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로 말해, 하루를 이렇게 시작하지 않으면 그날은 아무 것도 쓸 수가 없다. 이는 생각보다 엄청난 재앙이기도 하다.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일을분배해야 하는 프리랜서에게 루틴은 정말 중요하다.
루틴 없이, 그날의 기분과 상황에 따라 일한다? 일어나는 시간과 자는 시간을 정해 두지 않는다? 아주 잠깐은 가능하겠지만 건강을 위해 이런 방법은 오래 추천하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을 정해 두지 않으면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리고 경계가 모호해지면 언제든 일이 모든 시간을 침범하는 때가 오게 된다. 마감이 급한데 시간이 없으면 첫 번째로 마감하며 식사를 대충때우고, 두 번째로 잠을 줄이게 된다. 조금만 늦게 자면 마감을 얼추 맞출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커피와 술은・・・・・・ . 사실 시를 쓰는 동안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시를 쓰기 전, 혹은 휴식을 취하는 동안 마시는 편이다. 술 같은 경우는, 원래술 마시고 시를 쓰는 경우가 없었는데, 평소에 ‘혼자술을 마신다 시를 못 쓴다‘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자.
조금씩 술을 마시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즐거운 일 두 가지를 동시에 하는 셈이다. 물론 취할 때까지 마시진 않는다. 술을 마시는 것보다 시를 쓰는 게 더 즐거우니까.

요즘에는 솔직한 것에 대해 오래 생각하고 있다.
솔직한 것은 좋은 것과 비교했을 때 비교적 선명한 느낌이다. 어떤 솔직함은 무해하지만 어떤 솔직함은 누군가를 찌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거짓말쟁이를 싫어하는데, 우리가 솔직함을 긍정하고 사랑해서 그렇다. 그러면 ‘솔직한 시‘는 무슨 시인 거지?
작가가 그냥 "솔직하게 썼어요." 하면 ‘솔직한 시‘가되는 걸까? 나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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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다 보면 자기가 만든 논리나 세계에 매몰되곤한다. 거기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집이라는 탈출구가 있다는 사실. 거기선 놀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니까 글을 카페에서만 쓴다. 웃긴건 내게 친구들과 함께 쓰는 작업실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집에서 5분만 걸어도 도착할 수 있는 곳에 있다. 그런데 거기서는 시를 절대로 쓰지 않는다. 친구들이 보통 저녁에 작업실에 오기 때문에 낮에 거길 가면 똑같이 외롭고, 시간의 주인이 된 것 같겠지만. 그래도 시는 카페에서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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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정말 행복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마감이 코앞에 있거나 그날쓴 글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시지 않으면 그 시간에다시 방으로 들어가 글을 쓴다. 산책을 하면서 생각의 환기가 일어났기 때문에 그 짧은 삼십 분 동안 새로 쓰는 글은 비교적 만족스럽고, 다음 날 수정하거나삭제하는 부분이 별로 없는 편이다. 나는 선택해야 한다. 삼십 분간 평온하게 책을 읽으며 쉴 것인가, 새로글을 써서 내일의 일을 조금이나마 덜 것인가. 요즘은주로 후자를 선택한다. 읽고 싶은 책은 쌓여만 가고나의 글은 한 발 나아간다. 하지만 더 멀리 나아가기위해서는 그 시간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쌓아둔 책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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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에 대해 『명종실록』에는 외부의 시선이미치지 않는 구역이라 섬 주민들이 방종하게 살고 있다며 개탄하는 내용이 있다. 사촌이나 오촌 사이에도결혼하며, 홀아비와 과부가 마음 맞으면 쉽게 동거하고, 남녀가 한강을 건널 때 옷을 걷거나 벗는 게 예사이고, 그럴 때 서로 몸을 붙들기도 한다는 것이다.
『명종실록』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 곳이 여의도로 나와 있다. 하지만 ‘너른벌‘이라는 이름 그대로벌판이었던 여의도보다는 뽕나무가 많은 밤섬 쪽이남녀상열지사를 치르기에는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싶다. 조금만 걸으면 되는데. 내 추측이 아니라 조선과학실록』을 쓴 이성규 『사이언스타임즈』 객원편집위원의 의견이다.

반복되는 수재에 진저리를 낸 주민들도 있었다.
한강에 홍수가 나면 밤섬 주민들은 며칠씩 섬에 갇혀 굶주리곤 했다. 1950년대에는 그런 상황에서 정말 아사자가 나왔다. 밤섬 주민이 4일째 고립되어 있다는소식을 전하는 1962년 『조선일보』기사에서 이 지역동장은 "백 명 이상이 탈 수 있는 동력선이 마련되거나 케이블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한다.

몇백 년 전 거리에 놓인 커다란 바위나 자갈이깔린 길을 보며 아기장수나 대장장이 초능력자 이야기를 지어낸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수천 년 전 밤하늘의 별들을 이으며 큰곰자리니 작은곰자리니 하는 전설을 만들어낸 그리스인들의 심리도 마찬가지였으리라. 그들은 자신들이 매일 보고 경탄하는 대상과 관계를 맺고 싶어 했다. 불확실하게나마 상대를 이해하고, 인간적인 뉘앙스를 입혀서 자신들의 삶 속으로 껴안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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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하니 한 가지 기억이 떠오른다. 내 머릿속에가장 강하게 남은 파도는 수학여행 이후 처음 온 대학교 2학년 때의 제주도 금능 포구에서 보았던 파도다.
그때도 역시 다짜고짜 떠났던 나는 하필 유독 바람이거셌던 10월 말에 그곳을 찾았고, 정말 작은 집 한 채만 한 파도가 포구의 비죽이 튀어나온 곳을 집어삼키는 장면을 보았다. 위험 진입 금지 팻말이 너덜거리고, 그 근처에 사람이 가지 않을 뿐 대부분의 가게들이 정상 영업이었던 걸 봐서는 종종 있는 풍경인가 싶었다. 나는 난생처음 마주한 자연의 박력에 압도당했었다. 그 파도를 다시 보고 싶어 묵었던 기간 내내 금능 포구에 들렀지만 이후로는 보지 못했다.

누구에게나 능력은 부족하지만 애정이 넘치는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내게도 그런 대상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술이다. 주량은 평균을 밑돌지만 꾸준히, 그리고 자주 마셔온 사람, 나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 중 하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경험이 누락된 내 삶과 글쓰기가 어디로 향할지 나는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에 내가 엄청난 결핍감을 느끼는 것은아니다. 삶에는 파고와 리듬이 있고 질량보존의 법칙이 작용한다고 나는 믿는다. 행복한 순간에도 고통스러운 시간은 미래로부터 다가오게 마련이고 끝나지않을 것 같은 고통은 예상하지 못한 행운이나 인연으로 희석된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고 마이너스된 분량만큼 플러스된 무언가가 인생을 살찌우기도 한다. 완벽한 상실과 영원한 충만은 없다. 적어도 내가 내 인생으로부터 혹독하게 체득한 바로는 그렇다.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숨어 사는 호랑이를꿈꾼다. 장편소설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에는 인간을 피해 숨어 사는 회색늑대가 나온다. 멸종되었다고알려졌지만 회색늑대는 사실 인간이 찾을 수 없는 곳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회색늑대들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펑펑 내리는 눈이 회색늑대들의 발자국을 덮었다. 완다는회색늑대들이 영원히 인간에게 들키지 않기를바랐다. 회색늑대가 사라졌다고 인간들이 슬퍼하든 말든 회색늑대들끼리 이 세계 어딘가에서잘 살고 있기를.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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