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 스스로에게 좋은 인생을 살았을까? 스토너처럼 문학에 들린 사건 같은 순간이 내게 있지는 않았다. 성장기를 에운 환경이 문학적이었다고 생각한 적은 있다. 할머니와 지낸 어린 시절, 농경과 방언의 세계, 들과 산에서 자란 자연의 아이, 아홉 살에진학한 늦은 아이로서의 자의식, 주산부에서 문예반으로 데려간 선생님, 시골에서 소도시로 나아간 여로…………… 물론 어디까지나 책이 몇 권 쌓이고 나서 갖게 된 생각이다. 작가가 되는 조건이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어쩌면 숨 막힌 입시 생활이야말로 나를문학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나는 숨을 쉬려고 일기장을 끼고 살았고, 자취방에서 소설을 쓰고 읽고, 비슷하게 숨 막혀 하는 친구들 몇과 동인지를 만들었다.
원서 쓸 무렵이 되어 고개를 들어보니 내가 갈 곳은거기밖에 없다는 듯이 문학의 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문학에 자연스럽게 편입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