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짱."
센이치로는 분명히 그렇게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도미코는 젊었고, 둘 사이에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신혼때 부르던 이름을 그대로 불렀다. 아주 친한 사람 외에는 도미코가 남편을 ‘센 짱‘이라 부른다는 것을 몰랐다. 방금 그목소리가 도미코라는 생각이 들자, 그의 마음은 슬픔과 미안함으로 가득해지고, 저렇게 다정하고 순수한 여자였으니센이치로의 가혹한 문책을 견딜 수 없었겠구나 생각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은 다니의 잘못이다. 그는 다니의 얼굴에서 양심의 가책을 보고 싶어 뒤를 돌아보았지만, 다니는 센이치로보다 한 발 뒤로 물러나, 대숲 쪽으로 반쯤 기댄 듯이서서, 무력하게 따분하다는 듯 우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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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궁은 기다렸다.
그러나 시가데라 고승은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다. 후궁의 손을 꼭 붙잡고 있던 늙은 손이 이윽고 풀렸다. 눈처럼 하얀 손은 새벽빛 속에 남겨졌다.
고승은 떠나갔다. 후궁의 마음은 차가워졌다.
며칠 후, 시가데라 고승이 암자에서 입적했다는 소문이 ㅈ해졌다. 후궁은 여러 아름다운 경전을 바쳤다. 그것은 무량수경, 법화경, 화엄경 같은 거룩한 경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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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고귀한 사람이 탄 수레가 호숫가를 돌다가, 고승이있는 근처에 멈춰 섰다. 수레의 주인은 후궁 교고쿠미야스도코로였다. 후궁은 시가 마을의 봄 풍경을 보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호수 풍경에 작별을 고하기 위해 수레를 세우고발을 걷어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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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는 매끄럽게 반짝이는 구름이 늘기 시작했다. 멀리숲에서 떠들썩하던 매미 소리는 가까운 나무로 옮겨와 시끄럽게 울고, 구름이 지나가자마자, 놋쇠를 갈고닦은 것처럼강렬히 빛을 반사하는 지면과 초원으로, 땅이 울리나 싶은듯한 파도 소리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우리는 언덕위에 섰다. 거지의 그림자는 이제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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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찰함에 있어 어느 한쪽으로 편들 수밖에 없으므로, 나는 하늘과 바다를 편든다. 바위 위의 성, 나는 그것을 ‘미세화화(微細畵化)‘ 한다. 광대한 수평선 앞에서 그것을 아주 조그만 것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나는 그 성을 소유하려는 유혹, 들판을 지배하고 세계를 덮어 누르려는 유혹을 정신분석적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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