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휘가 싱글싱글 웃으면서 가사를 옮겨 적었다. 정말 보통 녀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그애를 한번이라도 더 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사실 이찬휘의 실물을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그애가종이에 무언가를 적거나 태블릿PC를 들여다보고 있거나다른 조원들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그러니까 그애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을 때마다 나는 그애의 얼굴을허겁지겁 눈에 담았고 면밀히 훑었다. 끊임없이 바쁘게힐끔거렸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마치 그애를 보고있는 동안은 무언가 좋은 것이 내 주머니로 와르르 쏟아져 들어온다는 듯이. 그래서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필사적으로 주워 담으려는 듯이.

나는 뭐라도 대답해보려 입을 벙긋, 열었으나 할 말이없어 다시 닫은 채 이찬휘가 말한 그 소절을 머릿속으로다시 불러봤다. 침착하게 복기했다. 그리고 인정해야 했다. 내가 고음을 시작하는 부분과 연음 부분에서 아주 약간, 이찬휘가 흉내 낸 그런 방식으로 부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여태껏 그런 건 창법이나 기교의 일종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이제 와서? 내가 물었다.

뒤이어 손차양을 만들어 유리문에 딱 붙이고 안을 들여다봤다. 분명 문밖에 영업 중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사이의 유리 너머로 보이는 홀과 주방에고, 나무 격자모두 불이 환히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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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의 결과는 성장이다. 우리의 괴로움을 직시하게 돕는 심리치료 같은 방법은 삶이 통제를 벗어날 때 나타나는 불안과 우울을꽤 효과적으로 정리해주는 작은 산불의 역할을 한다. 붕괴를 통해좀 더 나은 대응의 기술을 배운다. 정신과 영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기회가 된다. 붕괴는 치유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우리를 갉아먹는 직장을 떠난다거나,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 얼마나 큰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초대형 산불이 토양의 영양분을 앗아가듯, 엄청난 트라우마로받는 감정적 위협은 생각의 체계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사건을 겪고 나면, 우리 뇌는 연구자들이 말하는 ‘두뇌하부 과활성 bottom-heary‘ 상태가 되기도 한다. 공포에 대한 반응을 형성하고, 주의와 경계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예민해지는 상태다.
동시에 감정을 조절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두뇌 상부의 기능이 둔해진다. 트라우마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불안, 우울, 불면 외에도 심각한 건강 이상을 일으키는 증상을 겪을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하루에 20~30분씩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각성 과민 상태가 완화된다. 동시에 신경계의 회복을 돕는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차분한명상이나 식재료를 고르는 일처럼 마음을 보듬어주는 활동은 불탄 땅에 차분히 내리는 빗물이 되어준다.

하버드대학의 수전 박사가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중 3분의 1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자신을 나쁘게 보거나,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피해버린다.
"정상적이고 본능적인 감정들마저도 좋거나 나쁜 것 중 하나로 분류해버립니다"라고 박사는 말한다. 후회 같은 감정들을 회피하며 잘못된 긍정성을 얻으려 한다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볼 것이다.
"불편함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대가다."
우리 안에는 더욱 풍부하고 힘 있는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능력이 있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과의유대를 통해 회복력을 길러야 한다. 비록 많은 이가 아니더라도,
다정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다면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 서 있더라도 그 위에 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나는 친구들과 이웃들, 친척들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그 위안을 갈망하기도 했지만, 그런 관계들이내게 의미 있는 치유가 되지는 못했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이내가 알던 이전의 삶에서 나를 우악스럽게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완전히 불타버린 나는 무력감에 빠져 사람들의 보살핌에 몸을 맡겼다.

나의 회복은 마치 엄청난 산불이 휩쓴 후 다시 시작하는 작은자연 생태계와 같았다. 마치 산불이 난 후 불도저에 다시 파괴된뉴잉글랜드의 작은 땅처럼, 헐벗고 버려졌지만 이내 한 겹 한 겹다시 회복을 시작했다. 결국, 삶은 내 안에도 더 많은 삶을 탄생시킬 것이다. 더욱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감사를, 아름다움을.

"첫 번째 음은 다음 음의 한 부분인가?" 첼로 거장 요요마가언젠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니면 하나의 무한한 우주로부터다음의 우주로 막 옮겨 간 것인가? 두 번째 음이란 새로운 또 하나의 발현이다.",

산불과 홍수, 지진, 허리케인 같은 재앙은 수천 년에 걸쳐 신화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 속에 등장하며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사실을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모든 생명은 창조와 파괴의 균형 속에 춤추고, 서로 엮이고 피어나며 이전보다 더 큰 힘과 활기를 얻는다는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여기, 우리 삶의 가장 힘든 상황에도 평온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옛 도교의 이야기가 있다.

개미들도 무언가를 가르친다. 풀이 우거진 프랑스의 어느 작은 땅에서, 암컷 바위개미는 둥지에서 9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귀중한 음식을 찾아낸다. 그리고 보금자리로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나눌 어린 개미들을 부르고, 음식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그곳으로 가는 여정 내내 리더는 이따금 멈추면서, 뒤에 따라오는 개미들이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 개미들이 세로로늘어선 동료들을 이정표 삼아 따라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중에는 길을 기억해 혼자서도 음식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뒤따라오는 개미들이 모두 방향을 인지하면 뒤에 있는 개미가 리더의 자리로 가볍게 옮기게 되면서, 여정은 다시 시작된다.

자연은 경험이 적은 구성원에게 지혜로운 구성원과 자유롭게 함께할 기회를 주며 나아간다. 경험이 많은 개체로부터 살아가는 법, 안전을 유지하는 법,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법처럼 필요한 지식을 배워가는 것이다. 심지어 분노와 슬픔을 다스리는 법까지 배운다. 이렇게 중요한 지식이 전해지며 공동체는 힘을유지할 수 있다. 모든 종의 장기적 생존에 필요한 적합성을 기르기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마드 교수는 나이 든 나무가 병이 들거나 죽어갈 때면 자신이 가진 탄소를 어린나무들에 더욱 많이 보내며, 이는 어린나무들의 방어기제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이든 나무가 보내는 탄소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은 어린나무들이 앞으로의 긴 삶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온갖 스트레스에 대비할 수있는 큰 힘이 된다. 어른 나무의 보살핌은 매우 중요해서, 이런 보호 아래 자라는 어린나무들은 그렇지 않은 나무들보다 생존 확률이 무려 3~4배나 높다고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전에 살았던선조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필라네스버그 국립공원의 코끼리들처럼 고통스럽고, 불안감과 외로움이 가득한 삶을 살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교훈은 건강, 지혜, 감사, 만족감에 대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고, 다수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개념을 믿으며 타인을 공격하는 기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무엇이 이 세상을 강하고, 아름답고, 생기넘치게 하는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우리에게도 자연의 지혜를 적용할 수 있는 경이로운 능력을. 이토록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는 것은 세상을 지키는 것과도 같다.

나이 든 이들의 지혜 덕분에 우리는 상호 의존과 다양성이라는 근본적인 힘을 배울 수 있으며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지혜는 매번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옳은 선택으로 이끈다. 그런 방식으로 기품 있게 효율성에 대해 가르친다. 우리보다몇십 년 전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미지의신비로운 세상을 환영하듯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불길 속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배우면서 그 그을음을 통해 더욱 강해진다.

나이 듦은 인간, 코끼리, 침팬지, 늑대를 포함해 수많은 종 안에서 관계의 힘과 연대감이 녹아든 삶의 시간에서 나타난다. 특히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연대감은 단지 혈연관계에 국한된 것이아니다. 함께 먹고, 일하고, 울고, 아이를 키우며 삶을 나누는 사람들과 만드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난 이들과도 함께한다. 이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성취가 무엇이든, 전에 살았던 사람들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과 현명하게 나이 든 이들의지혜에 의지하며 연대 의식을 넓히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강력한연대 의식은 혈연과 지연, 종을 넘어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생명을소중히 여길 줄 알게 해준다.
어느 순간 다시 우리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개구리의 중얼거림에 좀 더 귀 기울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인간은, 늑대와 사자와 매와 함께 이곳을 지킬 것이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아침을 맞으며 태양을 마주할 것이라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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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운전은 내게 거의 유일한 실패의 경험이다. 살면서 마주한 여러 관문들을 대부분 성공적으로 통과해왔다. 명문고 입시에 합격했고, 원하던 대학에 한번에 들어갔고, 장학금을 받았고, CPA도 —물론 공부하는 동안은 힘들고어렵고 외로웠지만-삼년간의 공부 끝에 합격했다. 빅펌 네군데 중 마음에 드는 두군데에 원서를 썼고 모두 최종 합격했으며, 그중 초봉이 더 높은 곳을 골라 입사했다.
스물다섯살 때의 일이었다. 무언가 해내고 싶은 마음 되고 싶은 모습이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그 모습에 가닿을 수 없다는 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잘 몰랐다.
그러니까 운전대를 잡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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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고기를 조금 덜 먹는 것을 택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예 먹지 않기도 한다. 누군가는 좀 더 인도적인 환경에서자랐다는 인증을 받은 고기를 구매하려 한다. 모두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힘을 모아 산업형 축산에도 간단하면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변화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목숨을 희생해 세계 모든 사람의 식량이 되어주는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을 존중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황이 나아진다 해도, 우리 곁에는늘 어떤 한 가지 핵심만으로 결정을 내리려는 강력한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동물들을 향한 존중과 인간 본성 깊은 곳에 자리한 연민을 다시 발휘한다면, 지난날 모든 생명체의 고통에 눈멀게 했던 우리와다른 생명 사이의 분열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매 순간 모든 생명체에게 선행을 베풀면 이러한 마음을 찾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동물의 존엄성을 기억하는 것은 가족과 친구, 이웃과 나라,
인간이 아닌 모든 생명체를 향한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나의 종을 구하는 것이 우리 모두를 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믿으며, 상호 의존이라는 자연의 교훈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와 다르기에 때로는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들이지만, 늑대와 코끼리, 돌고래, 고래, 까마귀, 심지어 소나 돼지까지도우리가 옳은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자연이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구에 쏟아지는 에너지는 풍부하지만, 생명체는 자신이 활용할 수 있을 만큼만받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생명체가 한 포기의 풀처럼 직접햇볕을 받거나, 그 풀을 먹는 임팔라, 또는 그 임팔라를 잡아먹는사자처럼 간접적으로 살아갈 연료를 얻어 유용한 것으로 만들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블랙풋족의 일원이자 그래미상 후보에오른 음악가 잭 글래드스턴은 글레이셔 국립공원 외진 곳에 자리를 잡고는 이 모든 것들을 한 틀에 담는 흥미로운 생각을 한다. 그는 음악을 하면서 모든 생명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중점을 둔다고 말한다. "이 힘은 세 가지로 귀결됩니다. 조화, 균형,
리듬." 그리고 어떤 존재든 이 세 가지에 통달했다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리듬은 활발한 움직임과 차분한 휴식이라는 박자를번갈아 만들어내며 우리 모두를 하루의, 계절의, 삶의 순환으로 이끄는 것이다. 추위와 눈을 만나 더는 음식을 구하지 못하게 된 곰이 동굴에 웅크려 신진대사를 극한까지 낮추고, 다음해 봄이 움틀때까지 겨울잠을 자는 것처럼.

인간의 몸도 그렇다. 우리 몸의 각 세포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당을 태우는 훌륭한 방법을 만들어냈다. 단계별로 아주 조금씩 태우는 것이다. 이 작은 단계마다 에너지가 조금씩 방출되고,
어떤 부분은 나중을 위해 특정한 분자에 저장된다. 엄밀히 말해,
우리 몸에 들어온 당을 한꺼번에 태우면 그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생산할 수 있다.

현대 신경과학은 우리의 현실을 만들어내는 데 우리 자신이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외부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고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우리 안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습관은 바뀔 수 있다.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그러니 자연이 사랑하는 효율성, 수고스러움을 최소화하려는 기본 자세를 단서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덜 고민하면서도 정신적 에너지를 더 지혜롭게 사용해 생기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우리 인간이 자연을 모방할 방법 중 하나는 문제를 너무 크게인식하고, 모든 해결책을 점검하면서 예측하려는 강박적인 성향을 내려놓는 것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가리는 내면의 혼란스러움에 빠지지 않고 고요함으로 가득한 자연을 따라가면, 우리는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다.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신을 아끼는 법이란 이미 필요한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깊이 새길 줄 아는 것이다. 이 모든 근본적인 관점의 씨앗은 이미 당신 안에 있으며, 그 씨앗은 자연에서 양분과 물을 얻었을 때 더 빨리 자라난다.

물고기 떼에게도 비슷한 교훈을 얻는다. 특히 물속에서 거대한 무리로 움직이며 매혹적인 광경을 보여주는 물고기 떼는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우두머리들이 이끄는 대로 완벽하게 합을 맞춘다. 물속에서 벌어지는 이 무도회는 예술 그 이상이다. 몸을 비틀며 앞으로 나아가는 각각의 물고기는 작은 소용돌이를 만든다. 물고기들은 물의 소용돌이 움직임에 몸을 맡기며 그대로 끌어당겨진다. 이런 자연의 한 조각에서 가르침을 얻은 캘리포니아 기술 연구소 학생들은 물고기 떼처럼 촘촘하게 모인 수직 풍력 발전 터빈을 고안해냈다. 생물학자 재닌 베니어스는 학생들이 자연을 모방해 만든 기술 덕분에 풍력 발전량이 열 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1700년대, 데리의 주교가 한 설교에서 말했듯 즐거움을 주는욕망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뿌리 뽑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마르지 않는 자유의 원천이다. "열정과 애정은 반드시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성을 움직이기전까지 이들은 마치 바퀴가 떨어진 마차와 같습니다."

노자가 말했듯 인류 공동체는 풍족한 곳에서 부족한 곳을 채우는 자연의 본질적 순환을 받아들인다. 삶의 이런 순환은 다시 우리를 집으로 불러들여 쉬게 한다. 마침내 우리는 삶을 통해 조화와균형과 리듬을 영원히 노래할 수 있다.

산불같이 큰 변화가 닥쳤을 때, 무엇이 남았는지를 보면 그생태계가 어떻게 회복하고 다시 번성할지 예측할 수 있다. 새로운생명을 싹트게 할 씨앗이 보전되었는가? 예를 들어, 로지폴소나무의 솔방울은 불꽃이 닿았을 때만 터져 열리고, 불이 꺼진 후 잿더미 속에서 자라는 첫 번째 나무가 된다. 토양은 아직 고르고 비옥한가? 어린 식물들의 수정을 도울 벌과 벌레들이 근처에 있는가?
지하수는 오염되지 않았는가? 자연은 소멸로부터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켜내고, 수중에 있는 요소를 활용해 가능한 한 빨리 활기와안정감을 회복한다.

자연은 산불마저도 하나의 과정으로 만든다. 빠르거나 느리더라도 결국 영원히 지속하는 과정이다. 나무의 모양에 닿은 불꽃의 손길과 서로 간격을 벌려 자라는 습성을 보면, 산불의 영향력을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땅은 재에서 창조되었고, 앞으로도 재속에서 재창조를 거듭하며 이어질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이렇게 큰 재해 후에 자리잡은 생태계가 그 전보다 더 번성하고 강해진다는 자연의 기적이다. 이 생태계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숲에 살던 생명체들의 후손이모두 돌아온 후에도, 생태계는 끝없이 확장될 것이다. 더 큰 나무,
더 큰 버섯들, 더 두꺼운 이끼를 만들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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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나무들부터 평원의 풀, 바다의 식물성 플랑크톤까지 이뤄지는 광합성 덕분에 우리는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를 얻는다.
이 모든 식물은 탄소를 흡수해 깨끗한 공기 질에 필요한 역할을한다. 게다가 버드나무나 오리나무, 붓꽃이나 부들개지처럼 공기를 정화하는 거름망처럼 기능하는 식물도 아주 많다. 우리 눈이 닿지 않는 땅속 깊은 곳, 수없이 다양한 미생물은 식물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이 세계를 지탱하도록 한다.

한다.
또 에이즈를 치료하는 아지도티미딘AZT은 바다 해면동물의혼합물로 만들어졌다. 큰도마뱀의 독에서는 당뇨약 성분을 추출한다. 거미줄로 인공 힘줄과 인대를 만들고, 원뿔달팽이의 독으로뇌전증(간질) 약을 만든다. 산호에서는 암을 치료하는 물질을 얻는다. 투구게의 피(게를 죽이지 않고 추출한다)도 현재 병원에서 치명적인 전염병을 막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욱 놀랍게도 최근 연구는 훼손되지 않은 자연 근처에 사는사람들에게는 호흡기 전염병인 말라리아나 라임병의 발생 비율이현저히 낮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꼭 특정한 약물을 추출하지 않더라도, 생생하고 다채로운 자연의 존재 자체가 건강함의 비결이 될수 있다.

동물도 다르지 않아, 행동이나 성향에 대한 다양성이 요긴하게 활용된다. 예를 들어, 벌들은 꿀이 있는 꽃과 없는 꽃을 분류해꿀을 빨리 찾아내는 개체들을 활용한다. 행동이 느려도 식별력이뛰어난 일벌들은 개체 전체에 이익이 된다.
한편 물까마귀를 보면 어떤 개체는 1년 내내 같은 개울을 보금자리 삼아 머무르고, 어떤 개체는 겨울을 날 다른 보금자리로 떠나 더 안정적인 공동체를 유지한다. 이런 성향은 부모 개체의 성향과 뚜렷한 관련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파랑새의 경우, 무리 중에서 공격적인 개체는 번식 활동을 하지 않고 영역을 지키는 역할만 맡게 된다. 사회성이 더 나은 다른 개체가 번식에 훨씬 적합하기 때문이다.

동시대에 살았던 레이철 카슨처럼, 제이컵스도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이 대다수였던 도시 개발 및 계획 부서의 사람들로부터 조롱을 받곤 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가난하고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발전의 수레바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할 때, 제인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연을 돌아보고 또 돌아봤다.

수리 생물 물리학자이자 과학 사학자인 샌드라 하딩은 이런친근함을 ‘약한 객관성‘이라고 했다. 반대로 ‘강한 객관성‘은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 즉 지배 그룹에 속해 있지 않아 생존을 위해 그지배 그룹의 원칙을 알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생겨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류는 자연으로부터 태어났다. 자연의한 부분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자연 세계의 다양성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는 점은 타당한 사실이다.
자연계에서 어떤 공동체의 건강과 회복력은 단지 종의 다양성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각 개체들의 다양한 습성, 특성에도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어떤 샤스타데이지는 다른 개체보다 뿌리를 더 깊게 내릴 수도 있고, 또 다른 개체는 꽃을 더욱 잘 피워내며, 물을 보존하는 데 뛰어난 개체도 있을 것이다.
동물을 예로 든다면, 공격적인 암컷 코끼리는 공동체가 위협을 받을 때 큰 몸집과 맹렬함으로 무리에 도전장을 내미는 개체나포식자들을 쫓아버릴 것이다. 좀 더 점잖고 나이가 많은 개체도 엄청난 이익을 준다. 이 개체들은 무리 안에서 강력한 관계망을 형성함으로써 무리의 응집력을 높여 장기적인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한다.

자연의 지혜는 이러한 비극적 결함을 치유할 해독제다. 아메리카 원주민 오글라라 라코타 부족의 족장 루서 스탠딩 베어는 이렇게 말했다. "라코타족 조상들은 현명했습니다. 그들은 자연을떠난 사람의 마음은 딱딱하게 굳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라는 모든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곧 인간도 존중하지 않게 된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자연에서 다양성이 주는 근본적인 가치에 관한 단서를 얻었다면, 이제 우리의 일상에도 좀 더 단단히 뿌리내리게 해야 할 때다.

코끼리 무리를 오래 관찰하다 보면, 능력 있는 우두머리는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다른 코끼리들이 온순하거나 장난기 많거나공격적이더라도,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받아들이며 합의를이끌어낸다. 모두 평화롭게 공존하도록 하는 암컷 우두머리의 능력 덕분이다. 자신이 숨을 거둘 때가 되면 딸 중 하나나 둘이 각각나뉘어 무리를 이끌어간다.

그렇다고 자연에서 남성성의 에너지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아니다. 차보에 있는 코끼리 무리의 어린 수컷들은 자신의 무리를만들기 전까지, 태어난 무리 속에 10년에서 15년 동안 머무르면서유대를 형성하고, 무리를 지키는 데 전적으로 참여한다. 이후 스무살 언저리에 번식 적령기가 되면 원래 무리를 떠난다. 이때 암컷과짝짓기를 하려면 그 공동체의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 한 예로, 수컷 코끼리는 발정기 암컷의 등에 조심스럽게 코를 대어 허락을 구해야 한다.

지구에 있는 모든 생물체들은 날짜를 세는 법, 놀라거나 화내거나 두려움을 표현하는 법, 그리고 누군가를 기리는 방법이 다르다. 각자의 방식을 뛰어넘어 모든 생명체와 이 세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뒤흔들린다. 생명체들이 교감하는 정서는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다. 그러기에 세계 곳곳에서 각자의 다른삶에 관한 이야기들이, 인간과 늑대와 독수리와 토끼와 곰과 고래의 경계를 흐리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삶이라는 힘든 여정에서 우리가 얻는 평화와 만족은 무엇이귀중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북부 샤이엔족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낼 수는 없다. 어른들이 조심스럽게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의 감각에 세상의 상호 연결성이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교육하지 못하더라도, 동물들의 도움을 받으면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다. 동물들에게는 우리를 매혹하는 힘과늘 그들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게 만드는 신비로운 능력이 있다.
우리는 동물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빠져들면서, 세상이 우리모두를 포용할 만큼 충분히 넓고 안전하기를 바란다. 우리도 그런삶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우리 인간과 연결되어도 적당한 이름과 이론을 갖지 못한 존재들을 향해 상상할 수 있다면, 분명 그들에 대해 좀 더 파악할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이 방법이 14번의 슬픔에 대해 말하던 그 늑대 생물학자가 찾던 해결책이 아니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의 과학적 엄격함은 흠잡을 데 없지만, 자신이 관찰한 범위 밖의 무언가가 늑대들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으로 꽤 많은 시간을 보냈음을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마주할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면서 바로이 생물학자의 과학이 필요한 것이다. 직접적으로 관찰하는 과학과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세계를 배려할 수 있는 과학이.

그저 몇 개월 동안 옐로스톤의 늑대들을 관찰했을 뿐이지만,
나는 고도로 발달한 추론 능력과 지식, 협동이라는 기반 위에 굳건히 자리 잡은 그들의 무리를 보며 경외심을 느꼈다. 옐로스톤의 오지에서 늑대들과 함께한 몇 년 동안, 나는 우리 인간이 수세기 동안 마주해왔던 문제들을 대하듯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보았다.
서로 어떻게 협동해서 식량을 구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가족 사이의 작은 싸움이 커지지 않게 하는지를 목격했다. 영토 경계에서 갑작스럽게 다른 늑대 무리를 마주할 경우, 이들은 매우 조직적으로움직여 목숨을 지킨다. 다시 말해, 신뢰와 상호 이익에 기반을 두고 형성한 유연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모습이었다.

동물과 우리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면, 우리가 그렇게 갈망하던 평화와 소속감을 얻을 수 있다. 숲을 걷다 마주치는 흰꼬리사슴의 찰나를 포착할 때, 창밖 먹이통 위에 앉은 새들의 모습을 감상할 때, 강아지의 눈을 들여다보거나 고양이가 귀 뒤를 긁을 때, 이순간이 그 신성한 관계를 증명한다.

예를 들어, 야생에서 인간에게 길든 지 무려 9000년 정도 된돼지들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활용하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 돼지는 장기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고, 말이나 몸짓으로 하는 지시를 통해 학습할 수 있다.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놀이를 좋아해 주둥이로 비치볼을 밀며 놀거나, 순수하게 재미로 물에 뛰어들어 수영하기도 한다. 다시말해, 적응력과 지능이 가장 뛰어난 동물의 전유물로 여겼던 놀이성이 돼지에게도 있다.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 불편으로부터의 자유 - 적당한 보금자리와 쉼터를 마련해주는 것●
●· 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으로 행동할 자유-다른 동물들과 함께하는 공간뿐 아니라, 자신이 생활할 충분한 공간을 보장해주는 것●
• 두려움과 괴로움으로부터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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