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서에 자살에 대한 금기는 죽음에 대한 강한 집착과나란히 존재했으며, 그 집착은 무시무시한 디테일들을동반했다. 벌레와 부패, 지상에서의 덧없는 영광, 무자비한 퇴락, 가혹한 데 비해 그 의미는 찾을 수 없는 신의 심판 같은 것들. 이 모든 것을 가장 대중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교회에서 연극으로 공연되고, 그림으로 그려지고, 조각으로 새겨지고, 값싸고 섬뜩한 목판화로 유통되던 이미지 ‘죽음의 춤‘이다. 거기서는
해골들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총 40회에 걸쳐 역동적인 왈츠를 춘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의 지위나 직업이 무엇이건 상관없다. 죽음은 중세가알았던 유일한 형태의 정치적 평등이자 공포의 평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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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이론이 지닌 학술적인 문제, 혹은 프로•이트 학파와 클라인 학파와의 복잡한 논쟁 등은 여기서 다룰 문제도 아니며, 또 나는 논할 자격도 없다.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인간 인격에 관한 프로이트의 전체적인 논조가 함축하는 바다. 그는 죽음 본능에 대한이론을 「쾌락 원칙 너머』라는 저서에서 개설했다. 그책은 1919년에 쓰이기 시작하여 1920년에 끝냈는데,
여기서는 그 집필 시기가 중요하다. 만년에 평화주의자임을 자처했던 프로이트는 몰지각한 제1차 세계대전의 대규모 파괴 행위에 공포와 절망으로 반응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모든 임상 사례와 생물학적 이론들(이 이론들은 이제는 반박받고 있다)의 배후에는 더 크고 더 부인하기 힘든 종류의 증거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죽음 본능은 그저 ‘원시적 공격성‘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죽음 본능‘은 또한 그가 그토록 열렬히 믿고 있던 온 문명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하는 동안,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그 모습을 관망했던 탁월한 한문화인의 ‘근원적 비관주의‘를 수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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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견해들이 암시하는 바는, 자살을 마치 신이내린 행위처럼, 말하자면 돌연히,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리치는 벼락처럼 여긴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자살은 그의 ‘정신 평형이 무너져 있을 때‘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게 일어나는 행위로서, 그와 비슷한 원리를 가진 벼락이 그렇듯 한번 내려친 곳에는 절대 다시 내려치지않는 속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릇된 생각들은 모두부인될 수도 번복될 수도 없는 자살 행위를 평가절하하기 위한 속임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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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예정대로만 되었더라면, 아래층 남자가소녀에게 문을 열어 주지 못할 정도로 가스에 중독되지만 않았더라면, 실비아는 분명 구출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도 그렇게 되길 바랐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무엇 때문에 의사의 전화번호를 남겨 놓았겠는가? 이번에는 10년 전의 경우와는 달리 그녀를 삶에 붙들어 매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도 두 아이가 있었다. 그토록 열성적인 어머니인 그녀가, 스스로 아이들을 잃거나 혹은 아이들이 엄마를 잃게 되길원했을 리는 없다. 또한 당시 그녀는 자신이 엄청난 창조의 힘을 가졌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청하지 않았는데도 날마다,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시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드디어 망설이는 마음 없이소설 작업에 매달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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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이 끝난 뒤 두 젊은이는 전혀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프라이의 작은 무개 자동차에 올라 세인트루이스로 출발했다. 그곳에서그들은 청년의 부모를 만난 뒤 자리를 잡고 살게 될 터였다. 스토너는 아이들이 차를 몰고 떠나는 모습을 집 안에서 지켜보았다. 그 옛날 방에서 그와 나란히 앉아 엄숙하고 기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딸의 모습,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그 사랑스럽고 작은 아이의 모습만이 머리에 떠오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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