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결코 만족할 수 없음을 예감하기에, 당면한고통을 외면한 채 삶에 대한 신비에 이끌리는 사람들에게 바다는 언제나 매혹적인 존재다. 피로도 느끼기 전에 휴식을 필요로 하는 이런 이들을 바다가 위로하고, 때로는 흥분시키기조차 한다. 대지와는 달리 바다는 인간들의 노동과 삶의 흔적들을 지니지 않는다. 어떤 것도 머물지않으며 스치듯 지나가기에, 바다를 건너는 배들의 항적은 그얼마나 빨리 자취를 감추던가! 이로 인해 지상의 사물들은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바다의 엄청난 순수성이 생겨난다.
곡괭이를 필요로 하는 딱딱한 대지보다 바다라는 순결한 물은 훨씬 더 섬세하다.
물 위를 밟는 어린아이의 발은 또렷한 소리를 내며 깊은 고랑을 파고, 물의 통일된 뉘앙스를 한순간 깨뜨리지만,
곧이어 모든 파장은 지워지고, 바다는 태초의 날처럼 다시금 고요해진다. 지상의 행로에 지치거나 앞으로의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예견하는 사람은 이런 막연한 바닷길에 매료될 것이다. 바다의 길은 위험할수록 더욱 달콤하며,
어렴풋하고 황량하다. 바다에서는 모든 것이 신비스럽기만하다. 촌락이며 나무 수풀이며 하늘에 삼라만상을 만들어놓는 구름 때문에 바다 위에 펼쳐지는 거대한 그림자들도 그러하다. 이들은 거칠 것 없는 바다의 들판 위로 평화롭게 떠다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