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관이다. 종이로 만든 원통형의 심을 뜻한다. 흔히 휴지심이라고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 쓰이는 공식 명칭은 지관이다. 한뼘도 안 되는 짧은 심을 왜 ‘관‘이라고 부를까. 두루마리 화장지의 제조 과정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먼저 대형 화장지원지를 풀어 무늬를 인쇄하고 오돌토돌한 엠보싱 패턴을 입힌다. 그러고 나면 화장지를 긴 지관에 일정한 길이로 감고 똑같은 길이로 끊어낸다. 김밥을 만드는 과정과 똑 닮았다.
도어노커다. 말 그대로 문을 두드리는 물건이다. 서구 영화에서 고풍스러운 저택에 방문한 외부인이 문에 달린 금속 고리를 잡고 ‘땅땅‘ 내려치는 장면이 자주 묘사되는데, 그 쇠 장식을 일컫는 말이다.
인조대잎이다. 일본에서는 바란이라고 부른다. 초밥이나 일본식 도시락에서 밥과 반찬 등을 구분해주는 플라스틱 소재의 잎사귀 같은 물건을 가리킨다. 장식용 같지만, 실은 다른종류의 초밥이 맞닿아 맛이 섞이는 걸 방지하는 용도다. 도시락에서는 반찬들을 분리하는 역할로도 쓰인다. 진한 초록색덕분에 음식이 신선해 보이는 효과도 있다.
뮈즐레다. 샴페인과 같은 발포성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단단히 고정하기 위해 철사 등을 꼬아 만든 안전장치다. 와이어후드 또는 샴페인 와이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철사 부분인 뮈즐레 외에도 코르크 마개 위에 올린 얇은 주석 판은 캡슐capsule혹은 플라크plaque, 뮈즐레와 병 윗부분을 포장하는 알루미늄 포일은 쿠와프 coiffe라고 한다.
레이지 수잔(레이지 수전)이다. 고급 중식당에 가보면 테이블중앙에 원형으로 된 돌림판이 설치되어 있다. 내 자리에서 멀리 놓인 요리를 먹고 싶다면 회전판을 돌리면 그만이다. 이식탁 덕분에 손을 뻗거나 접시를 옮기지 않고도 여러 음식을나눠 먹을 수 있다. 중국어로는 찬푸어주안이라고 하는 이회전판의 이름은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들다. 중식당을 대표하는 물건에 서양식 이름, 그것도 ‘게으른 수잔‘이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