾으면 왠지 더 서글퍼질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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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마이카의 눈에 들어온 건, 짐을 챙기는 가케이를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굳어 버린 모습이었다. 정말이지 우스울 정도로 다 같이 굳어 버렸다.
그 표정도, 동작도 모두 가족처럼 비슷했다.
그렇구나, 다나카가 말했던 ‘동료‘란 바로 이런 걸지도 몰라. 마이카는 머리 한구석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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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나는 그런 책들을 추천받지도, 구해 읽지도 못했다. 그래서 차라리 그런 글을 내가 써보자 마음먹었더랬다. 작가로서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 시절에 내가 내 또래의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면서도 자살을 꿈꾸지 않고, 내 또래의 여자가 여자와 당당히 손잡고 미래로향하는 이야기를 접했더라면, 나는 차별당하는 사람의 말문을 막는 말에 주눅 들지 않는 성장의 언어를 조금 더 일찍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라떼와는 다르게 오늘의 많은 청소년이 또래 성소수자들의 다채로운 성장담을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은, 국회에 바랄 수 없는, 기득권의 언어에 기댈 수 없는, 희망의 이야기를 그들이 이미쓰고 있음을 확인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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