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이론이 지닌 학술적인 문제, 혹은 프로•이트 학파와 클라인 학파와의 복잡한 논쟁 등은 여기서 다룰 문제도 아니며, 또 나는 논할 자격도 없다. 여기서 논하려는 것은 인간 인격에 관한 프로이트의 전체적인 논조가 함축하는 바다. 그는 죽음 본능에 대한이론을 「쾌락 원칙 너머』라는 저서에서 개설했다. 그책은 1919년에 쓰이기 시작하여 1920년에 끝냈는데,
여기서는 그 집필 시기가 중요하다. 만년에 평화주의자임을 자처했던 프로이트는 몰지각한 제1차 세계대전의 대규모 파괴 행위에 공포와 절망으로 반응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모든 임상 사례와 생물학적 이론들(이 이론들은 이제는 반박받고 있다)의 배후에는 더 크고 더 부인하기 힘든 종류의 증거가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죽음 본능은 그저 ‘원시적 공격성‘의 문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죽음 본능‘은 또한 그가 그토록 열렬히 믿고 있던 온 문명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하는 동안,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그 모습을 관망했던 탁월한 한문화인의 ‘근원적 비관주의‘를 수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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