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에 대한 그의 지각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기억만이 아니었다. 셰레솁스키는 공감각증 또는 감각 교차로 고통받고 있었다. 특정한 음조의 소리를 들으면 혀에서 구리 맛이 났고, 숫자를 보면 불변의 특징을많이 가진 구체적인 인물이 보였다. 가령 대부분의 사람에게 87은 책의분량이나 살아온 햇수를 나타내는 숫자이지만, 셰레솁스키는 이 숫자를 "뚱뚱한 여자와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는 남자"로 보았다.3 숫자를 일반적인 수 체계의 사례가 아니라 사람으로 경험한 것이다. 어느 날 그는엄청나게 많은 숫자열로 이루어진 거대한 일람표를 암기하기 위해 진땀을 흘렸다. 그러나 그 표에 어린아이도 무한히 따라 할 수 있는 매우 단순한 법칙이 숨어 있다는 것, 즉각 열이 이전 열보다 높은 정수로 시작한다는 것은 끝내 알아채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