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이 다시 솟구쳤다. 내 꿈이 뭔지아나, 그가 말했다. 자네에게도 꿈이라는 게 있단 말이야, 내가 말했다. 너무 나이가 들기 전에 낡은 배를 한 척 구입해 한1년 항해를 하다가 그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침몰해 사라지는 거야, 그가 말했다. 그렇게 하게, 말리지 않을 테니까, 내가말했다. 다시 우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래, 절멸, 절멸이야, 한참 후 P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 다시 나를 놀라게 했다.
소리 내서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절멸이야. 자네는 없나, 소리 내서 말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앙숙, 내 경우에는 앙숙이라는 단어가 그래, 내가 말했다. 그건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그가 말했다. 어쨌든 앙숙이라는 단어도 괜찮군, 울림이좋은 단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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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성장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아무것도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윗세대가 오해하듯이 나른한 패배주의에 빠진 것이아니고, 그저 팩트들이 가리키는 지점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속지 않으면서, 속이려는 모든 시도들이 실없다고 여기면서. 이 작은 행성에서 무언가가 무한하게 성장할 거라고 주장했었다니, 그런걸 예전엔 잘도 믿었구나 싶었다. 20세기의 진취적이고 무책임한 표어들이 힘을 잃어갈 때 태어난 걸뭐 어쩌라고? 잘 속지 않는 세대에 속했다는 것에 만큼은 자부심이 있다. 참지 않는 세대에 속했다는것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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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행성 안에서는 한계가 있죠. 자기 오물에 숨막혀 죽어버릴 수밖에. 보기 드물게 조화와 균형을도모하고, 쓰레기에 질식하지 않는 문명을 이룩해놓아도 항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소행성이 충돌해오면 답이 없고요・・・・・・ . 그렇다면 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갈 수 있는 곳이 가까운지 먼지는 순전히 운이고. 혹독한 우주와 긴 여행 시간을 견딜 수 있는 몸이냐 아니냐가 결국 모든 걸 판가름하게 되는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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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여자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우리는 연합 동아리에 속해 있었고, 그땐 나도 학부생이었다. 미술학부 애는 그 애하나라 적응을 잘하고 있는 건지 유난히 신경 쓰이곤 했는데, 매일 헝클어져 있는 머리엔 어째선지 종종 나뭇잎이나 날벌레가 붙어 있었다. 어디 풀숲에라도 누워 있다 온 걸까 상상하게 되었다. 다른 애들은 머리에 벌레 붙었다고 놀리기 바빴는데, 내겐 왜 그 모습이 그렇게 예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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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타협인 줄은 알고 있다. 그러나 계속 가다보면 타협 다음의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어떤 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으니까, 가볼 수밖에. 아라의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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