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후 기진은 택시에 선주를 태워주고 눈앞에서 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러곤 택시가 사라지자마자 엄마에게 에코백을 건네지 않은 걸 깨달았다. 정신이 온통딴 곳에 있어 의식을 못한 듯했다. ‘빵은 어쩔 수 없고 검사지만이라도 택배로 부쳐야겠네.‘ 기진이 한쪽 어깨에 보냉백을,
다른 쪽에 에코백을 멘 채 서둘러 택시에 올라탔다. 엄마와 헤어지고 나니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비로소 큰 숙제를 마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안타까움과 미안함, 짜증과 홀가분함, 연민과 죄책감이 동시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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