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기르며 - 당신을 위한 반려동물 인문학 수업
재키 콜리스 하비 지음, 김미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살며사랑하며기르며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들어볼 것도 없이 내 친구이자 동지다.” – 마크 트웨인


사람과 교감해온 반려동물의 장대한 역사를 담았다. 반려동물과의 만남부터 이름짓기, 소통하기, 유대감과 보살핌, 이별까지. 책은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반려동물의 흔적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간이라는 존재가, 다른 생물을 벗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 사랑은 어찌 보면 굉장히 모순적이고 미스터리하다. 그럼에도 실제로 인간은, 말을 하지 못하는 이 다른 생명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이름을 지어주고, 인간 관계에서 결코 얻지 못할 절대적인 사랑과 신뢰를 나누고, 그들과의 이별은 가족과 하는 그것 이상의 슬픔을 느낀다.


책은 아쉽게도 이 사랑의 근원을 명쾌하게 밝혀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고 사는 한사람으로서, 이 책에 등장하는 역사, 문화, 예술 전반에 스민 반려동물에 대한 광대한 사랑의 흔적들을 읽어 내려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저 뭉클하고 기쁘기 그지없었다. 또한 역설적으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나와 타인을, 조금 더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에는 학대하고 죽이는 이들 만큼이나, 꺼져가는 다른 생명체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많다. 한 사람이 백 마리의 생명을 죽이는 세상이더라도, 백 명의 사람이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힘을 합하는 상황을 한 번이라도 주의 깊게 지켜 본 자라면, 세상의 미래는 후자의 이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길고 깊은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그 믿음을 확신으로 만들어 준다.


앞다리 하나가 꺾여 끌고 다니느라 그 다리에 늘 피와 고름이 흐르던 똘망이는, 3개월 동안 스산한 아파트 단지 구석구석을 나와 함께 뛰고 뒹군 친구들의 도움과, 다리 절단이라는 큰 수술과 오랜 기간 입원에 도움을 준 단체 덕분에, 지금 내 곁에서 맛없는 간식을 주면 퉤 뱉어내는 털이 반짝반짝한 집고양이로 살고 있다. 이 녀석을 구조한 경험은 내가 살면서 경험한 가장 강력한 것이었다. 우린 함께 역경을 이겨낸 동지에서 살을 부비고 사는 가족이 되었고, 내가 적어도 나쁜 사람은 아닐 수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확신이 들고 나니, 나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세상에 나아갈 수 있었다


책에서 언급한 많은 사랑들처럼, 세상에 더 많은 반려동물과의 사랑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넘쳐 나기를 바란다. 이로 인해, 인간과 함께 하되 인간과 다름을 그대로 인정받아, 이 존재들이 이 우주 안에서 조금 더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우리의 사랑은 일시적인 사회적 현상이 아니다. 우린 아주 오랫동안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살려 온 동지이다. 이 책으로, 많은 이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기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고 쓰는부류의 인간이라면 깊이 공감할 책이다.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꿈꾼다는 문장에서는 마음이 설렜고, 읽고 쓰는 행위 자체로 좋은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은 기어이 나를 설득시켰다. 한국 현대소설에 대해서는 전문 평론가의 비평보다 일반 독자의 솔직한 리뷰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깊이 공감했고, 영상 컨텐츠가 메이저가 된 시대에 활자 컨텐츠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 지에 대한 고민은,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충분히 공감했고 또 미미하나 어떻게든 힘이 될 방법을 생각해보게 했다.


또한 책의 무지개 빛 찬양보다는, 읽고 쓰는 이들이 함께 앉아 이런 저런 생각을 토론할 수 있는 이슈들을 다양하게 던져준다. 읽고 쓰는 인간 부류와 말하고 듣는 부류의 간극부터, 사회가 점차 말하고 듣는 이들을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세태, 그 안에서 책의 존립이 가능하게 하는 방향, 말하고 듣는 매체로 책을 소개하는 매체 활용에 대한 고민까지. 애서가 서넛과 이 책 한 권이면 사흘 밤낮을 떠들 수 있을거다.


나는이나독서와 관련된 책이면 고민없이 읽는다. 하지만, 책과 독서를 주제로 한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반발심을 느끼기도 했다. 장강명 작가의 솔직하고 시니컬한 시선 때문이라고들 하나, 지나치다고 느꼈던 부분이 더러 있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 한국에서 에세이가 인기가 있는 이유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대 서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라던가, (되려 한국 현실이 객관을 빌미로 너무나도 냉정하여, 책으로라도 좀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 동물권에 대해 표현하면서가치의 순서라는 표현을 쓴다거나. (세계 최초로 동물 보호법을 만든 나라가 나치 독일이고, 히틀러가 평생 개를 아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동물 보호법의 필요와 중요성이 폄하되어야 하는가?)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 있는 부류들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솔직함이, 누군가에게는 상처일 수 있으므로. 에둘러 말하는 것은 솔직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배려의 일환이라는 것을 작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불편한 부분이 없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결이 다른 사람들의 주장을 조곤조곤 들어보고, 반발도 해 보고, 더 좋은 대안이 없는 지 고민하는 것이 책의 중요한 임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적극 추천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미래에 대해 떠드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아졌으면 좋겠기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주경의 치유의 말들
박주경 지음 / 부크럼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이 좀 있어서, 일주일 내내 미움과 원망으로 덕지덕지 얼룩진 마음이었다. 자는 동안에도 두통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감정들이 오래 마음에 또아리를 틀면 간단한 사리분별도 안 되는지라, 일주일 통으로 휘청거렸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스스로 이토록 힘들게 하는지, 남도 나도 불완전하니 상처 주는 만큼 받을 수도 있는거지, 그거 뭐라고 그렇게 아득바득 미워하는지. 작가님처럼, 택배기사 아저씨들을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드리고, SNS 의 고마운 인연들과 안부인사를 전하면서, 단정하고 따뜻하게 살고 싶은데. 여전히 이렇게 뾰족하다 싶어서, 문득 슬퍼지기도 하고.

책이 시종일관 여리고 산들거리진 않는다. 위정자, 위안부, 세월호까지 아프고 날카로운 이야기들도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다. 허나 책의 문장 어느 것 하나 상처나 분노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 기저에 탄탄하게 자리하고 있는 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온기가 기어이 치유의 기재가 되는 건, 오로지 희망, 오로지 절망이라는 뜬금없는 이상이 아닌, 절망에 발을 딛고 끝끝내 다다를 곳이 희망이라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온기이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나니, 내리 닷새 약도 안 듣던 두통이 사라졌다. 몸도 사뿐하고. 책을 읽다 보면 작가도 작품도 ‘아다리’ 가 기가 막힌 경우가 있는데, 전작 #따뜻한냉정 을 읽을 때도 그랬고, 마침 이런 시기에 이 책을 만나는 우연 정도면, 작은 기적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많은 이들에게 널리 읽혀, 세상의 아픔들이 조금씩 조금씩 희미해지고 사라지기를. 나의 그것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 - 일용할 설렘을 찾아다니는 유쾌한 할머니들
김재환 지음, 주리 그림 / 북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도 숫자도 못 읽는 할매들이 가나다라 삐뚤삐뚤 그리고 있는 교실의 풍경, 믹스커피 후루룩 후루룩 마시면서 고스톱 치는 마을회관 풍경, 화려하지도 반짝이지도 않는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휑한 촌동네에도 따뜻하고 고운 풍경이 지천이구나. 노래자랑 두 번째 나가신 곽두조 할머니 뒤에서 (마치 이번에 또 땡하면 면사무소를 불살라버리겠다는 무력시위처럼) 막춤 선사하시던 친구 할머니들 이야기에서는 한참 빵 터졌고, 배꽃 흩날리는 ‘엄마의 무덤’ 에 가서 ‘엄마’ 라고 나지막이 부르시던 박금분 할머니 이야기에서는 책 부여잡고 엉엉엉 울었다. 칠순이 되어도 배움은 설렘이고, 팔순이 되어도 엄마가 보고싶고, 죽음이 목전이어도 봄바람 불면 쑥 뜯으러 다니고 싶은 거였구나.

<선량한 차별주의자> 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나에게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구조나 제도가 누군가에게 장벽이 되는 바로 그때, 우리는 자신이 누리는 특권을 발견할 수 있다.’ 고. 글과 숫자를 읽고, 어플로 기차표를 끊고, 지팡이나 유모차 없이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못 해봐 한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게 늦다고 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무언의 압박을 해대던 내 비정하고 오만했던 일들이 마구 쏟아져서, 책을 읽는 내내 빵빵 터지게 웃기고 뭉클하다가도, 여러번 머리를 괴고 울고 싶어졌다.

고발 다큐로만 기억하던 김재환 PD님의 작품이라서 더 좋았다. 세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이의 시선 안에, 날선 냉소만이 아니라 이토록 따뜻한 온기가 있어서. <타인에 대한 연민> 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지만, 정의를 주장하는 기저가 희망인지 두려움(혹은 분노, 혐오)인지에 따라서 세상은 아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니까.

젊음을 특권이 아닌 선의로 사용해야지. 엄마한테 자주 연락해야지. 그리고, 최선을 다 해 자주 웃고, 고운 문장들을 머릿속에 가득 집어 넣어야지. 칠곡할머니들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05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방인
 
뫼르소는 엄마의 죽음에서조차 냉담하고, 살인을 저지르고 법정에 앉아 있는 와중에도, 마치 그 사건 밖에서 제 3자의 입장으로 관조하는, 사람을 왜 죽였냐는 물음에 ‘햇빛’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넘실거리는 지중해와, 저녁 무렵의 알제, 그 거리의 향기를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을 만큼 섬세하고, 반면 인간관계에서는 그 어떤 형용사도 갖다 붙일 수 없는 ‘무색무취’의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살인을 저지른 중범죄자이나, 그 어느 순간에서도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즉, 우리가 인지하는 ‘보편성’, ‘상식’의 거의 모든 카테고리를 벗어나는 인물이다.
 
통상 그런 이들은 타인의 이해를 받기는 어려울 뿐 아니라, 뫼르소가 투옥되었 듯 사회에서 (자의든 타의든) 격리되어 살아간다. 그리고 이런 이들의 사연을 목도하면, 그 카테고리 안에 속해있는 (어쩌면 속해있다고 ‘믿는’) 보편적인 우리는, 자연스레 그 개인을 비난한다. 이상한 사람, 사이코패스, 이들을 표현하는 넘치게 존재하며, 비난은 쉽고 신속하다.
 
평화롭고 해악 없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개개인이 지켜야 할 규칙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규칙’은 뫼르소에게 그러했듯, 쉽게 왜곡되고, 자의적이며, 무자비하고, 폭력적이다. 작품 속 법정의 모습은 (살인자 옹호할 생각 추호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사학으로 치장된 ‘타인의 입’으로 증명되는 ‘보편’ 과 ‘상식’, 그리고 ‘규칙’ 이, 한 개인의 고유한 특징과 진실을 어떻게 짓밟는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흡사 들장미 한 송이를 가져다가 인간이 만든 장미 쇠틀에 넣어 찍어보고, ‘너는 잎이 이 틀의 모양과 맞지 않으니 소멸 되어야 하며, 그것이 사회의 정의(正義) 다’ 라고 말하는 듯.

 

굳이 실존주의, 데카르트식 명제 이런 어려운 말들로 치장할 것 없이, 서술되는 사건을 바라보는 자체로 사유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을 들먹거리며 자신의 작품을 카테고라이즈 하는 광경을 보았다면, 카뮈는 쫌 불쾌해 했을 것도 같다. 또 이러네? 하며) 이 작품이 출간된 시대를 고려하면 이 작품이 주었을 충격과 반향이 어느 정도였을 지는 감히 상상도 안된다. 종교, 사상, 그딴 거 다 집어치우라는 스물 아홉 살 젊은 작가. 그 와중에 이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받아들인, 급기야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올려버린 프랑스 문학계의 개방성. 무엇보다, 카뮈의 문장, 특히 자연과 햇빛을 묘사하는 문장은 정말 아름답다. 그저 놀라울 따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한 이방인은, 중간중간 주를 달아 해석과 번역에 도움이 될 정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즉각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작품이기에, 처음 이방인을 읽어볼 이들에게는 특히 을유문화사의 이방인을 추천해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