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의 결과는 성장이다. 우리의 괴로움을 직시하게 돕는 심리치료 같은 방법은 삶이 통제를 벗어날 때 나타나는 불안과 우울을꽤 효과적으로 정리해주는 작은 산불의 역할을 한다. 붕괴를 통해좀 더 나은 대응의 기술을 배운다. 정신과 영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기회가 된다. 붕괴는 치유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우리를 갉아먹는 직장을 떠난다거나, 건강하지 않은 관계에 얼마나 큰대가를 치르고 있는지 진정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초대형 산불이 토양의 영양분을 앗아가듯, 엄청난 트라우마로받는 감정적 위협은 생각의 체계를 바꿔버릴 수도 있다.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사건을 겪고 나면, 우리 뇌는 연구자들이 말하는 ‘두뇌하부 과활성 bottom-heary‘ 상태가 되기도 한다. 공포에 대한 반응을 형성하고, 주의와 경계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예민해지는 상태다.
동시에 감정을 조절하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두뇌 상부의 기능이 둔해진다. 트라우마를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불안, 우울, 불면 외에도 심각한 건강 이상을 일으키는 증상을 겪을가능성이 매우 높다.

트라우마에 고통받는 사람들이 하루에 20~30분씩이라도 몸을 움직이면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각성 과민 상태가 완화된다. 동시에 신경계의 회복을 돕는 화학 물질이 분비된다. 차분한명상이나 식재료를 고르는 일처럼 마음을 보듬어주는 활동은 불탄 땅에 차분히 내리는 빗물이 되어준다.

하버드대학의 수전 박사가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중 3분의 1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자신을 나쁘게 보거나, 의도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피해버린다.
"정상적이고 본능적인 감정들마저도 좋거나 나쁜 것 중 하나로 분류해버립니다"라고 박사는 말한다. 후회 같은 감정들을 회피하며 잘못된 긍정성을 얻으려 한다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을 잃게 되어 결국 우리가 원하는 대로만 볼 것이다.
"불편함은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대가다."
우리 안에는 더욱 풍부하고 힘 있는 삶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능력이 있다. 먼저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리고 타인과의유대를 통해 회복력을 길러야 한다. 비록 많은 이가 아니더라도,
다정한 친구들과 가족들이 있다면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에 서 있더라도 그 위에 발을 딛고 일어설 수 있다.

나는 친구들과 이웃들, 친척들에게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가끔은 그 위안을 갈망하기도 했지만, 그런 관계들이내게 의미 있는 치유가 되지는 못했다.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이내가 알던 이전의 삶에서 나를 우악스럽게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완전히 불타버린 나는 무력감에 빠져 사람들의 보살핌에 몸을 맡겼다.

나의 회복은 마치 엄청난 산불이 휩쓴 후 다시 시작하는 작은자연 생태계와 같았다. 마치 산불이 난 후 불도저에 다시 파괴된뉴잉글랜드의 작은 땅처럼, 헐벗고 버려졌지만 이내 한 겹 한 겹다시 회복을 시작했다. 결국, 삶은 내 안에도 더 많은 삶을 탄생시킬 것이다. 더욱 다양한 관계와 경험을, 감사를, 아름다움을.

"첫 번째 음은 다음 음의 한 부분인가?" 첼로 거장 요요마가언젠가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니면 하나의 무한한 우주로부터다음의 우주로 막 옮겨 간 것인가? 두 번째 음이란 새로운 또 하나의 발현이다.",

산불과 홍수, 지진, 허리케인 같은 재앙은 수천 년에 걸쳐 신화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 속에 등장하며 우리에게 전해주었던 사실을다시 한번 상기시켜준다. 모든 생명은 창조와 파괴의 균형 속에 춤추고, 서로 엮이고 피어나며 이전보다 더 큰 힘과 활기를 얻는다는사실에 대해서. 그리고 여기, 우리 삶의 가장 힘든 상황에도 평온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옛 도교의 이야기가 있다.

개미들도 무언가를 가르친다. 풀이 우거진 프랑스의 어느 작은 땅에서, 암컷 바위개미는 둥지에서 9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귀중한 음식을 찾아낸다. 그리고 보금자리로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나눌 어린 개미들을 부르고, 음식이 있는 곳으로 이끈다.
그곳으로 가는 여정 내내 리더는 이따금 멈추면서, 뒤에 따라오는 개미들이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돕는다. 어린 개미들이 세로로늘어선 동료들을 이정표 삼아 따라올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나중에는 길을 기억해 혼자서도 음식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뒤따라오는 개미들이 모두 방향을 인지하면 뒤에 있는 개미가 리더의 자리로 가볍게 옮기게 되면서, 여정은 다시 시작된다.

자연은 경험이 적은 구성원에게 지혜로운 구성원과 자유롭게 함께할 기회를 주며 나아간다. 경험이 많은 개체로부터 살아가는 법, 안전을 유지하는 법,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법처럼 필요한 지식을 배워가는 것이다. 심지어 분노와 슬픔을 다스리는 법까지 배운다. 이렇게 중요한 지식이 전해지며 공동체는 힘을유지할 수 있다. 모든 종의 장기적 생존에 필요한 적합성을 기르기에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마드 교수는 나이 든 나무가 병이 들거나 죽어갈 때면 자신이 가진 탄소를 어린나무들에 더욱 많이 보내며, 이는 어린나무들의 방어기제를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이든 나무가 보내는 탄소와 질병에 대한 저항성은 어린나무들이 앞으로의 긴 삶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온갖 스트레스에 대비할 수있는 큰 힘이 된다. 어른 나무의 보살핌은 매우 중요해서, 이런 보호 아래 자라는 어린나무들은 그렇지 않은 나무들보다 생존 확률이 무려 3~4배나 높다고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전에 살았던선조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필라네스버그 국립공원의 코끼리들처럼 고통스럽고, 불안감과 외로움이 가득한 삶을 살 것이다.

이 책이 담고 있는 교훈은 건강, 지혜, 감사, 만족감에 대한 것이다. 우리 인간은 지나치게 많이 소비하고, 다수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 개념을 믿으며 타인을 공격하는 기이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무엇이 이 세상을 강하고, 아름답고, 생기넘치게 하는지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우리에게도 자연의 지혜를 적용할 수 있는 경이로운 능력을. 이토록 소중한 가치들을 지키는 것은 세상을 지키는 것과도 같다.

나이 든 이들의 지혜 덕분에 우리는 상호 의존과 다양성이라는 근본적인 힘을 배울 수 있으며 그런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지혜는 매번 변화하는 상황에서도 옳은 선택으로 이끈다. 그런 방식으로 기품 있게 효율성에 대해 가르친다. 우리보다몇십 년 전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미지의신비로운 세상을 환영하듯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일상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불길 속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배우면서 그 그을음을 통해 더욱 강해진다.

나이 듦은 인간, 코끼리, 침팬지, 늑대를 포함해 수많은 종 안에서 관계의 힘과 연대감이 녹아든 삶의 시간에서 나타난다. 특히대부분의 인간 사회에서 연대감은 단지 혈연관계에 국한된 것이아니다. 함께 먹고, 일하고, 울고, 아이를 키우며 삶을 나누는 사람들과 만드는 관계이기도 하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한참 전에 세상을 떠난 이들과도 함께한다. 이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성취가 무엇이든, 전에 살았던 사람들 덕분이라며 감사를 표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과 현명하게 나이 든 이들의지혜에 의지하며 연대 의식을 넓히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강력한연대 의식은 혈연과 지연, 종을 넘어 지구 안에 사는 모든 생명을소중히 여길 줄 알게 해준다.
어느 순간 다시 우리는 새들의 울음소리와 개구리의 중얼거림에 좀 더 귀 기울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지 모른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인간은, 늑대와 사자와 매와 함께 이곳을 지킬 것이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아침을 맞으며 태양을 마주할 것이라는 사실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