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의자에는 여러 사람이 앉았다. 작가와 시인과 사진가와 노래하는 사람에 그림 그리는 사람.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에 작은 아이.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도 앉는다. 모두, 책장을 떠올릴 때 그 의자 역시 함께 떠올릴 게 틀림없다.

‘첫 입맞춤‘은 손톱만큼도 잘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노래가 시작되면 요란하게 떠들어달라고 했다. 그는 카메라맨이라 그 순간의 사진도 찍어달라고부탁했다. 그런데 사진을 찍지 못했으니 한번 더 등을 외쳤다. 그렇게 부끄러워하는데 다시 할 리가 없다. 카메라맨은모두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다. 불시에 그런 걸 시켜서 미안했지만, 수줍어하는 두 사람은 풋풋하고 무척 사랑스러웠다.

공원에서 엄마들의 화제는 아이를 군대에보낼까 말까다. 이스라엘에서는 폭력을 보고 못 본 척할 수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홍보 전화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이야기와 사모님들과 뒤섞여 필라테스를 하는 이야기가 익살스럽게 나온다. 폭력이 넘쳐흐르는 세계를 유머와 다정함을 섞으며, 때로는 사회를 풍자하면서 경쾌한 필치로 묘사해 나간다. 머나먼 이국의 전쟁 속 이야기인데, 친척오빠의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친근감을 느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술을 마시며 듣는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게 된다. 전쟁을 하는 것도, 테러 행위에이르는 것도, 우리와 그리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다.

촬영 당일은 아침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따로쉴 수 있는 날이 없어서 예정대로 나갔지만, 차에서 내리는것조차 주저할 정도로 비가 앞 유리를 때렸다. 와이퍼가 부지런히 빗물을 닦아내는 걸 보면서, 사진 실력도 부족한데이 빗속에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불안해졌다.
그러나 미나마타역 근처에 도착했을 무렵, 마실 거라도 살까 하고 차를 세웠더니 딱 비가 멈췄다.
비 개인 산은, 산등성이가 선명하고 고요하다. 흐린 하늘에서 뻗어 내리는 빛은 바다의 표정을 풍부하게 한다. 인기척은 거의 없지만, 살아 있는 것의 기운이 그득하다. 오랜만에 홀로 어슬렁어슬렁 사진을 찍는 게 즐거워졌다. 서점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디에도 나가지 않던 시절이었다. 예기치 않게 사치스러운 하루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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