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우리 집에서 키우던 개와 장난을 쳤는데, 개도 놀라지 않았으므로 서로 꾀를 다투고 재주를 겨루며 번갈아 이기고 지면서 함께 놀았다. 이렇게 지낸 것이 여러 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노루가 이웃집 개를 만나 집에서 키우던개에게 하던 것처럼 장난을 걸려고 했다. 이웃집 개는 놀라서겁을 먹고 서 있다가 다시 눈알을 굴리고 노려보더니 덮쳐 물어 버렸다. 다리뼈가 부러진 노루는 죽고 말았다.
개라는 동물은 본성이 덮치고 깨물기를 잘하여 여우나 토끼, 사슴 잡기를 좋아한다. 노루는 장난을 건 상대가 힘이 약한 것도 아니고 이빨이 무딘 것도 아닌데 여러 번 부딪쳐 보고도 위험한 줄 몰랐다. 이웃집 개는 친하게 지내던 우리 집 개와 다른데도 조심하지 않고 덤볐다가 마침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몹시 어리석지 않은가.
아, 세상의 군자들이 사귀는 사람을 신중히 고르지 않고간과 쓸개를 다 내보였다가 마침내 해를 당하는 일이 너무나많다. 사람과 동물이 다르다지만 지혜는 마찬가지이므로 이일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