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라고 생각해 보세요. 거대한 우주란 하나의 개념이자 투영된 실재입니다. 당신이 비록 ‘어딘가에서 수천 명의 관중으로 가득 찬 거대한 축구 경기장을 보더라도, 실제로 일어난현상은 당신의 뇌 속에서 일어난 작은 전기 자극일 뿐입니다. 초공간적 존재인 당신이 그 작은 전기 자극을 축구 경기장으로 해석한 것이지요. 고대 베다 경전에서 요가 바시슈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은 거울에 투영된 거대한 도시와 같다. 마찬가지로 우주는당신의 의식 속에 거대한 모습으로 투영된 것이다."
간단히 말해, 우주는 모든 것의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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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 연필 쥔 손을 멈췄다. 그러곤 ‘아린이?‘ 하고 반문했다. ‘내가 아는 아린이와 같은 아린이인가?‘ 싶어서였다. 지수가 당혹스러운 얼굴로 안방 쪽을 쳐다봤다. 아린이 흔한 이름도 아니고 그애가 사는 동네 또한 여기서 멀지 않았다. 지수가다시 교재로 시선을 떨구며 고개 저었다. ‘설마. 아니겠지.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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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기진은 택시에 선주를 태워주고 눈앞에서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곤 택시가 사라지자마자 엄마에게 에코백을 건네지 않은 걸 깨달았다. 정신이 온통딴 곳에 있어 의식을 못한 듯했다. ‘빵은 어쩔 수 없고 검사지만이라도 택배로 부쳐야겠네.‘ 기진이 한쪽 어깨에 보냉백을,
다른 쪽에 에코백을 멘 채 서둘러 택시에 올라탔다. 엄마와 헤어지고 나니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비로소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안타까움과 미안함, 짜증과 홀가분함, 연민과 죄책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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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어두워진 현관 한쪽에서 종이상자를 가만 내려다봤다.
집 우울, 집 주宙. 옛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큰 집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떤 존재들은 왜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못할까. 실은 돌아왔는데, 몇 번 돌아왔었는데 문이 굳게 잠겨있어서, 우리가 깜빡하고 닫아놓은 문만 한참 바라보다 떠난건 아닐까? ...사실 남편과 타임머신 대화를 나눴을 때 나는 남편이 우리만 아는 그때, 우리 아이를 구할 수 있었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대답할 줄 알았다. 어쩌면 나를 배려해 일부러 엉뚱한 소리를 한 건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왠지 그게 순도 높은 진심 같아, 앞으로도 같은 답을 할 것 같아 가슴 아팠다. 그리고 나는 손에 든 책을 보고야 비로소 종일 나를 사로잡은 깊은 상실감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집을 잃어서도, 이웃을 잃어서도 아니었다. 우리가 정말 상실한 건 결국 좋은 이웃이 될 수 있고, 또 될지 몰랐던 우리 자신이었다는 뼈아픈 자각 때문이었다. 그 낯선 당혹 앞에서 나는손에 쥔 책을 다시 어느 자리에 두어야 할지 몰라 불 꺼진 현관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2021년 어느 가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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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닭 울음과 새소리, 풀벌레 소리에 잠에서 깼다. 서둘러 욕실에서 씻고 떠날 준비를 했다. 이부자리를 반듯이 정리한 뒤 깃털베개를 손으로 두드려 적당히 부풀리고 그 위에화려한 색상의 쿠션까지 완벽하게 올렸다. 짐은 전날 미리 싸둔 터였다. 쓰레기를 한곳에 모아 버리고 물걸레로 숙실 마루를 훔쳤다. 우리가 떠난 뒤 어차피 메이드가 한번 대청소를 할테지만 마지막까지 깔끔한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누군가에게는 이해 못할 허영이겠지만 당장 누가 들어와도 새집처럼 보였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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