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뉴욕에서 살았으면서도 나는 마치 큰 도시에 가보는게 소원인 소도시 주민처럼 살면서 꽤 긴 시간 동안뉴욕을 그리워했다. 브롱크스에서 자란다는 건 시골에서자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춘기에 막 접어들었을무렵부터 세상엔 중심이라는 것이 있으며 나는 그로부터한참 멀리 떨어져 있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그 중심이지하철 한 번 타면 갈 수 있는 맨해튼 시내라는 것도알았다. 맨해튼이 곧 애러비였다."

내가 본 웨스트사이드는 예술가와 지식인이 득실대는공동주택이 기다란 직사각형처럼 모여 있는 곳으로, 그런풍요가 맞은편 이스트사이드에는 돈과 사회적 지위로비춰지며 이 도시를 화려하고도 고통스러우리만치 짜릿한곳으로 만들었다. 나는 거기서 세상의 맛을 진짜 세상의맛을 알았다. 내가 할 일은 오직 얼른 나이를 먹는 것,
그러면 뉴욕은 내 세상이 될 참이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뭔가를 소유하는 데 무관심한인간으로 통한다. 원하는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 같다고들웃는다. 나는 뭐든 이름도 잘 모르겠고 가짜와 진짜고급스러운 것과 평범한 것도 한눈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가 고상한 사람이라 그런 것에 무관심하다기보다는그 모든 게 나를 극도의 혼란 속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색감, 질감, 풍요-화려함, 재미, 유쾌함ㅡ에 대한 촌뜨기같은 불편감은 내 불안의 근원이다. 내가 평생 넉넉함과는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건 ‘물건‘이 나를 불안하고초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정에는 두 가지 범주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 활기를불어넣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가 있어야만 같이 있을수 있는 관계다. 전자는 함께할 자리를 미리 마련해두지만,
후자는 일정 중에 빈 자릴 찾는다.

날이 저물 무렵 42번가를 따라 걷고 있었다.
길 건너에는 브라이언트파크가 있었다.
내 뒤로는 남자 둘이 걷고 있었는데두 사람의 대화가 일문 들렸다.
"네가 해야 할 일은 한 사람이 동행에게 말하는중이었다.
"바로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정하는 거야.
그런 다음 그걸 꼭 붙들어 붙들고 놓지 말라고!
그러면 결국엔 성공하게 돼 있어"

공주와 완두콩에 관한 동화를 이해하게 된건그무렵이었다. 공주가 그동안 찾아다닌 건 왕자가 아니라완두콩이었다. 스무 겁 매트리스 밑에 깔린 완두콩의존재를 느끼는 순간 바로 그때가 정의를 내라는 순간이다.
지금껏 이 길을 걸어온 이유. 거기서 확인하게 된 사실-불경스런 불만이 삶을 끝없이 가로막으리라는 것 그것이바로 이 여정의 의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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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는 동안 해 질 녘의 아리아케해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썰물이 진 해안에는 바람과 파도가 모래무늬를만든다. 갯벌 아래로 해가 가라앉는 광경을 보면 언제나, 문득 어딘가로 데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릴 때부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본 그 광경은 질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보지 못했네, 하고 파도에 이끌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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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마타의 고양이는 인간에게 너무나 화가 나서 자취를 감춘 걸까? 무작정 바닷가를 달리며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주택 앞에 회색 고양이가 오도카니 앉아 있는 게 눈가를 스쳤다. 차를 세우고 슬금슬금 다가가도 도망갈 기색이 없다. 발과 배만 하얗고 털이 북실북실하다. 바로앞까지 다가가도 가만 있길래 셔터를 누르는데 어디에선가또 한 마리, 두색털 고양이가 나타났다. 당황해서 렌즈를 들여다보니 주택 안쪽에서 두색털 고양이와 비슷한 흰검 고양이가 잇따라 나타나 어느새 빙 둘러싸였다. 큰 녀석도 있는가 하면, 아직 새끼 고양이 같은 작은 녀석도 있다. 사람을잘 따르는 고양이들이라 쓰다듬어도 싫어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다. 오히려 다른 데서 온 인간이 어딘지 신기한 듯 발을 내밀어 장난을 치는 녀석마저 있다.

빛바랜 잡지를 지금도 몇 권 갖고 있다. 몇 차례 이사를했지만 버리지 않은 건, 페이지를 넘기면 젊은 날의 내가 보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늘은 토요일이었는데, 왔던 사람의 얼굴을 전부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창문도 열지 않아서 바람에 문이 열린 일도 없다. 어쩌면 손님이 열었던 것보다 내가열었던 게 훨씬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 그런 게 아니라면 이런 날도 좋다. 멀리서 온 손님과 느긋하게 이야기할 수있었고, 창문 너머에는 미국풍나무 잎이 팔랑팔랑 손을 흔들고 있다.

구마모토 지진 열흘 전에도 불쑥 나타났다. 서로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에 또 보자며 언제든지 만날 수있는 사람처럼 인사를 나누고 배웅했다. 보통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지만, 마음은 이웃처럼 곁에 있다.
지진 후에는 진심으로 걱정해주었다. 아미고 씨가 걱정하는 건 구마모토만이 아니다. 동일본 대지진 뒤에는 몇 번이고 도호쿠에 가서 친구를 사귀고, 한결같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아미고 씨는 자선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아미고씨의 행동은, 지원이 아니라 소통이다.

그의 그림은 인쇄매체에서 자주 봤다. 그러나 원화의존재감에는 압도당했다. 좁은 방에 북적거리는 것처럼 인물화를 전시했는데, 방이 아니라 그들이 존재하는 어딘가 다른세상이 되었다. 전시 기간 중 몇 번이나 그곳에 들어갔다.
방 가운데에 앉으면 천장이 낮기 때문에 신발을 벗고들어가야 한다―그들을 응시하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 응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명 한 명 어떤 인물일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쏘아보는 듯한 시선에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있는 것 같았다. 낯선 거리를 걷고 있는듯한 불안과 자기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는 마음의 동요가 엄습했다.

귓가에 콩콩콩, 인간보다 빠른 심장 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면, 약간 서글퍼진다. 가끔 서점에 데려가는 하얀고양이는 언제나 얼굴 옆에 바싹 달라붙어 잔다. 두 명이 자고 있을 때는, 반드시 한가운데로 들어와 어느 한쪽에 기댄다. 처음에는 갸르릉 갸르릉 하고 목을 울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잠들면 조용해져 귓가에 작은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린다. 콩콩콩. 인간보다 심장 박동 소리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나보다 빨리 떠나버린다는 것이다.

어느 날, 지인이 낮 동안이라도 좋으니까 고양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입양할 사람을 찾는 것 같았다. 성묘는아니지만, 생후 6개월 정도로 새끼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다. 꽤 지친 상태라 건강해지면 입양할 사람을 찾으려했으나 너무 커져서 생각보다 입양할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렇게 귀여운데, 크면 안 되는 걸까? 확실히 작고가냘프게 보이는 쪽이 새 주인을 찾기 쉽다.

고양이는 자주 자는 동물이다. 자주 자기 때문에 네코(고양이를 뜻하는 네코貓와 자는 아이란 뜻의 네코는 동음이의어다 옮긴이)라는 설도 있을 정도다. 야행성이라서 낮에는잠만 잔다는 이야기지만, 시라다마는 밤에도 사람과 같이잔다. 지금은 낮이고 정기 휴일이라 집에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시라다마는 자거나 일어나거나 방해하거나 한다. 자고 있어도 거기 있는 것만으로 옆에 있는 사람의 기분을 편안하게 한다. 자고 있는 것만으로 누군가에게 힘이 된다. 적어도 나에게, 멋진 일이다. 내가 저기서 뒹군다 한들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무를 보는그로부터 며칠 후 출근해 창문을 열었는데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쓸쓸했다. 미국풍나무의 가지가 가지치기되어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잘라야 하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바싹 잘랐다. 나뭇잎이 간신히 나무라는 걸 알아볼 정도로 아주 조금밖에 달려 있지 않았다. 가위로 머리가 박박 깎인 아저씨 같다. 가지와 가지 사이가 텅 비어서 맞은편 건물의 콘크리트가 빈틈을 채우고 있다. 정원수의 가지치기였다면,
이렇게 조잡하게 하지는 않았을 텐데. 일하는 동안 계속 그나무가 정면으로 보여서,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안타까운기분이 들었다

고죠가 얼마 동안 오지 않았는지는 잊어버렸지만, 지금은 유타와 카운터석에 나란히 앉아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물론, 그렇지 않았다면 이 글은 쓰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서점에 오게 된 것은, 고조의 친구 덕분이다. 어느날, 카운터석에 앉아 있던 손님에게 고죠가 전화를 했다. 다이다이 서점에는 갈 수 없어서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고하는 것 같아서 바꿔달라고 한 뒤 오라고 했다. 잠시 후, 긴장한 표정의 고죠가 오랜만에 왔다. 그러고 나서는, 유타가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면서도, 다시 서점에 오게 되었다.

지진이 나면, 말도 못할 만큼 우울해져 안에 틀어박히는 사람과 움직이지 않으면 진정이 되지 않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사이에 텐션이 높아지는 사람이 있다. 나는 틀림없는 후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불안했다. 어느 쪽이든 평상심이 아닌 것에는 변함없다.
그래서 미치코 씨의 이 재치 있는 말에 크나큰 도움을받았다. 굳어 있던 몸이 스르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고나서 한동안 우리들의 암호는 ‘지진 재해 노브라 야호‘였다.
나한테는 브래지어가 필수라 야호는 할 수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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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교리 전체를 꿰는 실이요, 정수라 할 수 있는 사상은 연기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연기의 대승불교적전개가공과 유식사상이 아니라 자기 몸속에서 펄펄 살아 숨 쉬게 하여, 연기 공식그대로 살고자 하는 것이 선禪이다. 연기·공·유식·선은 세계사상사의견지에서도 실로 귀중한 사상과 실천이며, 앞으로도 인류에 크게 공헌할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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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자에는 여러 사람이 앉았다. 작가와 시인과 사진가와 노래하는 사람에 그림 그리는 사람.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에 작은 아이.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앉는다. 모두, 책장을 떠올릴 때 그 의자 역시 함께 떠올릴 게 틀림없다.

‘첫 입맞춤‘은 손톱만큼도 잘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노래가 시작되면 요란하게 떠들어달라고 했다. 그는 카메라맨이라 그 순간의 사진도 찍어달라고부탁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 못했으니 한번 더 등을 외쳤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는데 다시 할 리가 없다. 카메라맨은모두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다. 불시에 그런 걸 시켜서 미안했지만, 수줍어하는 두 사람은 풋풋하고 무척 사랑스러웠다.

공원에서 엄마들의 화제는 아이를 군대에보낼까 말까다. 이스라엘에서는 폭력을 보고 못 본 척할 수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홍보 전화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이야기와 사모님들과 뒤섞여 필라테스를 하는 이야기가 익살스럽게 나온다. 폭력이 넘쳐흐르는 세계를 유머와 다정함을 섞으며, 때로는 사회를 풍자하면서 경쾌한 필치로 묘사해 나간다. 머나먼 이국의 전쟁 속 이야기인데, 친척오빠의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친근감을 느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술을 마시며 듣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게 된다. 전쟁을 하는 것도, 테러 행위에이르는 것도,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촬영 당일은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따로쉴 수 있는 날이 없어서 예정대로 나갔지만, 차에서 내리는것조차 주저할 정도로 비가 앞 유리를 때렸다. 와이퍼가 부지런히 빗물을 닦아내는 걸 보면서, 사진 실력도 부족한데이 빗속에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불안해졌다.
그러나 미나마타역 근처에 도착했을 무렵, 마실 거라도 살까 하고 차를 세웠더니 딱 비가 멈췄다.
비 개인 산은, 산등성이가 선명하고 고요하다. 흐린 하늘에서 뻗어 내리는 빛은 바다의 표정을 풍부하게 한다. 인기척은 거의 없지만, 살아 있는 것의 기운이 그득하다. 오랜만에 홀로 어슬렁어슬렁 사진을 찍는 게 즐거워졌다. 서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에도 나가지 않던 시절이었다. 예기치 않게 사치스러운 하루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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